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롱 논설위원
얼마 전 농막에 설치되어 있는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내 모습을 보고 낯설고 어색했던 적이 있다. 마치 옛날 녹음기에서 재생된 내 목소리를 듣고 신기했던 적처럼. 요즘 우리가 길을 가거나 운전을 하거나 식당에 가거나 우리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CCTV의 감시? 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CCTV를 사생활 침해 운운하며 신경쓰면 피곤하니 후한 때 양진의 고사 ‛天知 神知 我知 子知’를 되뇌며 억지로라도 바른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과속 단속 카메라 앞에 가면 더... 그래도 가끔 날아오는 고지서를 보며 메착 없는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CCTV가 범죄 예방 및 억제, 범죄 수사 증거 확보, 시설 관리 및 안전 모니터링, 분쟁 해결 등의 순기능으로 현대사회에서 안전을 지키는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다. CCTV 덕인지 우리나라 5대 강력범죄의 해결률이 95%로 일본과 비슷하나 5-60%인 미국에 비해서는 월등히 앞선다고 한다. 조사해보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재생하면 다 나오는 도깨비방망이처럼. 이런 CCTV가 개인의 행복추구권 중 개인의 자유 및 인권을 침해하거나 사생활 노출, 감시사회를 형성하고 해킹을 통한 정보 유출 등의 역기능이 있는 것이 자명한데도 ...
12.3. 국회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교실 내 CCTV 설치를 유도하는‘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여야 합의를 통해 교육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에 회부 되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실 CCTV 설치가‘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위하여 학교장이 제안하고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의견 수렴 및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가능하게 됐다. CCTV 설치에 일부 제한을 둔 셈이지만 이를 두고 현장 교사들은‘CCTV 설치유도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했더라도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 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면서 "교사와 학생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표현과 행동을 제약할 강력한 기본권 제약 수단인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을 했다. 한편 교사들은 국회 앞에 모여 “감시 통제를 즉시 멈춰라!” 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여덟 살 김모 양의
아버지는 "엄마 아빠와 학교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다. 근데 학교 선생이 아이를 죽였습니다."라고 절규를 토한 이후 학교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고, 학교 출입문과 복도, 계단 등에 CCTV를 의무화하는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 논란의 핵심은 교실 내부 설치 여부이다. 물론 설치에 학교장이나 운영위원 요구 등의 일부 제한을 두었지만 학교장이 요구 시 거부할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교육 현장의 소리도 듣지 않고 발 빠른 대응을 한 교육 당국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등 ‘교권 회복을 위한 법은 아무것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감시기능만 강화하는 국회가 원망스럽다.’는 어느 교사의 절규를 듣고 퇴직 교원으로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맘 금할 수가 없다.
학교는 단순히 학생의 안전만을 관리하는 시설이 아니라 서로 믿고 배우며 부딪히며 성장하는 인격 형성의 장소인데 CCTV라는 차가운 렌즈가 교실을 비추는 순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자발적인 신뢰는 사라지고 감시와 통제만이 남게 될 것이다. 진정으로 안전한 학교는 기계의 기록이 아닌 구성원 간의 소통과 존중이 살아 있을 때 완성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CCTV 설치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교육 위축의 댓가는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모든 행동이 기록된다는 심리적 압박은 교사의 교육권을 위축시킴은 물론 학생들의 창의적인 학습활동을 저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 CCTV 설치를 허용하더라도 교실 안 만큼은 허용하지 않는 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와 함께 감시가 신뢰를 대신할 수가 없을 진데 지금 우리는 ‘안전’을 명분으로 무엇을 포기하려 하는지, 그 안타까운 지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