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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07-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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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의 신비

기사입력 2021-07-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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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자(문화부장)

칠순을 훨씬 넘긴 듯하고, 서양인 치고는 체구가 자그마하다. 등은 나이탓 인지 연습 때 집중하느라 건반을 많이 보아서인지 많이 구부정하다. 백발이 파르르 떨기도 한다. 피아노연주에 집중하며 음정을 살리고 음표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세월이 남겨 준 흔적이 등을 굽어지게 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연륜이 남긴 흔적은 손마디에서도 단번에 알 수 있다. 손의 모양새를 보아 피아노 연주가 되려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투박하게 변해있다. 등을 굽고 손가락은 투박하고 얼굴의 주름은 오선지위의 음표마냥 들쑥날쑥 하고 혈관은 불룩하게 튀어나와 저 손으로 건반 터치가 제대로 이루어질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기억된 것을 제대로 펼쳐 낼 수는 있을까 하는 궁금점이 커진다.

연주를 위한 연미복과 반짝거리는 구두를 벗어버리면 옆집 아저씨나 맘씨 좋은 할아버지다.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처럼 보일 것 만 같다.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다. 오케스트라 대원의 숫자가 얼핏 보아도 60여명을 넘은 듯하다. 바이올린이 많기도 하지만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숫자가 많을수록 오케스트라 규모가 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발의 피아니스트는 악보도 없이 대곡을 연주한다. 손등은 혈관이 불룩하게 도드라져 있는 것이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꿈틀거린다. 손가락 마디는 제대로 굽혀질 것 같지도 않은데 건반을 터치하는 모습은 가벼운 새가 꿀을 찾는 것처럼 쉴 사이 없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조용하게 웅장하게 움직인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빠른 것만 보아도 16분 음표나 32분 음표가 가득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배를 홀쭉하게 비워버린 새의 깃털처럼 손가락은 건반 위를 자유자재로 다닌다. 흰건반과 검은 건반의 88개 건반 위에 먹음직하게 보이는 먹잇감을 찾아서 날아다니는 가벼운 새와 같다. 윗 눈꺼풀은 눈을 반쯤이나 덮고 있다. 귓볼이 늘어져 어깨에 닿을 것만 같다. 입가를 덮오버린 듯 깊게 패여 골을 이룬 것 같은 팔자주름은 자그마한 입을 숨겨 버린듯하다. 건반 따라 움직이는 시선사이로 입을 살짝 보여주면 음을 흥얼거리는 듯 움직이기도 한다. 음표가 주는 강약과 여리고 부드럽고 잔잔하게 애잔하듯 폭풍우 치듯 나아갈 때 베이스 선율로 잔잔히 흘려주는 오케스트라의 음색과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귀를 쫑긋 세우고 악기 고유의 음색을 조율한다. 머릿속 가득한 음표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손. 방금 호미를 던지고 달려온 것 같은 손가락, 건반위에서는 나이도, 굳어져 가는 관절도, 머릿속 저장된 음표도, 손가락의 움직임에 빈틈을 주지 않는다. 평생을 악보 보기. 음표 읽기. 음색 탐구하기. 건반의 소리확인. 지휘자와의 호흡 맞추기를 위한 연습과 노력이 백발의 피아니스트를 탄생시킨 것이다.

한 우물을 파 온 삶의 모범적인 모습, 몸과 마음 가득히 감성과 정서순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헌신하며 노익장을 펼치는 모습, 선율이 주는 신비로움, 백발의 연주자가 보여준 삶의 모습에서 닫히고 갇혀진 마음을 순화시켜보자.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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