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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5-26 16:10

  • 오피니언 > 금강산이야기

90.신선이 된 불목하니

기사입력 2022-11-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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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동백나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있지만 주로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낙엽과의 소교목이지요. 동백나무와 그 이름이 유사하여 동백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차나무과의 동백나무와는 다르지요. 떼죽나무속으로 분류되어 떼죽나무와 유사해요. 높이는 6-15m 정도까지 자라며 6월에 꽃이 피게 되어요. 나무의 질이 단단하여 공예품으로 사용하지요.

 

한 젊은이가 갈 곳이 없어 정처 없이 떠돌다가 금강산의 신선골을 찾아가게 되었어요. 신선골에는 신선이 되기 위해서 도사들이 수도하는 곳이지요.

젊은이는 신선골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집을 찾아 들어갔어요. 젊은이는 수염이 허연 도사에게 크게 절을 하며 인사를 하였어요. 도사가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젊은이이게 물었어요.

자네가 누구인데 이런 곳에 찾아왔는고?”

, 도사님, 저는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품팔이군 이온데 이곳에서 일감이라도 있을까 하여 왔습니다.”

으음, 품팔이군은 그저 한 말이고, 어쩌면 자네도 이곳에서 도를 닦아 신선이 되려고 하는 마음이 있단 말인가?”

도사님, 저는 결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곳을 찾게 되었는고? 이 마을은 신선이 되기 위해 도를 닦는 도사들만 모여 수도하는 곳이라네.”

도사님! 저는 떠돌이고 무식한 자인데, 감히 어떻게 신선이 되는 일을 꿈꾸겠습니까?”

어허 무식이든지 유식이라는 것은 신선이 되는 일과는 관계없는 말이네.”

젊은이는 망설이다가 자신이 이곳 신선골에 찾아오게 된 연유를 도사에게 천천히 말하게 되었어요.

도사님, 실은 저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어느 곳 하나 정을 붙이고 살 곳이 없었습니다. 갈 곳이 없고 외로움에 지쳐 이곳저곳 떠돌다가 제 목숨을 스스로 저버리고 부모님을 따라 하늘나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주신 목숨을 함부로 끊는다는 것은 큰 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젊은이는 여기까지 말하고 눈시울을 적셨어요.

젊은이의 사연은 이러했어요.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이곳저곳 떠돌며 일한 곳을 찾다가, 어떤 사람에게 신선골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요. 신선골에 들어가면 도를 닦는 도사들이 많이 있으니, 그곳에서 심부름이나 해주면 먹고 자고하는 것이 해결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도사는 젊은이의 사연을 듣고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더니 무겁게 말했어요.

자네의 말을 듣고 보니, 참으로 딱하기는 하지만 이곳 신선골에는 모두가 자기 일을 자기가 스스로 하는 도사들이라서 자네가 할 일이 없을 것 같네.”

도사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젊은이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도사님, 이곳에는 여인들이 없어 밥을 짓는 일이라든지, 빨래를 한다든지 또, 산에 가서 나무를 하는 일은 제가 할 수 있습니다.”

, 이 사람아, 도를 닦는 사람은 빨래, 청소 등 그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라네. 그게 도를 닦는 자의 기본적 자세라네.”

도사는 젊은이에게 그렇게 말을 했지만 젊은이의 사정이 너무 안스러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여러 가지로 깊이 생각했어요.

여보게, 꼭 한 가지 할 일이 있기는 하지만 무척 어려 운 일이라네.”

도사님,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일감만 주십시오.”

도사는 수심에 잠긴 젊은이를 내려다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어요. 도사는 젊은이에게 그 뜻을 전하기가 어려워 몇 번을 망설이다가 말을 끄집어내었어요.

자네, 내 말을 잘 듣게 나. 내가 말을 하는 것은 신선이 되려고 도를 닦는 우리들만 아는 것이라네. 신선이 되려고 도를 닦는 사람은 반드시 나무그릇에 밥을 담아 먹는 다네. 놋그릇이나 사기그릇은 쓸 수가 없다네.”

젊은이는 도사의 말이 귀에 빨리 들어왔어요.

그러면 제가 그 나무 그릇을 다듬어야 합니까?”
그렇다네. 그러나 한 가지 어려운 것은 그릇을 다듬는 것도 어렵지만 그릇 만드는 나무를 구하기 어렵네.”

