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47. 장안사 계곡의 삼형제바위

금강산 장안사가 있는 골짜기에는 애절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 오고 있어요. 폭포의 물소리가 슬피 울면서 흐른다는 울소’, 삼형제가 엎드려 한스럽게 우는 모습의 삼형제 바위’, 죽은 사람의 주검처럼 보이는 시체바위등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장안사는 금강산의 4대 사찰 중의 하나로 유명한 스님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정진하는 곳이었어요.

이 절에 나옹 큰스님이 모든 스님들의 존경을 받았어요. 그의 돈독한 불심과 깊은 불경의 지식은 장안사는 물론이고 금강산에 있는 여러 사찰의 승려들에게 큰 스승으로서 모범이 되었어요.

그런데 나옹 큰스님이 요즘 와서 자신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근심이 깊어갔어요. 허연 머리, 구부러지는 허리 그리고 흐릿한 기억 등을 생각할 적마다 상좌를 빨리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땅한 적임자가 없구나. 학문적으로만 깊어도 아니 되고, 부처님에 대한 불심도 깊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장안사 승려들을 다스릴 인간적 포용력도 있어야 하는데... .”

나옹 큰스님은 이 일로 법당에 가서 부처님 앞에서 목탁을 치며 부처님의 밝은 지혜를 구해보기도 했어요. 나옹 큰스님이 자신의 후계자(상좌)를 찾기 위해 장안사 몇몇 원로 스님들에게도 자문을 구해보았어요.

나이 많은 스님들도 나옹 스님의 말이 사심 없이 오로지 장안사의 장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말해주었어요.

큰스님, 중대한 일입니다. 우리 세대가 가고 나면 장안사가 오래토록 자비로운 부처님의 둥지가 되어야 합니다.”

큰스님, 우리 장안사 안에서 찾기보다는 이웃 사찰에서도 찾아보는 것이 어떨지요?”

나이가 젊고 학문적으로 깊이가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꼭 승려가 아니라도 불교에 대한 학문적 깊이만 있어도 어떨까요?”

나옹 스님은 원로스님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며칠을 두고 고민하여 장안사, 가까운 표훈사 승려들 중에서 적임자를 찾다가 한 사람을 떠 올렸어요.

표훈사의 김동 거사를 나의 상좌로 삼자. 그 사람은 속세에서 가정이라는 것도 가져 자식을 길러 보았기 때문에 부모로서의 포용과 아량도 있을 거야. 또한 승려로서 불경에 대한 깊이도 다른 승려들보다 월등하지.”

김동 거사는 장안사, 표훈사 승려들이 그의 학문적 깊이를 인정하여 스님대신 거사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었어요.

큰스님은 그날, 바로 표훈사의 김동 거사를 자기 방으로 불렀어요.

김동 거사가 큰스님 앞에 불려와 단정하게 끓어 앉아 큰스님의 말을 귀담아 들었어요.

김동 거사, 내 그대의 학문적 깊이와 인간적 포용을 오래 동안 유심히 보아왔소.”

큰스님, 감사합니다.”

내 이제 서서히 이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 나이가 되어서 적임자를 찾고 있었소.”

큰스님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 김동 거사의 눈빛, 손발의 움직임, 말씨를 유심히 꽤 뚫어 보며 김동 거사의 인간 됨됨이를 깊이 살펴보았어요.

- 이 사람은 나를 배반할 사람이구나. 거만한 행동, 또 어쩌면 나를 넘어서려는 저- 눈빛.’

큰스님은 몇 번을 다시 생각했지만 장안사, 표훈사에서 김동 거사만한 학문적 깊이를 가진 승려를 찾을 수 없었어요.

김동 거사, 나의 뒤를 이어 우리 장안사를 맡아주오.”

큰스님이 무겁게 말을 하자, 김동 거사는 한 마디 사양의 말도 하지 않고 큰스님에게 정중한 승낙의 말을 했어요.

큰스님의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으면 해요. 내일부터 거처를 표훈사에서 우리 장안사 내 방 옆으로 옮기시오.”

김동 거사는 큰스님의 상좌로서, 큰스님에게 불교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어요. 장안사 모든 스님이 모인 법당에서 큰스님이 불교의 교리를 전수할 때마다, 김동 거사가 큰스님을 모시고 다녔어요. 큰스님은 김동 거사를 항상 자기 곁에 따르게 하여 사찰의 관리, 승려의 관리, 불교 신자들의 관리를 매일 가르쳤어요.

