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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1-21 17:22

  • 오피니언 > 고분군

명품

기사입력 2022-01-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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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자(문화부장)

명품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내가 소장한 것들이 나의 의식, 생각에 따라 명품으로 정해진다.

값비싼 다이아몬드가 아니어도 내 눈에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면 그것이 명품인 것이다.

흔히 명품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관을 감쌌다하여 자존감이 솟구친다 하더라도 내면적 가치가 채워지지 않으면 조약돌 몇 개 넣고 굴러가며 시끄럽게 울리는 깡통과 흡사할 뿐이다.

얼마 전 박학다식 분이 집필하신 책을 택배로 보내주셨다. 반가움에 서둘러 확인하니 요즘 유행하는 글체로 제목이 써져 있다. 얼른 책장을 펼쳤다. 읽어 가는 내내 단어와 문장 속에 스며들고 녹아들어 진국이 되어버린 삶의 자국들이 여과 없이 내 속을 후비고 들어왔다.

칠순이 넘은 그분이 초등학생 때 나는 유치원생이 될 만큼의 나이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비슷한 삶의 고난을 겪어 온 세대라는 점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동질감들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책속의 활자를 따라가기에 거침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비슷하게 겪은 험난했던 삶의 행로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지만 아픔의 순간을 공감하게 하는 것들은 더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그분은 학생시절 내내 장학생이었다. 학습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던 것이 나와 그분의 극과 극의 차이였다. 어려운 환경을 뛰어넘어 장학생이라는 모습으로 일어서는 모습이 그림처럼 지나갔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피어나는 조용함과 신실함, 진솔한 아름다운 문장을 한 점도 흘러버릴 수 가 없었다. 눈물짓게 하는 삶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다. 읽은 후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들을 옮겨 적었다. 다 적은 것을 가지런히 정리하니 단행본이 될 정도의 두께였다, 읽는 동안의 감동이 글을 옮겨 적는 동안 다시 감동을 주어 지금까지 읽었던 어떠한 책보다 가슴을 저리게 해 주었다.

명품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타인의 감정을 휘저어 놓을 수 있는 거짓 없는 삶의 모든 것에서 일점의 흠이라도 없는 것이 명품인 것이다. 고가의 의상과 희귀한 가방보다, 꿰메어 누더기 같아 보이나 깨끗하고 단정하며, 가방끈 헤어진 것을 천으로 겹겹이 감아 꼼꼼히 기운 가방이 더 명품이 될 수 있다. 먹거리가 귀하여 찐 고구마 한 개가 점심 도시락이 되어 주었지만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 온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 험난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을 수 있는 지금, 고난의 긴 터널을 헤쳐 나온 이들만이 지난날의 아픔도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주어진 지혜에 감사하여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과거라는 거울 앞에서 되새김이 되는 불평의 시간도 웃음지으며 늘어놓을 수 있다.

현재라는 발판을 힘겹게 돋울수록 미래를 향하여 달려 나가는 힘은 강해진다.

더닝 크루거 효과 Dunning Kruger Effect는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스스로를 높이 평가하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스스로 낮춰 평가를 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것이다.

스스로 명품을 만들어 가는 출발을 해보자.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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