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9. ‘도라지타령’은 어떻게 불려졌을까?

금강산 마을에 신혼부부가 살았어요. 미희라는 색시와 강쇠라는 신랑은 부부가 금슬이 좋아 서로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마을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어요.

“자기야, 여길 봐라!”

“으응, 깍꿍, 크크크.”

부부가 집안에서 일을 하다가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면 서로의 얼굴이 바알간 진달래꽃처럼 활짝 피어났어요. 두 사람은 어쩌다 밭이나 들에 일을 나가도 꼭 함께 나가서 일을 했어요. 혹시 일을 하다가 색시 미희가 호미나 괭이에 받쳐 다치기라도 하면 신랑 강쇠가 놀래서 미희에게로 달려가 그 상처에 ‘호호호’ 입김을 불면서 손으로 상처를 어루만졌어요.

“색시야, 오늘은 산에 가서 나무를 해와 우리 색시 방을 따뜻하게 해 줄게.”

“으응? 부엌에 불을 때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둘만 있으면 몸이 더워 와요. ㅎ ㅎ ㅎ”

“크 크 크. 내가 산에 가서 땔감으로 아주 좋은 것만 골라서 지게에 한 짐 가득 지고 올게.”

강쇠는 금강산 골짜기에서 땔감에 좋은 나무가 많은 곳을 잘 알고 있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 골짜기를 천화대 골짜기라고 불러요.

“그곳은 벼랑이 많아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땔감으로 쓸 나무들이 너무 많아.”

강쇠가 산등성이 평평한 곳에 나무 지게를 벗어 놓고 나무를 하기 시작했어요. 톱으로 마른 나무를 베어 쓰려 뜨려 놓고 도끼로 가지를 쿡쿡 찍어 잘라냈어요.

“나무를 한 짐 가득 지고 가서 아궁에 넣고 불을 때면 방이 뜨끈하게 달아오르지, 추위 잘 타는 우리 색시가 얼굴이 홍시빛처럼 바알갛게 달아오르면 ㅎ ㅎ ㅎ”

강쇠가 휴우- 숨을 내쉬면서 골짜기 주변을 살피다 그의 눈에 좋은 땔감나무가 눈에 띄었어요. 그가 서 있는 바로 옆 벼랑길에 커다란 고목이 서 있었는데 그 나무가 땔감으로 좋을 것 같았어요.

“어-허? 저런 좋은 나무가 땔감으로 있었구나. 어떻게 여태까지 내 눈에 뜨이지 않았을까?”

강쇠는 망설임도 없이 톱과 낫을 준비해서 고목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강쇠가 아름드리 고목나무에 올라가서 가지를 치는 작업이 무척 위험했어요. 발을 잘못 듣거나 나뭇가지에서 실수로 손을 놓지면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아주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와! 저 가지만 치면 이제 톱으로 이 큰 고목을 베어 넘어뜨릴 수 있겠다. ”

강쇠는 큰 가지 가까이 가기 위해 그 쪽 나뭇가지로 손과 발을 빠르게 옮겼어요. 아차, 그 순간 강쇠가 그만 발을 헛딛고 말았어요.

“아앗. 사람 살려.”

강쇠의 비명소리가 금강산 천화대 골짜기에 메아리가 되어 이 골짜기 저 골짜기로 무섭게 울렸어요.

높은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진 강쇠가 다시 벼랑 아래로 굴렀어요. 강쇠는 아픈 몸으로 ‘아앗!’ 신음을 했으나 그 깊은 산골짜기에 아무도 구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강쇠는 어릴 적부터 산골에서 나무를 하며 살아온 사람이라 그런 일이 종종 있었어요.

잠시 후, 강쇠가 그 아픈 몸을 추스르고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어요.

“아! 이 몸으로, 내가 집에 까지 갈 수 있을까!”

강쇠는 지끈거리는 온몸의 아픔 속에서도 색시를 따듯한 방에 재울 걱정을 했어요. 낫으로 자른 가벼운 나뭇가지 단을 지게에 지고 집으로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어요.

강쇠가 집에 다다른 시간은 산그늘이 엉금엉금 마을을 덮어가는 늦은 오후였어요. 색시가 산 아래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강쇠의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팔과 다리에 피가 삐쯤삐즘 나는 것을 보고 어쩔 줄을 몰랐어요.