나무를 구하기 어렵다고요?”

그렇다네. 나무그릇을 만드는 특별한 목재가 있다네. ‘쪽동백나무라고 하는데 그 나무는 높은 산에서만 자라서 무척 구하기 힘든 나무라네.”

그래도 그 일을 하겠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꼭 해내겠습니다.”

자네의 용기는 좋지만 어려울 걸세.”

젊은이는 도사가 말한 일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이었어요.

도사님, 꼭 하겠습니다. 일거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날부터 젊은이는 신선골 마을 도사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쪽동백나무 그릇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문을 일일이 받았어요. 밥그릇,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필요한 것들을 받았어요.

다음날부터 젊은이는 주문 받은 쪽동백나무 그릇을 다듬기 위해 팔도를 떠 돌아야 했어요. 우선 쪽동백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그 쪽동백나무 무척 구하기가 무척 힘든 일이었어요. 높은 산이 아니면 쪽동백나무를 찾을 수가 없었고, 어쩌다 쪽동백나무를 찾았지만 나무가 너무 어려서 나무그릇을 다듬을 정도의 크기가 되지 못했어요.

그러나 젊은이는 하루에 백리 길을 예사로 걸어 쪽동백나무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겨우 몇 나무를 구하면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톱질하여 잘라서 나뭇짐처럼 지고 다녔어요. 제법 많은 쪽동백나무를 구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필요했어요. 그 다음은 나무그릇을 다듬는 목수를 찾아다녀야 했어요.

젊은이는 팔도에서 이름난 목공의 장인 집을 찾아다녔어요. 어렵게 수소문하여 유명한 목공 장인을 찾았어요. 그는 그곳에서 나무그릇 만드는 법, 나무젓가락 만드는 법, 나무 숟가락 만드는 법, 나무도마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몇 년 동안 피가 나는 고통을 참아가며 나무그릇을 아주 정교하게 다듬는 법을 배웠어요. 조금도 흠집이 없이 매끈하게 다듬었어요.

젊은이는 몇 년 동안을 목공장이 장인 밑에서 고생하여 도사들이 주문한 나무 그릇을 모두 완성했어요. 그는 그것을 소중하게 싸서 지게에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금강산 신선골로 갔어요.

젊은이가 신선골에 도착하여 너른 마당에다 다듬은 목기들을 내어 놓자, 도사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어요. 젊은이가 힘들여 지게에 지고 온 쪽동백나무 그릇을 햇살이 곱게 내리는 마당에 하나, 둘 펴놓자, 도사들이 그 그릇을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얼굴이 환히 밝아졌어요.

도사들이 자기가 주문한 그릇, 수저, 도마를 받아들고 젊은이에게 찬사를 한 마디씩 했어요.

솜씨가 대단하네. 어떻게 이렇게 묘하게 다듬었는가?”

반듯하고 흠집 하나 없는 게 너무 좋네.”

쓰지 말고 그림이나 도자기처럼 두고 보자. 보물 같다.”

그런 도사 중에서 젊은이에게 처음 이 일을 부탁했던 도사가 젊은이 앞으로 와서 감동 어린 말을 했어요.

자네 이 사람아, 이 신선골에 집을 한 채 줄 것이니, 이곳에서 살게 나. 그 집에 살면서 우리 신선들이 필요한 목기를 수시로 만들어 주게나.”

모두가 도사님께서 길을 잘 안내 해 준신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젊은이는 그날부터 신선골에 신선들과 함께 살면서 신선골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찾아가 해결해 주었어요. 몸이 아픈 도사들을 찾아가 금강산의 약초로 병을 치료 해주기도 하고, 몸이 불편한 도사들의 집에 찾아가 땔나무까지 해주었어요.

그는 차츰 신선골 사람이 되어갔어요. 먹는 것, 입는 것, 생활하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이 신선골 도사들과 꼭 같이 했어요.

어느 날, 젊은이는 자기를 인도해 준 도사를 찾아가서 자기의 생각을 의논했어요.

도사님, 나무그릇, 젓가락 등을 수시로 다시 만들어 드려야 하는데, 이 주변에는 쪽동백나무가 한 그루도 없습니다. 그 나무를 구하려면 조선팔도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게 엄청나게 힘 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저가 팔도로 돌아다니며 쪽동백나무 묘목을 가져와서 이곳 신선골 골짜기 양지마다 총총 심을 생각입니다.”

