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이 산의 규모가 웅장하고 모양이 기기묘묘하며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하여 그 신비로움으로 하여 이웃 여러 나라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어요.
이러한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두고 이웃 여러 나라 사람들이 남긴 말도 많았어요.
“원하건대 고려국에 태어나서 한번 만이라도 금강산을 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죽기 전에 금강산에 한번 가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아름다운 금강산 보기를 일생의 소원으로 여기며 그런 기회를 노렸어요.
그 나라에서 궁중에 높은 관리로 있던 사람이 드디어 그의 소원을 이루는 기회를 잡았어요. 그 나라의 사신으로 뽑혀 되어 조선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가 사신으로 오게 되는 날, 너무도 좋아서 그는 어린 아이처럼 팔짝 팔짝 뛰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아! 이제 소원이 없다. 내 죽기 전에 꼭 고려국의 금강산을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제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네. 아니 죽어서 영혼이 되어서라도 금강산에 가보고 싶었는데.... .”
그는 정말 어렵게 사신으로 발탁되어 고려국의 금강산을 구경하는 행운을 갖게 되었지요. 그는 고려국에 온 사신으로서의 임무를 끝내었어요. 그는 그 임무보다 그의 평생 소원인 금강산을 구경하기 위해 그의 일정을 살피며 은근히 조선의 관리에게 금강산 구경을 부탁했어요. 그때 마침 금강산 유점사에서 아주 큰 불교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사신은 그곳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어요. 그는 금강산에 대한 푸푼 기대감을 품고 유점사를 거쳐 보덕암까지 두루 돌아보는 계획을 하게 되었어요.
그 사신이 금강산 입구인 온정리에 도착하자, 그는 꿈에 그리던 금강산을 보게 된다는 마음으로 벌써 설레었어요. 그의 시야에 천태만상의 기암절벽이 멀리서 서서히 나타나자, 그는 숨을 거칠게 쉬며 감탄의 소리가 그의 목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요. 기치창검처럼 예리하게 솟아오른 바위봉우리를 보자 그 사신은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어요.
“아! 저게 구름이냐 산봉우리이냐? 누가 저렇게 오묘하게 다듬었단 말인가? 저 기묘한 봉우리를 표현할 말이 없구나.”
함께 온 사신들이 앞서 가도, 그는 금강산 경치에 눈이 팔려 그의 발걸음은 느렸어요. 그를 인솔하던 조선국의 통역관이 그에게 다가와 웃으며 넌지시 말을 했어요.
“금강산 경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저런 정도에 넋을 잃으시면 비로봉, 만폭동에 가시면 헤어날 수 없을 것 같네요.”
조선의 통역관은 그의 손을 잡아 이끌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금강산의 더 깊은 경치 속으로 안내했어요.
그는 금강산 골짜기를 돌 때마다 바위, 골짜기 등을 보며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과 놀라움으로 정신을 잃을 정도였어요. 금강산의 유명한 봉우리, 담소, 폭포 앞에 설 때마다 그것에 눈이 잡혀 걸음을 멈추고, 한 폭의 그림처럼 자신의 마음속에 담았어요.
그는 그런 경치를 볼 적마다 감동을 억제할 수 없어 조선의 통역관에게 엄지척을 하며 말했어요.
“금강산은 과연 명산 중의 명산이오.”
멀리로 백운대 골짜기가 햇살에 비스듬하게 비치는 모습이 사신의 눈에 비췄어요. 그 모습을 본 조선의 통역관이 백운대에 얼이 빠진 사신에게 백운대를 설명해 주었어요.
“백운대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요. 그냥 지나가기 아쉬워 말씀을 드리지요. 백운대는 아침이 되면 구름이 흩어졌다가 저녁에 새둥지처럼 모여드는 곳이지요. 저녁 무렵 산허리에 안개가 감돌고 노을이 비스듬하게 비치면 바위 산이 흰 구름으로 인해 붉은 봉우리에 흰 학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답니다. 그곳에서 손을 벋으면 잡힐 것 같은 혈망봉이 마주 보이지요. 그 산봉우리들을 기암괴석을 머리에 이고 기기묘묘한 만물상을 이루게 되지요.”
사신은 통역관의 설명을 듣고 그 모습을 상상하며 얼이 나간 사람처럼 백운대 주변의 경치에 황홀해 했어요.
