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바다를 바라보았는가. 밀려오는 파도를...

저만치서 어깨를 치켜세우고 곧장 달려와 발밑에서 부드럽게 스러지는 바다를. 그 바다 위에 서 있는 위풍당당한 현수교를 보았는가.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현수교의 조명이 밤하늘과 밤바다를 수놓는 풍경을 본 적이 있는가. 백사장을 천천히 걸으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타연주와 노래 소리에 흥이 겨워 시선을 돌린 적이 있는가. 해변 카페에 앉아 그 모든 풍경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이런 즐거움이 가능한 바다, 그 곳이 부산의 광안리다.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다 서울의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은 이런 말을 한다. "바다가 보고 싶어.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 내려 몇 발자국 걸으면 바다에 도착할 수 있는 부산이 그리워." 그러고 보니 송도, 광안리, 해운대, 미포, 기장까지 부산에는 아름답고 근사한 바닷가가 많다. 그 중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구나 가족끼리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바다를 꼽자면 광안리가 최고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금련산역에서 내려 걸어서 10분 정도면 광안리 해변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걸어가는 동안 바다의 향기, 바람이 서서히 다가온다. 그게 어떤 거냐고. 글쎄, 이건 부산 사람들만이 설명할 수 있다. 대략 요약하자면 이렇다. "외지에서 지내다 부산에 돌아오면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싱싱한 갯내음 같은 게 느껴진다. 그것이 천천히 몸을 감싸는 기분이다. 그럴 때 부산에 왔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부산의 냄새를 음미하며 광안리 해변으로 걷는데 갑자기 도로 끝이 툭 트인다. 어렴풋이 푸른 빛이 보인다. 바다다. 원래 이름은 광안리해수욕장이지만 사람들은 그냥 '광안리'라고 부른다. 여름에만 찾아가는 해수욕장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찾아가는 휴식처다.

광안리라는 이름은 조선시대부터 사용했다. 동래군 남촌면 광안리란 지명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바다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광안동, 민락동에 걸쳐 있다. 광안리 해변로를 천천히 산책하는 일은 3개 동을 걷는 일이다. 광안리는 예로부터 물이 좋기로 이름났던 곳이다. 그래서 멸치 등 고기잡이 막사가 많이 있었다. 해변가에 근사한 카페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던 1980년대 초 광안리를 찾으며 청춘을 보냈던 사람들 중에는 해변 한쪽에 펼쳐진 그물망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현재 광안리를 보고는 "이렇게 근사하게 변하다니"라며 감탄하거나, "이럴 줄 알았다"고 자랑스러워한다.
 

  

광안리는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 속 해양공원이다. 광안대교가 바다를 가로지르고, 불꽃축제와 바다축제 등이 열리는 곳이다. 셀 수 없는 오랜 세월동안 금련산에서 바다까지 천천히 흘러내려 온 질 좋은 모래는 반달처럼 휘어진 모래사장을 만들었다. 총면적 8만 2천㎡, 사장 길이 1.4㎞, 사장 폭 25~110m이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툭 트인다.

광안리 해변가에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회 센터가 있고, 콩나물해장국 거리와 언양불고기가 있다. 무엇을 먹고 싶든 이곳에 다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해변가 야외상설무대에서는 각종 공연이 열린다. 가까운 곳에는 수변공원, 해변공원, 청소년수련원, 해양레포츠센터가 있다. 바나나보트,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광안리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 광안리를 떠날 때까지 시야에 계속 남는 장면, 광안리를 떠나서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 광안대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복층구조 현수교로 1994년 착공해 2003년 1월 개통한 다리다. 총 길이는 7.42㎞로 해안선을 순환하는 도로망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했다.

광안대교의 명성은 환상적인 야간 조명 덕분이다. 다리는 해운대 방향의 하층, 용호동 방향의 상층으로 구성돼 있다. 밤이 되면 조명은 주변 건물들에서 쏟아지는 불빛들과 함께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만들어 낸다. 광안리를 찾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낮에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웅장함으로, 밤에는 야경이라는 낭만으로 광안대교를 기억한다. 바다를 달리는 광안대교 자체가 부산의 랜드마크인 것이다.

이쯤에서 광안리의 야경이 만들어내는 두 가지 상황을 생각해보길…. 해변의 카페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광안대교는 아름답다. 반대로 광안대교 쪽에서 해변을 봐도 기가 막힌 풍경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해변의 야경은 형형색색의 간판 조명, 예쁘게 꾸며진 카페들로 반짝인다. '여긴 어디'라고 생각할 만큼 멋지다.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근사한 장면이 너무 빨리 사라져 버려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광안리에서는 반려견의 목줄을 잡고 산책을 나온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편안한 트레이닝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반려견을 데리고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은 인근 주민들이다. 관광객들이나 부산의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이들과는 쉽게 구분된다. 자전거를 타고 해변로를 통해 어디론가 달려가는 사람들, 배낭을 메고 부산 갈맷길 광안리 구간을 걷는 사람들, 손을 꼭 잡은 연인들, 가방을 메고 까르르 웃으며 지나가는 학생들,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 아이가 백사장을 마음껏 달리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젊은 부부들, 그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는 노부부들. 해변 산책로 어디에 앉아 있더라도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는 만만치 않다.

해변로 곳곳에서 악기를 들고 나와 공연을 하는 젊은이들도 볼 수 있다. 마음을 울리는 노래 소리가 들릴 때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보면 된다. 구경도, 자리를 떠나는 것도 자유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누가 지켜보거나 말거나 연주할 만큼 하고, 노래를 부를 만큼 부르다가 그만하고 싶을 때 멈추면 된다.

이 모든 풍경과 많은 사람들의 배경이 되어주는 바다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백사장 끝, 바다의 시작에 섰다. 배경이 되어 주었던 바다가 아니라 실제의 바다가 눈앞으로 달려든다. 눈을 들어 보면 저 만치에서 제법 높은 물결을 이루며 눈앞으로 달려오는 바다. 발밑에서 와서 하얗게 부서지며 사라지는 '그 무엇'.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바다색이 다르다는 것을 아시는지. 한여름의 짙푸른 바다는 겨울이 되면 회청색에 가까워진다. 바다가 일제히 일어서서 해안으로 달려올 때 자세히 보면 바다의 힘줄이 보인다. 울근불끈 뭔가 보이지 않는 근육과 힘줄로 연결된, 더 없이 넓은 바다가 보인다. 답답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멍 때리기'에 몰두하는 데 그만이다.

그렇게 바다를 마주하는 동안 느끼게 된다. '도심 바로 옆에 있는 저 바다가 부산의 중심을 꽉 잡아주고 있구나, 그래서 이 흙덩어리가 흩어지지 않는구나.' 바다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깊고 위대해서 가끔은 이런 생각거리도 던져 준다. '내가 서 있는 여기는 지구(地球)인가, 수구(水球)인가.'

광안리 바다 위로 서서히 해가 진다. 아니 광안대교에 조명이 하나 둘 켜지자 비로소 해가 진다고 해야 하나. 마치 광안리라는 무대의 조명을 맡은 두 팀이 임무를 교대하는 것 같다. 그렇게 조명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등장인물이 바뀌었다. 음악은 더 커지고 차와 술과 음식은 풍성해진다. 사람들은 더 많이 웃었다. 그렇게 광안리는 매일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경남지역신문협의회 공동취재

더함안신문(ha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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