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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07-29 19:09

  • 오피니언 > 금강산이야기

61. 만폭동 폭포가 바라보이는 보덕굴

기사입력 2021-07-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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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술 논설위원

 

보덕굴이 있었어요.

금강산의 만폭동 폭포가 바라다 보이는 절벽 위에 바위굴

그 바위굴은 수백 척의 바위를 깎아지른 듯한 높은 곳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천연 동굴이지요. 아슬아슬한 바위 절벽 위에 제비집같이 은신한 작은 천연동굴은 사람이 거처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어요. 동굴 안에는 샘물이 퐁퐁 솟아나고, 밝은 햇살이 동굴 깊숙이까지 비춰서 항상 포근한 보금자리 같았어요.

그곳 동굴에 서서 만폭동 폭포를 바라보면 신선이 되는 것 같지요. 만개의 물줄기가 내려 쏟으며 만들어내는 폭포의 무지개는 하늘나라 안개 속을 바라보는 것처럼 황홀하였어요.

그 동굴 안에서 회정스님이 치는 목탁소리와 낭랑한 염불소리가 바위 동굴 안에서 울려 나왔습니다.

여시아문 일시불재 사위국기 수금고 복원여대 비구중 천이백오신인구 .....”

동굴 안은 화강암으로 된 작은 암자 같았어요. 그 동굴 벽에는 보살들의 그림으로 새겨져 있고 바위로 된 제단 위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빙그레 웃으며 회정스님의 목탁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회정은 만폭동 폭포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물보라가 연출해 내는 무지개를 바라보았어요.

! 이 황홀한 만폭동 폭포, 무지개로 피어나는 물안개, 나는 언제 쯤 관세음보살을 만날 수 있을까?”

회정은 저녁 햇살을 등에 지고, 동굴 속에 있는 새둥지 같은 자신만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는 작은 방에서 눈을 감고 간절한 마음으로 중얼거렸어요.

아미타불의 왼편에 계시는 보살이시여. 세상의 소리를 듣고 중생의 고통을 들어주시는 보살이여, 단 한번만이라도 제 눈으로 바라보고 그의 행적을 본받게 하소서.”

회정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오로지 부처님에게 관세음보살상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회정은 깊은 잠 속으로 스르르 빠져들어 갔어요. 그는 꿈속에서도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염불을 외웠어요.

그때였어요. 회정 앞에 무언가 사람의 옷자락 같은 것이 얼핏 나타났어요. 하얀 옷을 입은 할머니가 밝은 웃음을 가득 머금고 나타나서 회정을 향해 입을 열었어요.

그대여, 그대는 관세음보살을 만나기 위해 뜨거운 기도를 새벽, 아침, 점심, 저녁까지 끊임없이 하고 있네. 천수대비기도를 3백만 번이나 했으니, 그 열정이 부처님의 마음을 움직이고도 남는다오.”

! 드디어 관세음보살님께서 나타나셨군요.”

아니오. 나는 관세음보살이 아니오. 그대의 천일기도에 감동하여 그 길을 말해 주려고 꿈속으로 왔소. 어쩜 나는 그대의 어머니, 아니면 할머니인지도 모르오.”

! 관세음보살을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나요?”

그대가 있는 이 동굴에서 북쪽으로 가면 금강산 산자락에서 몰골옹과 해명박을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스님은 꿈속에서 손을 허우적이며 할머니의 하얀 옷자락을 잡아 끌며, 더 자세히 물어보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잠에서 깨었습니다.

! 꿈이었구나. 꿈이지만 너무도 생생해. ‘몰골옹해병박이라!”

다음날 회정은 크게 결심을 했어요. 자기가 거처하는 바위 동굴에서 나와 몰골옹과 해명박을 찾아 정처 없이 길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마을을 지나고 작은 강()도 건넜어요. 마을을 지날 적마다 사람을 만나면 몰골옹, 해명박을 물었으나 모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어요.

그러다 어느 산모롱이를 지날 때였어요. 밀짚모자를 풀 눌러 쓴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혜정은 그 할아버지에게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물었어요.

어르신, 혹시 이 산골에 몰골옹과 해명박이란 어른을 아시는지요?”