그가 내금강의 유명한 폭포 만폭동 골짜기에 들어섰어요. 주변의 경치에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숨을 거칠게 쉬었어요. 금강대와 백룡, 흑룡, 비파, 벽파담을 지나면서 그는 주변 경치에 너무도 감동하여 숨을 멈추고 그 자리에 몇 번이고 서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켰어요. 사진기가 없던 때라서 눈 속에 그 아름다운 경치를 담아가려고 그렇게 했던 것이지요.
“여기가 땅인가? 하늘나라인가?”
그가 보덕암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구리기둥 하나로 합각지붕, 배집지붕, 사각지붕을 차례대로 질서정연하고 아슬아슬하게 머리에 얹고 벼랑에 붙어 있는 보덕암은 아찔하고 신기하기까지 했어요.
“조선민족은 과연 대단한 민족이야.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바위 끝에 암자를 짓는다는 것은 사람이 만든 건축물이 아니고, 신의 창조물이야.”
그는 신의 창조물 같은 보덕암 암자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신들린 사람처럼 두 손을 모아 부처님을 향하여 수십 번 합장을 했어요.
“나무아비 타불 관세음보살.”
그는 구리기둥 하나로 쇠사슬을 매어 둔 보덕암 암자 안에 들어서서 이곳저곳을 살피다 어떤 신의 목소리 같은 것을 듣는 것 같았어요. 마치 생명의 얇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혹은 수 천 척의 절벽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느꼈어요, 어쩜 몸과 마음이 비워지고 홀로 공중에 부웅 떠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는 암자 안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그 황홀함에 자신을 잊고 다른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구름 위를 걷거나 아니면 이 세상이 아닌 하늘나라 정원을 안개 속에서 걷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그는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고 부처의 품에 안긴 것 같은 영적 세계를 홀로 걷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는 보덕암의 문을 열고 흔들거리는 난간에 몸을 의자하고 금강산을 바라보았어요. 그의 눈에 비치는 보덕암 골짜기는 안개 속에 비치는 하늘나라 정원이었어요. 무지개 빛이 서리는 만폭동의 폭포 물줄기, 그 위 멀리로 백운동 봉우리를 감도는 하얀 구름 그리고 금강산의 기기묘묘한 바위 봉우리들이 그의 눈앞에서 천상의 그림으로 아슴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부처의 세계가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여기 로구나. 여기가 확실하게 부처의 품속이 틀림이 없다.”
그렇게 말을 하는 그의 눈 속에는 금강산의 모든 것이 부처의 세계로 펼쳐져 아른거렸어요. 그의 마음은 풍선처럼 한껏 부풀어 올라 무엇이 그의 마음속을 흔들면 바로 하늘로 오르든지 아니면 천길 물속으로 사라질 것 같았어요.
“이 곳이야 말로 부처님의 품속이 확실해.”
그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중얼거리면서 보덕암 아래의 흑룡담을 내려다보았어요. 흑룡담을 유심히 내려다보던 그는 부처의 품에 안기는 자신을 그렸어요.
“아! 저 흑룡담에 부처님이 모습이 떠 있고 그 품에 내 얼굴이 아른거리고 있네! 부처님의 저 포근한 품속으로 뛰어 들어 안기고 싶어.”
그는 보덕암 난간에서 천천히 내려가 바로 그 아래에 있는 흑룡담 위에 솟아있는 높은 바위 위로 걸어갔어요. 오똑하게 솟은 바위 위에 서서 아찔하고 시퍼런 흑룡담 담소를 내려다보았어요. 깊고도 깊은 담소의 물이 잠잠히 고여 있는 것이 부처의 품으로 포근하게 보였어요.
“진짜 부처의 품이 바로 이곳이구나. 내 여기서 죽어 조선의 영혼이 되어 영원히 부처의 품속에서 영생을 누리고 싶다.”
순간, 그는 높은 바위 위에서 흑룡담 담소를 향해 몸을 던졌어요. 바위 위에서 가벼운 한 송이 연꽃처럼 흑룡담으로 날았어요. 그는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의 품에 안기는 그런 평화로운 모습이었어요.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그 모습을 보고 보덕암 주변의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며 흑룡담 바위 위로 모여 들었어요.