큰스님을 모시고 사찰의 이런 저런 법회, 강연을 도우면서, 김동 거사는 엉뚱한 음모의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큰스님만 없으면 내가 장안사, 표훈사의 모든 승려, 불자들에게 강의하고 그들을 거느릴 수가 있는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는데,,, . 큰스님의 학문 깊이가 저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는데, 저 자를 내쫓을 방법이 없구나. 아직은 건강이 정정하니 나에게 저 자리를 언제 물려줄지.... .”

한편, 큰스님 나옹 조사는 그런 김동 거사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김동 거사의 속내를 감지했어요.

으음, 김동 거사가 내 자리를 노리는구나. 나도 상좌인 김동 거사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고 싶지만 김동은 아직 그의 마음속에 끓고 있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어. 저런 사람에게 이 전통 깊은 큰 장안사를 함부로 맡길 수가 없어, 장안사, 표훈사의 그 많은 승려들, 불자들을 관리하려면 작은 일에 함부로 흥분해도 안 되고 느긋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는 자세가 되어야 하는데.... .”

나옹 큰스님은 매일 김동 거사에게 불교의 진리를 전수하면서 느끼는 일이 있었어요. 김동 거사가 나옹 자신에게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복종을 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고심했어요.

하루, 이틀, 사흘 날이 지나면서, 김동 거사의 말과 행동 중 나옹 큰스님의 눈을 거스르는 것들이 있었어요.

? 법회가 끝나면 나의 불경, 목탁을 챙기는 것은 상좌의 하는 일인데 소홀하구나.”

내가 법회 강의를 하기 전에 불경을 펼쳐 놓아야 하는데 불경마저도 준비하지 않는구나.”

저 눈빛은 내 강의가 못 마땅하다는 뜻인데... .”

큰 스님의 법회 강론이 있고 나면 시큰둥한 김동 거사의 표정이라든지, 상좌로서 큰스님을 모시는 아침저녁 문안 인사 등 불손한 그의 행동이 노골적으로 보였어요.

큰스님은 이 일을 고심하다가 한 가지 방안을 생각해 내었어요. 김동과 무슨 재간을 겨루어 그 내기에서 김동이 지게 되면 김동이 자기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나옹 자신에게 복종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다음날 아침, 큰스님은 김동을 자기 방으로 조용히 불러 자기 앞에 앉힌 후에 아주 재미있는 말투로 말했어요.

헤이, 김동 거사, 우리 내기를 한 번 할까?”

큰스님과 내기할 것이 있나요? 재미있겠네요.”

김동 거사, 자네가 우리 사찰 내에서 가장 총명하고 지략이 깊어서 나의 상좌로 삼아 이 장안사를 맡기려 했네. 이제 그런 자네의 재간을 나와 겨루어 보기로 하세.”

저가 큰스님과 겨룬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지요.”

바위에 불상을 새기는 재주를 겨루어, 여기서 자네가 이기면 자네에게 나의 자리를 바로 그 자리에서 물려주고자 하네. ”

순간, 김동 거사는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야심이 꿈틀거렸어요. 자기는 젊고 나옹은 나이가 많아 망치도 제대로 들지 못할 것인데 승부는 이미 결정된 것 같았어요. 그 자리에서 큰스님의 자리를 당장 물려준다는 그 말에 김동 거사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스쳐갔어요.

큰스님께서 원하신다면 저야 뭐, 따라하지요.”

나옹 큰스님은 마음속으로 웃고 있는 김동 거사의 속내를 읽었어요. 나옹 큰스님도 얼굴에 알지 못할 웃음을 머금고 아주 점잖게 김동 거사를 물러가게 했어요.

다음 날, 나옹 큰스님은 차분한 마음으로 표훈사 입구에 우뚝 서 있는 바위 앞쪽에 세 분의 큰 불상을 새겼어요. 나옹 큰스님은 나이가 많아 망치질하기가 힘들었지만 불상의 모양을 나타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돌에다 조각을 섬세하게 했어요.

그 시간에 김동 거사도 나옹 큰스님이 새기는 그 바위 뒤쪽에다 예순 분의 작은 불상을 새겼어요.

