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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14 오후 1:38:44 입력
• 오피니언 > 고분군

정체불명

김양자(문화부장)

 

현재 위치가 위태롭거나 미래가 불투명하거나 불안하거나 근무지에서 희망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인맥을 찾아 곁눈질하기 바쁘다.

지연과 학연을 찾아 지금하고 있는 일과 전혀 길이 다르고, 전공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길의 방향을 바꾸어서 미래의 목적을 성취하려는 욕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단순히 경제적 힘겨움을 탈피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아 줄 수 있지만 우리들만의 오래된 정이 서로를 보듬어주는 순수한 면을 엿볼 수도 있다. 순박하게 자그마한 것이라도 연줄이 되어주어 삶을 보람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손을 내미는 이나 도움을 베푸는 이나 마음속 훈훈함이 전해지기도 하여 가정적, 지역적, 사회적인 안정을 유발하게 해주는 요소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서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확연히 다른 것들이 곳곳에서 벌어져 우리들 삶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한다. 요즘 유행하는 언어적 표현은 그러한 것들에 대하여 ‘찬스’라는 단어로 부른다. ‘찬스’ 는 일방적으로 새치기 하는 것과 같다. 차례를 기다리며 줄지어 선 무리를 밀치고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기 위해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자리를 차지해버린다.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시치미를 떼고 있으면 억지에 의하여 물러난 사람은 당황한 나머지 한마다 대꾸 할 사이도 없이 황당한 처지가 된다.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 은수저. 엄마찬스. 아빠찬스. 장모찬스. 남편찬스. 아내찬스. 직위찬스. 학벌찬스라는 단어가 신종어가 되어버렸다.

별다른 노력이나 수고 없이 앞줄에 설 수가 있으며 그것이 찬스에 의한 기회포착 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두뇌싸움에서 승리한 행운아로 칭찬한다. 신종어가 때로는 새로운 정보의 제공으로 등장하여 낯선 것들에 대한 접근을 쉽게 이어주는 도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런 찬스의 기회도 없는 자는, 하늘을 보아도, 곁눈질을 해보아도, 찬스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피가 말라 버리는 것 같고, 살점이 터질듯하다. 커다란 바위와 대결하는 계란이 되어 결투를 벌여야만 한다.

동화에서 박쥐와 까치가 찬스주의 행동하는 것이 있다. 새들이 동물들을 공격할 때 박쥐는 날아다니는 자신을 드러내며 새무리에 들어가 동물을 공격한다.

반대로 동물들이 새들을 공격할 때는 날개를 접고 몸에 밀착시켜 동물인척 하며 새들을 공격한다. 싸워봤자 서로에게 상처만 줄 것을 알게 된 동물과 새들은 협상을 하고 사이좋게 지내게 되자 박쥐는 쫓겨 도망을 간다.

새들이 왕을 뽑을 때다. 왕이 되고 싶던 까치는 화려한 깃털만을 주워 꾸민 다음 왕이 된다. 자신의 깃털로 장식한 것을 알게 된 새들은 까치를 쫓아내어 버린다. 찬스를 노리다가 왕따가 되어 어둠속에서 정체성을 잃은 신세로 전락하고 만 대표다. 풍요와 안락한 삶에 젖어 국민들 삶의 흐름이 무엇인지 모른 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기회주의자가 찬스를 포착하여 반질거리는 얼굴을 내밀기 전 거절하는 용기가 절실하다. 박쥐나 까치처럼 찬스주의자의 이름은 곧 소멸된다. 정체불명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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