“아앗! 저- ”
바위 위로 모여든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흑룡담 담소를 내려다보았어요. 혹시나 그의 몸이라도 떠오르면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가를 생각하며 숨을 멈추고 흑룡담을 내려다보았어요. 젊은 사람들 몇이 우루루 그 흑룡담을 향해 뛰어 내려갔어요.
그러나 그곳에는 검푸른 흑룡담의 물결만이 잔잔하게 흔들릴 뿐 아무런 기척이 없었어요. 그의 몸이 아무리 기다려도 물위로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는 금강산의 절경에 매혹되어 포근한 부처의 품으로 들어가서 영원한 조선의 영혼이 되었어요.
그와 함께 온 친구 사신들과 금강산의 승려들은 그의 죽음을 보고 생각하는 점이 많았어요.
“그대의 몸은 죽었지만 그대의 영혼은 영원히 금강산에 남을 것일세. 다른 나라의 사신이 이곳에 올적마다 그대를 찾을 것이네.”
“그대는 진실로 이곳에서 부처님의 참 모습을 보았네.”
그의 금강산 보덕암 암자 아래 흑룡담에서 죽음이 다른 여러 나라에 알려지게 되자, 금강산은 더욱 천하절경이자, 부처님의 영원한 품으로 알려지게 되었어요.
“조선국의 금강산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 흑룡담이란 담소에서 부처님의 품속에 안기게 되었다.”
조선국에 사신으로 온 사람이 그가 금강산의 경치에 홀려 부처님의 품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여러 나라에 전해지자, 금강산에 대한 열망은 더욱 뜨거워졌어요. 금강산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금강산 그림이라도 보고 싶어 조선에 가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했다고 하지요.
“자기, 이번에 금강산에 가면 금강산 빼어난 경치를 담은 그림을 몇 점만 사다주게나. 꼭 부탁을 하네.”
“보덕암 암자를 그린 그림 한 장만 사다주게나.”
금강산이 중국 중심에서 차츰 세계 여러 나라로 알려지게 되자, 그 반응도 대단하였어요. 옛날의 전설적 의미의 금강산에서 탈피하여 현대적 산악미에서 서양 등산가들이 금강산을 등산하고 그들의 솔직한 고백의 글이 서양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고 합니다.
유럽의 여행가, 탐험가들도 금강산을 보고 예술의 극치라고까지 찬양을 하고 있지요.
영국의 이자벨라는 자신이 금강산을 여행한 것이 일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행운이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세계 어느 나라 명산의 아름다움을 초월하고 있다. 미의 모든 요소로 가득 찬 계곡은 너무도 황홀하여 사람의 감정을 마비시킬 정도이다.”
독일의 한 여행가도 금강산을 찬양하는 글을 썼어요.
“금강산의 웅대한 전경, 산 전체의 바위 봉우리 등의 대담한 구성, 아찔한 절벽, 아직 도끼질 하지 않은 처녀림, 때 묻지 않고 맑고 순결한 폭포, 쉬임 없이 흐르는 여울 , 깊은 담소의 물빛 광선 그리고 그 색체의 변화, 이것은 지구상의 어느 신비한 절경도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금강산은 고대, 현대에 동서양 사람들에게 찬양을 받는 명산이지요. 예부터 지금까지 많은 시인, 작가, 화가가 금강산을 예찬했지만 춘원 이광수가 금강산을 그의 유려한 필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금강산은 발길 머무는 곳마다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하지만, 특히 백운대에서 바라본 중향성의 경치를 으뜸으로 치는 이들이 많다. 가을에 단풍이 들 때 푸른 하늘마저 흰빛을 드러내고 석양이 비치면 그 황홀함.”
이렇듯 금강산은 전설적 의미에서 차츰 현대적 산악미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어요. 1만 2천봉의 산봉우리마다 기암괴석을 머리에 이고 기기묘묘한 만물상을 연출하는 모습들은 서양 사람들에게도 또 다른 미적 감각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우리는 세계의 유명한 폭포를 잘 알고 있지요. 거대한 물줄기, 엄청난 수량 등으로 알고 있는 세계3대 폭포인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 미국의 나이야가라 폭포 그리고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에서 느낄 수 없는 만폭동 폭포만에서는 정적인 고요, 심오한 영혼의 울림을 들을 수 있는 것이지요. 만폭동 물의 흐름 속에서 느끼는 심장의 리듬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금강산의 만폭동 폭포는 영원한 살아 있는 생명체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