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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5-26 16:10

  • 오피니언 > 금강산이야기

88. 금강산 도토리 마을

기사입력 2022-09-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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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의 별금강 호수 아래에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에는 별금강 호수가 가까이 있는 관계로 골짝기마다 맑은 물이 고이는 작은 웅덩이가 너무 많았어요. 그 바위웅덩이마다 도토리가 고여 누런 황금빛을 띠고 있었어요.

그런 까닭에 호수 마을에는 흙, 바위, 절벽 등이 모두 누런 황금빛을 띠고 있었어요. 마음 사람들은 그런 도토리의 황금빛을 태어날 때부터 보아왔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것을 몰랐어요. 간혹 다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이 마을에 오면 그 황금빛이 너무도 신기해서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이 마을에 마음씨가 착하고 몸이 건장한 총각이 살았어요.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해야 하는데 가까운 마을에 마땅한 처녀가 없어, 총각의 어머니가 어렵게 중매쟁이를 찾아갔어요.

여보게, 우리 아들 이번 가을을 넘기지 않게 참한 색시감 한 사람 소개 해 주게나. 서운하지 않게 답을 할게.”

그렇지요. 총각이야 마을에서 성실하기로 소문났지요.”

이 사람아, 꼭 잘 알아 봐 주게나.”

총각 어머니는 중매쟁이에게 두툼한 봉투 하나를 두고 갔어요.

중매쟁이는 다음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바닷가 마을 부자로 사는 강 첨지의 집으로 갔어요. 강 첨지 집에 예쁘고 참한 딸이 혼기를 놓쳐 마음을 조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중매쟁이가 강 첨지를 만나자, 은근히 딸 걱정을 부추겼어요.

첨지 어른, 따님이 나이가 많지요? 참 착하고 예쁜 따님인데요.”

이 사람아, 자네 잘 왔네. 올해 가을은 넘기지 않도록 어떻게 좀 알아봐 주게나. 내 섭섭하지 않게 해드릴 테니.”

어르신 저도 딸 가진 부모인데 누구보다 마음을 잘 알지 요. 별금강 호수마을에 혼처가 참 좋은데요.”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첩첩산골에다 우리 딸을 시집보낼 수 있나?”

그렇지요. 그런데 그 별금강 아랫마을은 골짜기가 깊은 대신에 골짜기마다 약초가 많고 물이 더없이 맑고 아름 다운 곳입니다. 더구나 그 마을 사람들은 심성이 물처럼 맑고 곱습니다.”

첩첩산골에다 우리 딸을 시집보내 놓고 내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있겠나?”

첨지 어른, 제가 권할 때를 놓치면 후회하게 됩니다.”

첨지는 긴 담뱃대를 몇 번이 빨아들이면서 고민을 했어요. 오래 동안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다가 어렵게 승낙을 했어요.

, 자네 말을 믿겠네.”

그날로 양가에서 서로 승낙이 되어 그해 겨울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어요. 바닷가 마을 첨지도 과년한 딸을 보내게 되어 마음이 가벼워졌고, 호수마을의 총각집도 예쁜 색시를 맡게 되어 집안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어요.

허지만 바닷가 강 첨지는 딸을 깊은 산골짜기로 시집을 보내고 걱정이 되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요. 딸 걱정으로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그 마을은 심심산골 외진 마을이라서 먹는 것, 입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딸이 얼마나 고생을 할까? 생각하면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어요.

혹시나 그 마을에서 바닷가 마을로 내려오는 사람이 있으면 은근히 딸 안부가 걱정이 되었어요.

우리 달 애가 깊은 산골마을에서 밥이나 제대로 먹을 수 있나?”

집안 식구들과 사이가 좋은지?”

그 애가 유난히 마음이 여려서 눈물이 많아..... .”

외진 산골에 딸을 시집보낸 첨지는 딸에 대한 근심과 걱정을 버릴 수가 없어 하루하루를 근심으로 보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딸이 사는 이웃집 사람이 바닷가 마을에 일 보러 왔다는 소식이 첨지의 귀에 들어왔어요. 첨지는 얼른 수소문하여 그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서 만났어요. 그 사람에게 후한 음식 대접을 하고 난 후, 딸의 안부를 물었어요.

우리 딸이 사는 그 집은 어떤 집이요?”