- 자네는 진실한 신선골의 지킴이이네.”

모두가 도사님께서 저에게 일자리를 주신 덕분입니다.”

다음날부터 젊은이는 조선팔도의 높은 산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키가 작은 쪽동백나무 묘목을 한 그루, 한 그루씩 빼어와 신선골 양지 녘에 정성껏 심기 시작했어요. 몇 년이 지나자, 신선골 앞 뒷산 모두가 쪽동백나무 숲으로 덮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는 동안 세월이 흘러 젊은이의 나이도 어언 예순 살이 넘었어요. 머리숱이 희끗희끗해 지고 얼굴의 피부도 주름이 늘어갔어요.

그는 신선이 되려고 도를 닦는 도사들과 함께 살면서 수십 년 동안 그들의 생활하는 대로 따라하게 되었어요. 불을 떼어 밥을 짓던 생활방식도 바뀌어 생식으로 세끼를 대신하게 되었고, 물 마시기, 옷 입는 것, 자는 것 등이 모두 도사들이 하는 습성을 그대로 배워서 몸에 익히게 되었어요.

오늘도 그는 아침이 되자, 산열매, 도라지, 더덕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쪽동백나무 잎을 우린 차가운 차를 한 잔 마셨어요.

그런 후, 그가 매일 하는 작업 공간에서 쪽동백나무 그릇을 다듬었어요. 쪽동백나무를 잘라서 대패질을 하고 끌로 홈을 파고 칼로 모양을 내어 식기, 숟가락, 젓가락을 정성껏 다듬었어요.

그렇게 나무 목공을 다듬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를 신선골에 처음 맞아주었던 도사가 찾아왔어요.

여어, 잘 계시는가?”

도사님, 무척 오래간 만이군요. 뵈 온지가 몇 년 되는군요.”

허어- 그렇군. 신선이라는 게 본래 그렇다네. 내가 그대 집에 자주 오지는 안아도 그대가 하는 일을 몇 년 동안 유심히 지켜보았네.”

제가 쪽동백나무 그릇 만드는 일에만 열중하느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마을에 잘 다니지를 않습니다.”

그대는 이제 시선이 되었네. 한 가지 일에만 열중하며 우리 신선이 하는 모든 법도를 십여 년 동안 그대로 따라 해왔네.”

도사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는 신선골에 와사 불목하니가 된 마음으로 저의 일을 한 것뿐입니다.”

불목하니라는 것은 절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것인데 자네는 그런 것과는 성질이 다르네. 그대는 분명히 신선이 되었네.”

아닙니다. 저는 오직 쪽동백나무 그릇을 만들어 드리는 일 이외에는 한 일이 없습니다.”

그대는 이곳 신선골에서 도를 닦는 사람들의 그릇을 만들어주고 오직 그 일에만 열중하느라고 속세의 때 묻은 모든 마음을 깨끗이 씻었네. 하루 세끼를 나무열매, 풀뿌리로 생식을 했지. 속세의 모든 부귀를 버리고 오직 신선골에서 도사들의 일만 도와왔지. 그 모든 일을 작은 것에서 추려보면 착한 일을 한 것이 1,000가지가 넘을 걸세. 분명 신선이 되기 위한 덕목 중에 착한 일을 1,000가지 이상 실천하는 그 일을 했네.”

도사는 그의 선행을 일일이 말해주었어요. 처음에 젊은나이로 신선골에 들어와서 신선들의 집집마다 크고 작은 일을 묵묵하게 도와주었고. 신선골 골짜기 양지마다 쪽동백나무 숲이 울창하게 짙어 있는 것은 그의 숨은 선행이었지요.

그는 도사가 말한 대로 신선이 된 것이 확실했어요. 그 얼굴은 더 늙어지지도 않았어요. 신선골의 도사들을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묵묵한 자세로 봉사를 한 것이 그의 얼굴에 웃음꽃으로 피었어요.

그 후에도 그는 신선골에서 도사들에게 쪽동백나무 그릇을 만들어 주며 200년을 살다가 달이 환히 밝은 밤에 달빛을 타고 신선이 되어 하늘나라로 올라갔다고 하지요.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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