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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1-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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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금강산의 유토피아 배꽃 호수 마을

기사입력 2022-01-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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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행색을 한 사람이 외금강 골짜기를 걷고 있었어요. 그는 금강산이 좋다는 말만 듣고 만물상 골짜기를 찾아가고 있으나, 금강산 길에 익숙하지 않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가리마처럼 사람의 발길이 잦은 곳만을 찾아서 걸었어요.

그때, 아래쪽에서 승복을 입은 남자가 아주 힘찬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왔어요. 선비는 이 깊은 산 속에서 사람을 만났으니 반가왔어요. 더구나 스님을 만나니 더욱 마음이 푸근해졌어요.

스님, 어디로 가십니까?”

- 승려가 정한 곳이 있나요? 그저 아주 멀러 더- 머얼리로 가는 길입니다.”

그 머언 곳이 어디입니까?”

글쎄요. 이 세상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곳이지요.”

이 세상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곳이라면? 그러면 하늘나라인가요?”

아니지요. 그저 그런 곳이 있습니다.”

선비는 스님의 말을 듣고 무엇엔가 홀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 스님의 아래 위를 살펴보았어요. 그러다 문득 그 스님을 따라가고 싶었어요.

스님, 저도 스님이 가시는 곳으로 따라 가면 됩니까?”

스님은 선비의 아래 위를 살피더니, 아주 단호한 말로 물었어요.

선비양반, 바위로 된 아주 험한 산길을 며칠 동안 계속 걸을 수 있겠습니까? 그 보다 더 험한 곳도 있고요.”

선비는 스님의 말을 듣자, 덜컥 겁이 났어요. 이 깊은 산속에서 며칠을 걸어야 하다니, 그것도 험한 바윗길을 걸어가다니 무엇엔가 홀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선비는 곰곰이 생각했어요. 스님의 나이를 보니 선비 자신의 나이와 비슷하고 체력도 자신과 비슷할 것 같았어요. 선비 자신 정도의 체력이라면 스님을 따라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스님, 저도 스님을 따라 금강산 깊은 골짜기로 가겠습 니다. 함께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선비님의 몸, 나이를 보니 충분히 저랑 함께 걸을 수 있겠지만 어려운 산길마다 견딜 수 있을런지요?”

선비와 스님은 금강산의 아주 먼 길,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주 멀고도 먼 길을 함께 가기로 했어요.

선비양반, 나를 바싹 따라오시오. 길이 가파르고 험해서 자칫 나를 따라오기 힘들어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스님은 냉정한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앞장서서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험한 산길을 걸어 올라갔어요. 스님을 따라가는 선비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어요.

스님이 걸어가는 산길은 정말 힘이 들었어요. 가파른 고갯길이 시작 되었는가 싶으면 험준한 바윗길이 나타나고 그 바윗길이 끝나면 이내 산골짜기에서 쏟아지는 급류가 길을 막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어요.

그럴 때마다 선비는 앞서가는 스님을 바라보고 있는 힘을 다하여 따라 갔어요. 선비는 때때로 스님의 바랑에 있는 간식으로 배를 채우기도 하고 때때로 잠도 잤지만 기운에 부쳤어요. 그런데 정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곳에 닿았어요. 험준한 바위 길이 뚝 끊어지고 천 길 낭떠러지가 길을 막았어요. 그 길이 이어지는 곳은 맞은편 낭떠러지 길이었어요. 원숭이나 다람쥐도 건널 수 없는 길이었어요.

스님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낭떠러지 언덕 위에 아름드리나무 가지에 매어둔 그네 같은 것을 내리더니 이리저리 조정을 하고 망설임도 없이 그네에 올라탔어요.

스님이 그네에 올라 힘을 다하여 굴리더니 제비처럼 날아 건너편 낭떠러지 위에 새 둥지 같이 폭신한 곳에 가볍게 날아 내렸어요. 그 순간이 아찔했어요. 잘못 발을 헛딛거나 손을 놓지는 날에는 아찔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어요.

스님은 건너 편 둥지 위에서 여유 있게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선비보고 손을 흔들며 그네를 타고 건너오라고 손짓을 하며 큰소리를 질렀어요.

선비님, 그네를 타고 발로 힘껏 굴러서 이곳으로 뛰어 내리시오. 겁을 먹지 마세요.”