산골에서 온 그 사람은 눈치도 없이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말을 했어요.

따님이 사는 그 집은 5대가 한 집에 모여서 북적거리며 사는 집이지요.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시아버지가 함께 살지요.”

? 5대가 한 집에 북적거리며 산다고요?”

그 마을에는 그런 집이 많아요.”

그러면 삼시세끼 먹는 것은 풍족한가요?”

그 마을에는 도토리나무가 앞산 뒷산 심지어는 담장에까지 자라서 도토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 도토리로 생계를 이어 간다고요?”

첨지는 더 자세한 것은 묻지도 않았어요. 도토리로 생계를 이어 간다는 그 말이 목에 가시처럼 아파왔어요. 그날 이후, 첨지는 탄식을 하며 앓아 누울 정도였어요. 괜스레 중매쟁이의 말을 듣고 딸을 그 깊은 산골에 시집을 보내어 그 고생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니 후회가 되어 땅을 치고 싶었어요.

첨지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산골로 시집을 간 딸을 걱정했어요.

그 녀석 키울 적에 그래도 흰쌀밥만을 풍족하게 먹이 고, 고생 없이 키웠는데, 그 산골짜기에서 어떻게 도토리만 먹고 지낼까?”

첨지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고통스러웠어요.

그런데 딸은 간혹 바닷가 마을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술을 도토리로 담아서 인편에 보내오기도 했어요. 그 도토리 술을 마실 때마다 딸의 효성이 고마왔으나 도토리로 끼니를 때우며 고생하는 딸의 얼굴이 떠올라 눈시울을 적시기까지 했어요.

첨지는 매일 딸 생각으로 고민을 하다가 입술을 꾹 깨물고 용기를 내었어요.

그렇다. 결단을 하자. 딸을 그 첩첩산골에서 데려오자. 도토리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딸을 어떻게 그 골짜기에 둔단 말인가!”

한 가지를 보면 열 가리를 안다고 먹은 것이 도토리이면 입는 옷은 어떻고? 생활하는 것은 얼마나 고달플까?”

첨지는 큰 결심을 하고 딸이 사는 금강산 도토리 마을로 갔어요. 그래도 사돈집에 처음 가는 길이라 예의는 갖추어 간다고 바다에서 나는 미역, 다시마, 명태 등을 잔득 짐꾼에게 지어서 갔어요.

첨지가 딸네 집에 줄 귀한 바닷가의 해산물을 짐꾼에게 지게 해서 금강산 도토리 마을로 갔어요. 오후 늦게 딸이 사는 금강산 도토리 마을에 도착하자, 첨지는 골짜기 여기저기를 살피기에 바빴어요.

아니? 산봉우리들밖에 보이지 않구나. 이렇게 좁은 골짜기에서 곡식을 심을 밭이나 논이 보이지 않는구나. 밭농사 쌀농사를 짓지 않고 무엇을 먹고 산단 말인가?”

첨지가 마을의 골목길에 들어서니, 마을이 온통 도토리 삶는 냄새로 진동을 했어요.

세상에, 이러니 어떻게 우리 딸이 밥이라도 한 술 떠 먹을 수 있겠는가? 당장 우리 딸을 데리고 가야지.”

첨지가 걱정이 잔뜩 서린 얼굴로 딸집에 들어서자, 사돈네들이 대문까지 나와서 산골 사람들 같지 않게 아주 상냥한 얼굴로 반갑게 맞았어요.

딸이 친정아버지를 보자 환히 웃는 밝은 얼굴로 나오며 반갑게 맞았어요.

넓은 마당에 멍석자리가 깔리고 서로의 인사가 시작되었어요. 백발이 성성한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사돈 차례로 인사를 하자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어요.

인사가 끝나자, 반가운 손님이 왔다고 사돈에 집에서는 이웃 사람들을 불러 주안상을 마련하고 진귀한 음식을 올렸어요.

첨지는 그 음식상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어요. 산골 사돈에 집에는 가난에 쪼들리어 반찬도 밥도 제대로 차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차린 음식을 보니 너무도 진수성찬이었어요.

첨지는 정말 귀한 대접을 받고 얼굴이 환히 밝았어요. 사돈네와 인사도 나누고 사위와도 반가운 인사를 나눈 첨지는 딸과 둘이서만 이야기를 할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딸이 가까이 오자, 아버지가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얘야, 아버지가 너와 단 돌이 말을 하고 싶구나.”

