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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는 전쟁 중!

시민기자 이경옥

기사입력 2014-05-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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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카톡의 상태메시지 프로필에는 ‘우리 딸 쳐다보고 있으면 환장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무엇이든 대충대충, 적당히 타협하는 딸에게 “니는 얼굴도 안 되고 몸매도 안 되니깐 길은 딱 하나 밖에 없다. 공부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더니 요 며칠 전 “엄마 말이 맞아요.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요”하고 말하더니 그날은 내 마음에 쏙 들게 밤늦게까지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에휴. 또 저 마음이 며칠이나 갈지,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한계를 극복한다고 18시간동안 공부만 한다고 밤을 지새우더니 일주일 내내 비몽사몽으로 헤매고, 수학이 재미있다고 영어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학입시는 수학에서 판가름 날지 몰라도 나중에 살아 가는데는 영어를 잘 해야 한다고 했더니 수학을 내팽개치고 영어만 또 죽어라 파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열심히 해야 되는 것이 공부라고 아무리 말해도 엄마는 잔소리꾼이라고 귀를 틀어막는다. 무엇이든지 작심삼일! 그런 식으로 공부하더니 경남 초․중학생체육대회 학교대표 탁구선수로 출전한다고 온종일 탁구만 생각하네.

내 욕심은 탁구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으면 하는데, 딸은 나 닮아서 두 가지를 동시에 못하네. 한 번에 한가지씩만, 그것도 대충!

이번 탁구대회에서는 지난 3년간 열심히 가르친 선생님의 열정에 보답할 수 있는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던 선생님의 말씀에도 우승하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랬다. 내가 보기에 딸은 탁구를 아주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선생님은 언제나 부족하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날 가르쳐주면 잘 하는데 다음날이 되면 전날 가르쳐 준 걸 아주 깔끔하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공부도 그러더니 매사 그런가 보다. 딸은 스무 번쯤 가르쳐주어야 몸에 익힌단다.

지금 이 정도의 탁구실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열정적으로 가르친 선생님의 덕분이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견딘 딸의 노력도 분명 있으리라. 초․중학생 체육대회 바로 다음날에는 600여명이 참가한 전국 아라가야배 탁구시합이 있었다.

우승하면 상금이 40만원이라고 우승상금을 기대하고 있길래 ‘꿈 깨라’ 생각하면서도 “그래, 우승하면 상금 어디다 쓸 거야?” 하고 물었더니 우리가족 1인당 오만 원짜리 뷔페 먹으러 가잔다. 참 간도 크네. 우리가 언제 오만 원짜리 뷔페 먹어나 봤나?

오만 원짜리 뷔페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지? 일단은 고맙다고 했다. 항상 자신만 챙기는 이기주의자인줄 알았더니 가족들을 챙길 줄도 알고. 아라가야배 시합에서는 경험 있는 선수들이 아주 많다는 것과, 자신들이 승리하기 위해선 많은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값진 경험이었다.

자신들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선생님! 이제부터는 정말 열심히 땀나게 탁구를 치겠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전국대회 우승도 하고 싶어요” 한다.

남자 아이들과 달리 여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땀 안 날 만큼만 탁구를 치며, 땀 날까봐 설렁설렁 대충대충 탁구를 친다며 속상하고 안타깝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곤 했다. 그래서 딸아이에게 좀 열심히 하면 안 되냐고 매일 잔소리를 했다.

이미 자신들이 다 큰 성인으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인들 잔소리 아닌 것이 있겠는가? 열심히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도 안다.

그 약속을 지킬 수만 있다면 앞으로 세상을 살아나갈 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난 딸에게 자신이 계획한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다그친다. 자기가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딸에게 늘 잔소리를 하면 “내가 다~~알아서 할 거예요” 한다. 자기가 알아서 하면 나도 편하다.

 

이경옥 기자 (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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