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갑오년 새해벽두의 여항산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시민기자 이경옥

떡국을 준다는 말을 듣고 작년에 여항산을 방문했다. 집에서 한 해를 맞이하며 잠만 자는 것 보단 새해 처음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헤이해진 마음도 다 잡을 겸. 그렇게 작년에 딸과 함께 여항산에 갔다. 해가 항상 빨리 떠오를 거라 생각하지만 해는 어디를 가나 7시 이후에 떠오른다. 그래서 7쯤에 여항산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지. 어떻게 산에도 오르지 않고 떡국부터 먹을 수 있냔 생각에 산을 쬐끔 오르는 시늉을 했었다. 역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몇 발짝 오르기 시작하니 숨이 가빠오고 올라가기 싫어졌다. 한 십 분에서 이십분의 시간이 흘렀나? 딸에게 우리 올라가지 말고 여기서 대충 보다가 내려가서 떡국 먹고 집에 가자했더니 흔쾌히 동의한다. 그때였다.

산 정상에서 터지는 감탄의 소리! 아! 해가 떴나 보다. 우리도 산 정상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무사이에 막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장소에 서 있었던 우리는 떠오르는 태양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딸! 올해 여항산은 해가 뜨지 않았어!”

“왜요? 저기 해 떠올랐는데요.”

“우리가 해 뜨는 것 보지 못했으니깐 안 뜬 거야”

그렇게 우스개 소리를 해가며 떡국을 먹으러 갔다. 떡국을 준비하느라 고생하시는 그 지역민들의 봉사에 감사해하며 떡국을 먹고 있었는데 군고마도 구워주는 푸근하고 넉넉한 시골마을의 정이 아직까지 남아 있음을 감사해했다.

2013년 한 해의 마지막 날!

“딸, 내일 여항산 가서 떡국 먹고 올래?”

흔쾌히 찬성. 아들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자기는 절대 안 간다고 한다. ‘나도 너 데리고 가면 힘들다’

신랑에게 물어보니 약간의 망설이는 기분이 느껴진다. 그래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 가도 돼”

단칼에 잘라주니 서운한 맘, 안도하는 맘이 느껴진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어디한번 제대로 가자고 한 적도 없었고, 항상 내가 가자고 해야 마지못해 따라나서는 남편님! 이제 나도 자립한다. 인생 별거 있나? 하고 싶은 것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왜 여태 그 생각을 못 했는지 후회된다. 가고 싶지 않으면 우리끼리 가면 되는데, 왜 꼭 남편이 가야한다고 생각 한 건지.

 그렇게 2014년 새해 1월 1일을 우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여항산 떡국을 목적으로 새해 계획을 세웠다. 남편은 우리가 떡국 먹으러 간다는 그 단순한 말을 듣고 한심하다는 투로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떡국’이라고 다 그냥 떡국이 아닌 것을 그는 아직 모른다. 새해 첫날 산에서 떡국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그리고 딸과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음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알람을 4시 반에 맞추어 놓았는데 울림이 없어 확인해 보니 아찔하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아 월․화․수…. 일주일 전부를 설정해서 잤건만 정작 1월 1일 수요일 것만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았다.

새해 첫 날부터 계획이 어그러질 뻔한 불상사가 생길 뻔 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한숨 돌리며 머리감고 몸도 마음도 경건히 하고 아직도 어두운 새벽을 보며 딸을 깨워 여항산에 갔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고요 속을 따라 걸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문득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답답함이 어떨지 생각했다. 후레쉬 불빛을 따라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산을 올라갔다. 아, 그런데 딸이 힘들다고 내려가자고 한다. 헐! 오늘 딸과 나의 계획이 일치하지 않는다.

나는 정상에 올라가고 싶고, 딸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새해 산에서 나눠 주는 떡국이 목적이라는 것.

“어두워서 지금 내려가는 것 힘들어”

“그럼, 해 뜨면 내려가요. 꼭”

해 뜨면 내려가자고 약속하며 속으로 웃었다. ‘바보야, 정상까지 가야 해 뜬다. 그 전에는 해 안 떠오른다 ’

6시쯤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으니 7시 넘어야 해가 뜨니깐 여항산 까지는 한 시간만 가면 충분하다. 그렇게 딸을 속이며 어느 정도 올라가니 덥기도 하고 땀도 나고 물도 먹고 싶어 하며 힘들어 한다. 내려가자고 자꾸만 조르기에 등산객 한 분에 우리가 올라온 게 얼마쯤이냐고 애가 힘들어 한다고 했다.

거의 다 올라왔다고 정상을 눈앞에 두고 하산할 것이냐고 딸을 위해 등을 떠민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정상을 향해 묵묵히 딸은 한 발 한 발 걸어 나간다.

그래, 인생도 그렇게 힘들어 쉬고 싶을 때가 나오고,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너를 극복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여기서 이렇게 포기하면 계속 포기하는 일만 생길거야 .힘을 내라고….

마음속으로 얘기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정상이 눈앞에 펼쳐지니 딸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7시 18분 쯤 해가 뜨기 시작했다. 정상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리고 다행히 우리가 좀 빨리 올라간 관계로 좋은 자리에서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힘들게 올라와서 더 의미가 있는 새해 첫 태양을 딸과 함께 맞이해서 행복했다. 잊을 수 없는 딸과의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같은 곳을 같이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번 산행으로 딸은 많은 것을 느낀 것 같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아야겠다.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가짐까지. 한 순간에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준 여항산!

함안 군민 여러분들도 가족과 함께 내년에는 새해를 여항산에서 맞이하는 것 어떠세요?

 

 

이경옥 기자(hamannews@y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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