아버지, 상관없어요. 이분들은 마음이 너무도 관대해서 저가 아버지와 집을 잠시 나가 이야기를 나누어도 아무런 눈치나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좋은 분들이어요.”

첨지는 그런 딸의 말을 듣고 여태까지 품어 왔던 사돈네에 대한 서운한 생각을 일시에 씻어버리게 되었어요.

잠시 후, 딸은 아버지를 모시고 마을 구경을 나섰어요.

딸은 아버지에게 자기가 사는 마을을 자랑삼아 이야기 했어요. 앞산 바위, 뒷산 바위, 작은 웅덩이 그리고 마을 옆으로 흐르는 작은 냇가를 아버지에게 웃으며 설명했어요.

아빠, 잘 들으세요. 지금 보듯이 앞산 바위 뒷산 바위 모두가 저녁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이지요. 저것은 이 마을에 도토리가 너무 많아 산도 흙도 모두 황금빛이지요.”

우와! 얘야, 그런데 말이다. 도토리 밖에 없는 너의 마을에 어떻게 해서 손님 대접 상을 저렇게 성찬으로 올리고 있느냐?”

으응, 그것은 이 마을에 도토리가 마을 사람들을 먹 여 살리지요. 여기 도토리 웅덩이를 봐요.”

딸은 아버지와 함께 가까운 바위 돌로 된 웅덩이에 수없이 떠 있는 도토리를 가리켰어요.

아빠, 도토리가 너무도 많아 바위로 된 웅덩이마다 고 여서 오래되면 그게 도토리 술이 되지요.”

도토리 술이 되? 그러면 네가 인편으로 나에게 보낸 술이 모두 이런 것이냐?”

그래요.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저런 것을 퍼 담아가서 다른 지방에 팔아요. 도토리묵을 쑤어서 팔고, 도토리 떡을 만들어서 팔기도 해요.”

딸은 웅덩이 가까이 가서 웅덩이의 도토리 물을 한 잔 떠서 아버지에게 드렸어요. 아버지가 그 도토리 물 을 한 잔 마시자, 정말로 정신이 아찔했어요. 아주 진한 도토리 술이었어요.

그렇구나.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이 이 도토리 술을 떠서 다른 지방으로 메고 가서 쌀 등의 곡식을 사오게 되는구나.”

아빠, 이 마을 사람들은 너무 편해요. 밭이나 논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아주 풍성하게 잘 살아요. 우리 집에만 봐도 그래요. 고조, 증조부 한 집에 5대가 살아도 항상 웃음꽃이 피어나지요.”

첨지는 딸의 말을 듣고 너무도 기분이 좋았어요.

얘야, 네가 사는 이 금강산의 도토리 마을은 참으로 별세상이구나. 이렇게 마을 바위웅덩이마다 신비한 술을 빚는 담소가 있으니 정말 별천지 같구나.”

첨지가 딸과 나란히 도토리 마을을 내려오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딸에게 흘러가는 말처럼 했어요.

애야, 나는 오늘 이곳에 와서 네가 고생을 하면 바닷가 마을 우리 집으로 너를 데려가려고 했다.”

아빠도, , 이렇게 오순도순 재미있게 잘 사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네가 사는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구나?”

아빠가 내게 꼭 하고 싶은 말?”

딸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아버지의 말을 기다렸어요.

얘야, 실은 말이다. 네 엄마와 내가 이 마을에 와서 살고 싶은데 네가 불편하지 않겠느냐?”

? 엄마, 아빠가 우리 도토리 마을에요?”

딸은 아버지가 예기치도 않은 말을 하자,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뛸 듯이 좋았어요.

좋지요. 엄마, 아빠가 우리 마을에 함께 살면 아침저녁으로 자주 찾아 뵐 수 있고 얼마나 좋아요.”

첨지는 그렇게 말하는 딸의 뒷모습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어요.

녀석, 항상 철없는 아이로만 생각했는데..... .’

그 뒤에 첨지는 부인과 함께 바닷가 마을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금강산 도토리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양지받이 언덕에 집을 짓고 부인과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요. 그것도 100살이 훨씬 넘도록 건강하게 잘 살았다고 하지요.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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