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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07-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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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임말의 과도(過度)한 사용, 이대로 괜찮은가

기사입력 2021-07-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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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화수(논설위원)

대산면 출신/마산문인협회장/현 마산공고 교사
 

 

줄임말 사용이 난무하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줄임말 신조어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말이지만, 그들 또한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다. 함께 사는 세상에 소통은 필수다. 그런데 젊은이들 사이에 쓰는 줄임말을 국어사전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

줄임말이 요즈음 갑작스럽게 쓰인 것은 아니다. 이미 준말 또는 약어(略語)라 하여 사용되어 온 말들이다. 이는 말하거나 표기를 할 때 편리함을 좇은 것이다. 지방 자치 제도를 지자제’, 함안고등학교를 함안고등으로 쓰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고유명사의 경우 한국전력주식회사를 한전처럼 줄여 쓰기도 한다. 로마자도 그렇다. 국제노동기구를 ‘ILO’로 쓰고 있는데, 이는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의 첫 글자를 딴 명칭이다. 최근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이란 말로 줄임말의 정점을 찍은 듯하다.

언어의 사용에도 경제성이 따른다. 단순하게 단어를 줄이는 것까지는 이해해도 문장에 쓰인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줄이는 것은 무리이다. 정확한 의미를 추측하기 어렵다. 서로 간의 이해 부족, 의사소통 단절을 넘어 세대 간의 갈등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비번(비밀번호), 문상(문화 상품권) 등은 좋든 싫든 이미 사회에 자리 잡은 말로써, 연령층을 막론하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줄임말의 뜻을 잘 모르는 것을 두고, 단순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탓으로 넘기기에는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머선 129’, ‘애빼시’, ‘억텐등이 무슨 말일까? 10대의 젊은이라면 생소하지 않겠지만, 대부분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말이다. ‘무슨 일이구?’, ‘애교 빼면 시체’, ‘억지 텐션을 줄인 말로, 우리말뿐만 아니라 외국어까지 섞어서 줄이고 있다. 첫음절만 따서 줄이는 경우는 한 번 들으면 대충 알겠는데, 초성 단위로 줄이고 있어 정도가 지나치다. “ㄴㄴㅈㅎㅅㅇ이걸 어떻게 이해할까? ‘너나 잘하세요로 읽는다. 이쯤 되니까 별걸 다 줄인다는 뜻의 별다줄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기에 다다랐다.

최근 부동산 시장과 증권가에 불었던 영끌이라는 말은 영혼까지 끌어모으다를 줄여 쓴 신조어다. 시대상을 보여주는 말이라 씁쓸하기도 하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고 하니 정치인이나 기성세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언어의 일반적인 성질 가운데 역사성(歷史性)이 있다. 언어는 생명력이 있으므로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며, 쓰이던 말이 없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말, 신조어(新造語)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화, 자동차, 컴퓨터 등의 이름이 100년 전에도 있었을까. 이러한 것은 사물이 만들어지면서 자의적으로 이름을 붙이고, 이것이 사회 구성원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고유한 이름으로 굳어진 말들이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 했는데,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으로 지켜진다는 것이다. 언중(言衆)이 정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매우 복잡한 거리에서도 약속된 신호등에 따라 차들은 엉키지 않고 물 흐르듯 이동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세대 간, 지역 간에 완전하게 약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줄임말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물론이고 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언어생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언어로써 소통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소통에 위험성이 있는 줄임말 신조어 사용을 줄이려면 여러 측면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학교에서는 국어 교육을 통하여 학생 개개인이 줄임말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대중매체는 책임감 있는 편집으로 건강한 언어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더욱이 영상 매체 가운데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언어 사용에 특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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