, ?”

선비는 대답은 했지만 손발이 바르르 떨리고 숨이 가빠왔어요. 그네를 잡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도저히 그네를 탈 수가 없었어요.

그러자, 맞은 편, 스님이 여유 있게 웃으면서 큰소리로 말했어요.

선비님, 나 먼저 가요. 처음에 내가 말했지요.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이라고.”

스님은 정말로 혼자서 갈 것처럼 지팡이와 바랑을 챙기고 있었어요.

! 잠간만. 스님 건너겠습니다.”

선비는 떨리는 손으로 그네 줄을 야무지게 잡고 발을 바르르 떨며 그네 위에 올렸어요. 숨을 크게 들여 쉬고, 있는 힘을 다하여 그네를 힘껏 굴리자, 그네를 맨 나무 가지가 휘청하며 휘이더니 건너편 낭떠러지로 선비의 몸이 제비처럼 날랐어요.

건너 편 새 둥지 같은 푸석한 곳에서 기다리던 스님이 재빨리 몸을 움직여 날아오는 선비의 몸을 받을 준비를 했어요.

- - 스님, 좀 잡아 주세요.”

스님은 아주 날렵한 몸짓으로 그네를 타고 날아오는 선비의 몸이 새둥지 같은 곳에 닿자, 재빠르게 선비의 몸을 낚아채듯 그네에서 내렸어요.

- 스님, 이제 살았어요.”

선비님도 대단하십니다. 참 위험한 곳이지요.”

선비가 입술이 새파랗게 되어 떨면서 물었어요.

스님, 이제 위험한 곳은 더 없지요?”

? 선비님, 이제 시작에 불과해요.”

? 아직 더 남았다고요?”

? 포기 하시려고요?”

선비는 스님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스님의 뒤를 따랐어요. 두 사람은 계속 험준한 산길을 올랐어요. 온 몸에 땀이 비 오 듯했어요.

스님과 선비가 얼마를 더 걸었을까요?

스님이 아주 경사가 급한 산비탈 앞에서 신발 끈을 조이며 선비에게 말했어요.

선비양반, 이 산비탈은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이어야 올라갈 수 있어요. 경사가 급하고 비탈이 미끄러운 마사 흙으로 되어 있어요. 발을 느리게 움직이면 미끄러져 무릎을 다치기도 해요.”

스님이 다시 한 번 신 끈을 단단히 조이더니 아주 빠른 발걸음으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너무도 빠른 걸음으로 뛰어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어요.

스님까지도 그 언덕에서 숨을 씩씩거리며 뛰어 오르다 앞으로 엎어져 다시 밑에서부터 출발해 헉헉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그길 이외에 다른 길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었어요.

선비는 신 끈을 단단히 조이고 숨을 크게 들여 쉬고 힘차게 언덕길을 뛰어 올랐어요. 조금 뛰어올랐다가 엎어지고, 또 엎어지고 그러다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어요. 그러기를 몇 번 계속하다가 겨우 언덕 위에 올랐어요. 온 몸이 흙 범벅이 되고 땀에 목욕을 한 것 같았어요.

산 능선에 오른 선비는 숨을 식식거리며 스님을 보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스님, 이제 다와 가나요?”

스님은 그런 선비를 바라보고 측은한 듯이 말했어요.

선비양반, 이제 반 정도 온 것으로 보면 되지요.”

? 반 정도!”

선비는 정말 어떻게 하나 망설였어요. 지금 가는 길을 포기하고 돌아간다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스님도 이제 어떻게 하면 선비가 편안하게 함께 갈 수 있을는지를 걱정하며 위로 했어요.

선비양반의 체력이면 충분하게 갈 수 있어요.”

그때부터 스님도 선비를 조심스럽게 모시고 가듯했어요. 두 사람이 걸어가는 앞에는 갈수록 어려운 길이 나타났어요. 하늘처럼 치솟은 바위산이 길을 막으면 그 바위산을 타고 오르는 커다란 밧줄이 내려져 있었어요. 앞이 뚝 끈긴 절별이 나타나면 그 절벽 사이로 작은 길이 있어 조심스럽게 타고 내렸어요. 울창한 가시덤불이 길을 막으면 손발을 할퀴어 가며 그 길을 헤쳐 나갔어요.

두 사람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 비로소 어느 야트막한 산봉우리 위에 섰었어요.

