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신축(辛丑)년

김양자(문화부장)

 

 

한 장, 마지막 잎새처럼 경자년 달력이 한 장 남았다. 한 장을 남기기까지 경자는 살푼살푼 걸어 온 것만 같은데 되돌아보니 성큼성큼 걸어 왔나보다.
발자욱이 크고 또렷하고 아픔을 피하느라 뒤뚱거린 모습으로 드러난다.
희미하게 때로는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어 주는 지난 시간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 코로나가 불쑥 찾아와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반드시 하도록 한다.
손님의 강제적인 휘두름은 힘겨움의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차근차근 삶의 발걸음을 내딛는 모두에게 예상치 않았던 아픔은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달력 속 숫자가 금새라도 내 뿜을 것만 같았고, 잉크 내음이 온몸을 물들여버릴 것만 같더니 이제는 탈색되어 버린지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어서 떠나 가주기만 바라는 초라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한 장 남아 버티는 것만 같은 모습이 못내 안쓰러웠다.
한 장의 가벼움 앞에서 금새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기도 하다.
새 달력을 서둘러 모셔왔다. 바람이라도 불면 예고도 없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한 장, 일년을 함께 해준 시간 속에서 웃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하며 왁자해하던 희로애락의 모든 것들을 음미하며 숫자 하나하나를 따라 그리며 내려간다.
그리고 살며시 감싸 안았다. 함께 해주었던 지난 날, 숫자하나 하나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것 같았던 지난 시간들,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
아이들은 쑥쑥 자라고 어른들은 주름이 하나 둘 늘어나고 시계는 일초도 쉬지 않고 째깍거리고 자동차는 거침없이 달린다. 새들은 여전히 노래하고, 풍성한 나뭇잎은 나뭇가지를 보이지 않게 무성하더니 금새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제 갈 길을 휑하니 가버린다.

열 두장 달력이 제각각 홀수와 짝수를 품에 안고 주어진 날에 임무를 충실히 해나가는 사이 하루 임무 감당을 어둠과 함께 보내면 다음 달이 등장하며 삶을 챙기라고 부추긴다.
절기와 경조사를 알려주고 날씨와 기온을 요술부리듯 하며 바쁜 걸음 종종거리게 한다. 휴일과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지 않게 해주는 것 같더니 말없이 제 일을 했노라고 마지막 한 장이 홀가분하다는 듯 흔들지만 쓸쓸함이 더 가득한 것을 감추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처럼 보인다. 얇은 종이 속에 담겨진 감각. 운동. 환희. 희망. 아픔의 온갖 희로애락이 촘촘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장이 주는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辛丑이를 불러 임무교대를 해주었다. 열세장의 달력이 무거운 몸짓으로 우뚝섰다.

경자년이 팬데믹Pandemic이라는 엄청난 잿빛을 몰고 와서 예기치 않았던 우울함을 던져주었다면 신축년은 환한 밝음과 새하얀 빛으로 희망을 새롭게 기록 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얀 옷을 입은 소가 순박함을 머금고 찾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신은 어려움을 주시되 각자가 감당하지 못할 것은 주지 않으며 피할 길을 열어주신다라고 성서에 기록이 되어있다.
자연 질서의 규칙을 위반했다면 바로세우기에 힘쓰고 이웃의 아픔을 외면했다면 돌아보자. 재난지원금마저도 모아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보듬었던 아름다움이 신축년에도 펼쳐질 희망을 가져본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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