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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2 16:21

  • 오피니언 > 윤만보 작가 이방실 장군이야기

이방실장군이야기 20

기사입력 2026-05-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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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만보 작가
전 경찰서장(총경)


이 일의 중심에 김용이 있었고 그는 고려국 내에서 공민왕을 제거하는 일을 꾸몄다.

 

원나라의 조짐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공민왕은 국정의 안정을 되찾고자 환도를 서둘렀다. 그러나 개경 궁궐은 불타버리는 등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서 왕이 거처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왕은 개경 가는 길목, 개풍군에 있는 흥왕사에다 임시 행궁을 차렸다. 이곳이면 개경과는 거리도 가깝고, 근방에 왕이 머물만한 장소치고 이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흥왕사는 고려 문종 때 10년에 걸친 역사(役事)로 지어진 장엄하고 사치스러운 사찰이었다. 2,800여 칸이나 되는 건물 크기에 계행(戒行)하는 승려 수만 해도 1,000명이 넘었다.

문종의 아들인 의천대사가 초대 주지를 지냈으며 대대로 왕과 조정의 실권자들이 금은보화를 봉납하면서 위세가 자못 궁중에 못지않았다.

 

김용은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계획을 실현할 때라고 생각했다.

궁중으로 들어가면 여러 대신과 내관 등 궁내 종사자들의 눈을 피하기가 어렵고 또 경비도 삼엄하므로 계획 실행이 어렵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지금이 임금을 죽일 절호의 기회다!’

김용은 심복 김수를 은밀히 불러서 오늘 밤 거사할 것을 지시했다.

김수는 평소에 뜻을 나누고 결속해 두었던 병사 50명을 이끌고 흥왕사의 뒤 덕적산으로 들어가 숲속에서 매복하면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내관 안도치는 임금께서 전쟁을 치르면서 잠자리를 비롯하여 먹는 것, 입는 것, 모든 것에 대해서 불편해하시기에, 황송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궁으로 들어가서 조금 편안케 해드리나 싶었는데 바로 성 앞에서 또 머무르게 되니 여간 마음이 아프지가 않았다.

임금의 침소를 챙기는 것도 그렇고 종사관들의 숙소를 배치하고 숙위서는 군병의 점고도 그가 신경 써서 할 일이었다. 낯선 곳인지라 임금의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인사들도 유심히 살폈다.

 

밀직부사 김용이 평소와 달리 임금의 침전 주위를 배회하며 쓸데없는 것을 간섭하면서 이곳저곳을 살피고 다니는 것이 수상했다. 잠시 잠깐 밖으로 나가서 낯모르는 인사와 만나서 무엇인가 밀담을 나누고는 다시 들어와서 주변을 살피는 것도 그렇고,

안도치는 그런 김용의 모습을 눈여겨 봐두었다. 무엇보다도 김용이 밖에서 만나고 있는 인사가 신경이 쓰였다.

얼굴이 험상궂었고 체격도 우람하여 기분 나쁜 인상이라 여겼는데,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족제비처럼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그 행동에 여간 마음이 쓰이지 않았다. 그는 벌써 몇 번이나 안도치의 눈에 띄었으나 임금의 측근인 김용과 접촉하는 인사이니 함부로 대하지 못해서 눈여겨보고만 있었다.

 

날이 어두워졌다. 사방이 칠흑같은 그믐밤이었다.

안도치는 뭔가 산에서 느껴져 오는 스산한 기분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는 당번을 서는 내시 이강달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기분이 참 이상하네.”

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이강달은 물색을 모르고 물었다.

뭔가 자꾸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견딜 수 없네. 자네는 별다른 느낌이 없는가?”

안도치는 낮에 밀직부사의 행동도 그렇고 그와 접촉을 하고 갔던 괴이한 사내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

나는 오늘 전하의 곁을 지킬 것이네. 자네도 곁방을 단단히 지키게.”

별일이야 있겠냐 마는 그렇게 함세.”

 

밤이 한참 깊었다. 간간이 들리던 산짐승의 울음소리도 그치고 사방이 고요했다. 안도치는 그때까지 뜬눈을 새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웠다.

웬 놈들이냐?”

황제의 명을 받고 왔다.”

한밤에 웬 황제의 명이냐? 수상한 놈들이다!”

쳐라!”

우당탕거리며 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습격이구나. 전하의 목숨을 노리는 무리들의 난입이구나!’

안도치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그는 당번을 서고 있는 내시 이강달을 급히 찾았다.

변고가 생겼다. 역적들이 전하를 시해하려고 몰려오고 있다.”

두 사람은 임금의 침소로 급히 뛰어들어갔다.

전하, 역도들이 침입하였습니다. 급히 피하셔야 하옵니다.”

공민왕은 잠결에서 깨어나 사태 파악이 안 되었다. 안도치는 자신이 입고 있는 내관복을 벗어서 임금에게 입혔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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