그 산봉우리 위에 서자, 스님이 비로소 숨을 휴우하고 내쉬며 말했어요.

선비양반 저 아래가 내가 말하던 사람이 갈 수 없는 마을이오.”

? 다 왔다고요!”

선비의 눈에 보이는 곳은 정말로 꿈속에 펼쳐지는 포근한 한 그림 같았어요. 사방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져 있는 마을이 새둥지처럼 포근한 곳에 다섯 채의 집이 조갑지같이 이마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그 마을에 밝은 햇살이 따뜻하게 발을 내리고 있었어요. 마을이 활짝 핀 하얀 배꽃으로 싸여 있었어요. 배꽃 꽃잎들이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는 모습은 아슴한 꿈결이 흔들리는 것처럼 아름다웠어요. 배꽃 향기가 안개처럼 이리저리 일렁이는 아늑한 배꽃 호수 같았어요. 마을의 다섯 채의 집이 하얀 배꽃 호수에 동동 떠 있는 것 같았어요.

! 세상에? 어찌 깊고 깊은 산골에 이런 마을이 있을까? 꿈이 아닐까?”

스님은 얼이 빠진 듯이 마을 내려다보고 있는 선비 앞에서서 천천히 마을로 내려갔어요.

선비는 스님과 처음 출발하면서부터 이상한 것을 느꼈어요. 승려의 옷을 입고 있지만 스님 같지가 않았어요. 말이며 행동이 아주 용감한 병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스님, 이 마을에 절간이 있나요?”

절간? 왜 내가 승려 같이 보이나요? 차차 알게 되지요?”

두 사람은 그 먼 길을 걸어온 피로도 잊고 배꽃 향기에 싸인 마을로 들어갔어요.

스님은 그 다섯 채 집중에서 제일 윗 쪽의 집, 싸릿문 앞에서 서서 집 안쪽을 향해 큰소리로 불렀어요.

여보, 나 왔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꼬까신, 비단 그리고 바늘, 실을 사왔어요.”

선비는 깜짝 놀랐어요.

아니? 스님이 마누라를?’

집안에서 예쁜 부인이 햇살같이 밝은 웃음을 머금고 나왔어요. 남편과 함께 서 있는 낯선 사람을 보고 당혹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어요.

내가 잘 아시는 분이니 서로 인사를 하세요.”

어색한 표정으로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었어요.

잠시 후, 허기에 지친 스님과 선비는 간단한 요기가 끝나자, 스님이 차를 끓여 와서 선비와 마주 않았어요. 스님은 비로소 승려 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더니 선비양반에게 수수께끼 같은 마을을 소개했어요.

선비양반, 이곳은 금강산에서 신비에 싸인 비밀스런 마을이오. 세상에서 착한 사람만 모여 살아요. 시기도 질투도 없고 잘 사는 사람도 없고 못 사는 사람도 없고 서로 도우며 형제처럼 오순도순 살아요.”

선비는 그렇게 말하는 스님의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얼굴이 티 없이 맑고 순하게 보였어요. 순하디 순한 한 마리 양처럼 보였어요.

몸이 풀리고 정신이 들자, 스님은 선비를 데리고 마을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인사를 시켰어요.

아이구, 우리 마을에 새 식구가 한 사람 불었네요.”

마을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햇살처럼 밝은 얼굴로 반기며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깨끗한 산골의 물소리처럼 맑게 들렸어요.

마을을 한 바퀴 돌아오면서 선비가 스님에게 어렵게 물었어요.

스님, 마을 모두가 스님의 옷을 입고 있네요. 왜 그런가요?”

그렇지요. 우리는 서로가 욕심을 버리고 모두가 한 마음이란 의미로 이렇게 승복을 입고 있답니다.”

그날 밤, 선비는 스님의 집 한 사랑방에서 잠을 자기 위해서 혼자 누웠어요.

, 나도 이곳에서 저 사람들과 집을 짓고 함께 살까? 저 사람들이 받아줄까? 나 혼자로서는 이곳을 빠져 나갈 수도 없어.”

그날 밤, 달도 밝았어요. 소쩍새가 소쩍소쩍 우는 산골에는 하얀 배꽃 향기가 달빛에 실려 방안에까지 향긋하게 실려 왔어요.

 

조현술 논설위원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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