두 스님의 망치질 소리가 장안사 경내에까지 톡톡톡며칠 동안 계속 들렸어요.

바위에 불상 작품이 완성 된 다음날에 장안사, 표훈사 모든 스님이 두 스님이 정성껏 조각한 불상을 감상하러 모이게 되었어요. 모든 승려들은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돌아보면서 두 작품의 감상을 설레는 마음으로 소근거렸어요.

큰스님의 작품은 나무랄데가 없어. 미륵, 석가, 아미타의 부처의 조각한 모습이 어떻게 저토록 부드러울까? 저 도톰한 입술, 부드러운 눈빛은 무언가 말을 할 것 같아.”

그런데, 김동 거사의 작품은 좀 이상해. 예순 분의 보살을 조각했는데 표정이 무슨 앙심을 품은 것처럼 밝지 못해, 거기다가 가운데 보살은 귀가 없어, 세상에 귀 없는 보살도 있나?”

김동 거사는 장안사 표훈사 승려들의 말을 듣고,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여때까지 장안사에서 자신이 큰스님의 상좌로 지명되어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번에 큰스님과의 겨룸에서 귀도 없는 보살을 조각해서 자신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것이었어요.

! 나는 이제 장안사, 표훈사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나. 더욱 견딜 수 없는 일은 나옹 큰스님은 내가 자기의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나를 자기 무릎 아래 복종시키기 위해 이 내기를 계획한 것이야. 나를 상좌로 지목해 준 나옹 큰스님 앞에 얼굴을 들 수 없구나.”

그날 밤, 김동 거사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뒹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괴로워했어요.

속세의 가정, 자식 이 모든 것을 뿌리치고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장안사에 들어와 승려의 길을 밝고 있었는데, 더 이상 부처님 앞에서 나를 욕되게 살 수가 없다.”

날이 새자, 김동 거사는 단호한 결심을 하고, 다른 스님들의 눈을 피해 장안사 계곡의 울소라는 깊은 소()로 내려갔어요. 높은 바위 위에서 소를 내려다보는 김동 거사의 발밑에는 시퍼런 물길이 무섭게 감돌고 있었어요.

김동 거사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고향하늘을 바라보고 속세에 두고 온 아들 생각을 하고 울먹이며 말했어요.

내 사랑하는 세 아들아, 잘 있어라.”

김동 거사는 자식들에게 전하는 말을 남기고 자식들의 얼굴을 하나씩 그려보고는 울소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고 말았어요.

이 소식이 김동 거사의 집에 전달되었어요. 세 아들이 울며불며 장안사 깊은 계곡 울소못가로 달려와 땅을 치고 울면서 아버지를 불렀어요. 세 형제는 터져 나오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는지 서로 안고 울다가 다함께 아버지!’라고 부르며 울소로 뛰어들었어요.

이때였어요.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심하게 치고 폭우가 무섭게 내려치더니, 그 무서운 뇌성벽력이 온 산을 뒤흔들어 바위, 나무들도 심하게 흔들렸어요. 천지가 개벽이 될 정도로 벼락이 무서운 불빛으로 내리치고 장대같은 비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졌어요. 며칠 동안을 그렇게 심한 폭우가 계속 되었는지 몰라요.

날이 개이자, 밝은 해가 장안사 골짜기로 찾아왔어요.

그 천지개벽 같은 뇌성벼락이 장안사 계곡을 뒤흔든 후, 울소(鳴淵)에 여태 보지 못했던 커다란 바위들이 우뚝 우뚝 솟아났어요.

울소가운데 쯤에 사람의 모습처럼 길게 누운 바위가 우뚝 솟아있고, 그 바위를 향해 엎드려 울고 있는 모습의 세 바위가 물위에 떠 있는 것처럼 솟아올랐어요. 훗날 장안사를 찾은 사람들은 길게 누운 아버지 바위를 시체바위라 하고, 그 앞에 엎드린 울고 있는 모습의 세 바위를 삼형제 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로 떨어지는 폭포소리가 삼형제의 울음소리를 닮아 슬프게 우는 소리를 낸다고 하여 울소라고 부르게 되었대요. 한자말의 명연(鳴淵)우는 소이지만 실제로는 슬프게 우는 소라는 말이라고 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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