그 할아버지는 회정의 아래 위를 천천히 훑어보더니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말했어요.

해명박은 모르고 몰골옹은 저기 바라보이는 저 산을 넘으면 그 산 중턱 오두막에 살고 있어요. 몰골옹? 그 영감쟁이를 만나서 무엇 하려고 그러오?”

회정은 할아버지가 몰골옹을 영감쟁이라고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다, 할아버지가 가리키는 산 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어요.

산골의 해는 빨리 기울었어요. 길을 갈 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방이 어둑해오자, 회정은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앞도 볼 수 없는 산길을 한 발, 한 발 걷던 회정은 산 중턱에 희미한 불빛을 보았어요.

! 저곳이 바로 몰골옹이 거처하는 곳이구나.’

회정은 무서움도 잊고 땀을 뻘뻘 흘리며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오두막을 찾아갔어요. 오두막 앞에 다다르자, 마치 기다기라도 한 것처럼 나이 많은 노인이 나왔어요.

어허, 먼 길 오시느라고 고생이 많소. 누추하지만 방으로 들어갑시다.”

! 어르신, 이렇게 초면에 신세를 져도 됩니까?”

허어! 신세? 이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소? 그대의 행색을 보니 승려의 몸이군.”

회정은 몰골옹의 방으로 안내 되어 들어갔지만, 도저히 방에 앉을 수가 없었어요. 쾌쾌한 냄새가 나는 이불. 가구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에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몰골옹의 풀어헤친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내음,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수염 그리고 질질 흐르는 콧물이 도저히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어요. 더구나 더덕더덕 끼인 눈꼽을 보니 금세 토할 것 같았어요.

몰골옹은 그런 회정의 마음을 꽤 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툭 쏘듯 한 마디 던졌어요.

사람이나 사물의 겉모습만 보고 그 사물을 평가하는 것은 구도자의 자세가 아니지요.”

회정은 몰골옹의 그 말에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처럼 뜨끔하여 공손하게 자리에 앉았으나, 도저히 마음을 바로 잡을 수가 없었어요. 한 시라도 빨리 이 오두막에서 나가고 싶었습니다.

이 근처에 혹시 해명박(解明搏)이라는 분이 있는지요?”

? 그 친구? 이 산을 넘어, 그 다음 산 산자락에 있소. 오늘은 늦었으니 이곳에 주무시고 내일 가시오.”

몰골옹이 저녁밥을 차려 주었지만 회정은 도저히 음식을 삼킬 수가 없어 억지로 먹었어요. 숨이 막히는 방안의 공기 속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이 뜨자마자, 회정은 몰골옹에게 겉치레 인사만 남기고 해명박이 산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회정은 멀리 산자락 끝에서 폭포 소리를 들었어요. 그 폭포 바로 옆에 작은 초막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 저기가 해명박이 거처하는 곳이구나.’

회정은 숨을 씩씩거리며 그 작은 초막을 향하여 걸음을 빨리했어요.

언덕 위에 포근한 초막 한 채가 자리하고 있었어요. 초막 마당에는 보기 드문 산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주변에는 나무들이 학의 날개처럼 벋어 있었으며, 초막 뒤로는 화강암 바위가 커다란 곰처럼 웅크리고 있었어요.

회정은 초막 앞에 가서 기침으로 조심스럽게 인기척을 내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주인을 불렀어요.

혹시 이곳이 해명박 어른이 계시는 곳인가요?”

초막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었어요. 회정은 초막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갑자기 덜컥 겁이 났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아주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초막 안에서 들렸어요. 초막 문을 배시시 열고 나온 여자는 뜻밖에도 웃음을 머금은 예쁜 처녀였어요. 봄 아지랑이 속의 선녀, 무지개 위를 걷는 선녀처럼 고왔어요. 보송보송한 볼의 피부가 손에 닿으면 퐁 터질 것 같이 예뻤어요.

회정은 그런 처녀를 바라보고 공손하게 물었어요.

이곳에 해명박 어른이 사시는지요?”

! 그렇습니다. 저의 아버지 되십니다.”

처녀의 입에서 해명박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자, 회정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주억거릴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였어요.

처녀가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회정에게 말했어요.

먼 길에 피곤하실 텐데 들어오시지요.”

회정은 몇 번을 망설이다 못이긴 체 처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어요. 초막의 방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깔끔하게 정돈 되어 있었어요. 초막 봉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이 방을 비추자, 방이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밝아왔어요.

처녀가 공손하게 따라주는 차를 한 잔 마시자, 회정은 이 세상에서 느끼지 못한 황홀경에 빠지는 것 같았어요.

아가씨, 이름이 무엇이라고 하오?”

, 아버지가 보덕이라고 불러요. 아버지는 저를 보덕각시라고 부르며 웃어요.”

아버지가 보덕각시라고 불러요?”

우리 아버지는 천둥소리처럼 무서운 소리로 사람을 겁내게 해요. 그러나 마음결은 봄 햇살처럼 고와요.”

그때였어요.

초막 밖에서 하늘을 흔드는 듯한 무서운 고함소리가 들렸어요.

어떤 남자 녀석이 처녀 혼자 있는 방에 들어갔어?”

그 소리를 듣고 처녀가 활짝 웃으며 문을 지긋이 열고 나갔어요.

아버지, 손님을 제가 억지로 방에 들어오라고 했어요?”

네가? 그래도 그렇지. ? 승려 옷을 입었군. -”

승려 복을 입은 회정을 보자, 해명박은 금세 목소리가 부드러워졌어요.

그 날 밤, 회정은 어떻게 밤을 넘겼는지 몰라요. 회정은 어젯밤 일을 꿈속이듯 묻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자기가 보고, 들은 것들을 모두 눈을 감고 싶었어요.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회정은 초막에서 나와 쫓기듯이 급히 나와 버렸어요.

새벽 햇살이 솔잎 사이로 비추는 산길을 걸으면서 회정 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숨을 거칠게 쉬며 어젯밤 일을 생각했어요.

해명박과 그 딸이 내가 보는 앞에서 첫날밤을 치르는 혼례식을 하고 부부로 함께 잠을 자다니!”

차라리, 몰골옹에게서 더 인간적인 면을 찾을 것 같다. 그곳으로 가자.”

회정은 산을 넘어 다시 몰골옹의 오두막을 찾아갔어요. 회정은 몰골옹이 사는 오두막으로 돌아가자마자, 머뭇거림도 없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몰골옹에게 말했어요.

- 수도자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을 줄 아는 눈이 되어야 하오. 해명박이 어젯밤에 당신을 시험한 것이군. 해명박은 보현보살이고, ‘보덕각시는 관세음보살이오.”

! 그렇습니까?”

회정은 눈이 번쩍 떠졌어요. 그가 메고 있던 바랑이랑 들고 있던 모든 것을 뿌리치고 어젯밤 그 초막으로 달려갔어요. 회정이 땀을 뻘뻘 흘리고 산을 넘어 곰바위 아래 있는 해명박의 초막을 찾아보았어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요. 분명 어제는 커다란 곰바위 앞에 깨끗한 초막이 있었는데, 그 초막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어요.

회정은 크게 깨닫는 바가 있어, 그길로 자기가 수도하던 만폭동 골짜기의 바위굴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회정은 바위굴로 돌아오면서 관세음보살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회정이 바위굴 아래에 있는 만폭동 폭포 앞에 다다르자, 자기 눈앞에 나타난 여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젯밤 그 보덕각시가 만폭동 폭포가 흐르는 개울가에서 목욕을 마치고 바위굴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회정은 바쁜 걸음으로 보덕각시를 따라 바위굴로 올라갔으나 보덕각시는 보이지 않았어요.

! 보덕각시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구나. 그렇다면 이 바위굴 안에는 관세음보살의 기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회정은 그 바위굴을 보덕굴이라 이름 짓고, 보덕굴을 기도도량으로 삼자,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기 위해 모여 들었어요. 백일기도, 천일기도를 하는 신도들에게 신기한 기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아픈 병자가 기도를 하면 병이 낫고, 여인들이 아기 낳기를 기도하면 그 소원을 이루자,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보덕굴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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