강쇠가 숨을 씩씩거리고 무거운 나무 짐을 집 마당에다 짐을 내려놓자, 색시는 얼른 목욕물을 데워 강쇠의 몸을 씻겨 방에 눕혔어요. 희미한 불빛에 비치는 강쇠의 몸은 시퍼런 멍과 상처 투성이었어요.

색시는 강쇠의 상처와 시퍼런 멍을 보고 울먹이며 망설이다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침으로 강쇠의 온 몸을 소독하다시피 했어요. 그 밤에 치료할 약도 없고, 가까운 곳에 의원도 없었어요.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신랑 강쇠는 신음소리를 참느라고 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어요. 색시는 그런 강쇠를 보고 어쩔 줄을 몰랐어요. 경험이 많은 할아버지를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했어요.

“할아버지, 우리 집 양반이 나무 하러 가서 나무에서 떨어져 벼랑으로 굴러 몸에 상처가 나고 멍이 들어 큰일입니다.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색시가 할아버지 앞에 꿇어 앉아 울먹이면서 간절하게 말했어요. 그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로 마을 사람들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나 슬기로운 지혜로 방법을 가르쳐 주시는 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 색시를 내려다보며, 한 참을 생각하더니 긴 숨을 내쉬고 어렵게 말했어요.

“자네 이 사람아, 그런 데에는 약이 없네.”

“할아버지! 제발 이렇게 간청 드리오니 지혜를 주십시오.”

할아버지는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어요. 잠시 후에 할아버지가 눈을 뜨더니, 아주 무겁게 한 마디 했어요.

“자네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예, 할아버지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방법만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게나. 옥류동 골짜기를 샅샅이 뒤지면 백도라지를 찾을 수 있을 걸세. 바위, 나무, 숲 그리고 산도랑 등 모든 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백도라지를 찾을 수 있을 걸세.”

할아버지가 남편의 상처를 고칠 수 있는 비방을 말하자, 색시는 숨을 멈추고 할아버지 말에 귀를 기울이었어요.

“그 백도라지를 캐어와 달여서 먹이고 그 물을 상처에 바르면 씻은 듯이 나을 걸세.”

“예, 어르신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청도라지는 보았어도 백도라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어허, 그래서 더 귀한 약이 되는 것이지.“

“아! 예, 알겠습니다.”

색시는 할아버지 앞에 몇 번이고 절을 하고 물러나왔어요.

색시는 그 길로 백도라지를 캘 준비를 하고 옥류동 골짜기로 갔어요. 여자의 몸으로 그것도 아직 젊은 색시의 몸으로 혼자서 산에 약초를 캐러 깊은 산으로 간다는 것이 무척 위험한 일이였어요. 멧돼지, 노루, 삵괭이 등 무서운 산짐승이 나오기도 하고, 산이 험하여 잘못 벼랑길을 헛딛기라도 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하는 곳이지요.

색시가 옥류봉 양지녘 언덕으로 접어들자. 산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어요. 노란빛의 금혼초, 간들어진 허리 같은 능소화, 금강초롱꽃, 산오이풀꽃들이 여기저기서 고운 산꽃 향기를 뿜어내었어요.

색시의 눈에는 오직 백도라지만 눈에 아른거렸어요. 옥류봉 산봉우리를 한 바퀴 돌아다녀보았지만 색시가 찾는 백도라지는 보이지 않았어요. 가시가 많은 청미루 덩굴에 손과 발이 할퀴어 손등에서 피가 나기도 했어요.

색시는 옥류봉에서 백도라지 찾는 것을 포기 해야만 할 것 같았어요. 할아버지의 말이 옥류동이라고 했지만 옥류동 골짜기에는 옥류봉과 천화대가 있기 때문에 어느 봉우리 어느 골짜기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색시는 천화대 골짜기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천화대에도 산꽃이 수업이 피었어요. 백도라지꽃을 닮은 흰빛의 꽃은 한 송이도 찾을 수 없었어요. 옥류봉 산등성이를 헤매어도 백도라지를 찾지 못하자. 색시는 더욱 초조했어요. 집에서 끙끙 앓고 있을 신랑을 생각하면 백도라지를 어떻게 해서라도 구해야만 했어요.

색시는 너무도 피곤해서 바위 위에 다리를 벋고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한 숨을 길게 내쉬며 잠시 쉬었어요. 그러다 바위 위에서 깜박 잠이 들었어요.

“색시는 들어라.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백도라지를 찾지 못하는 것은 자네의 정성이 모자란 것이라네. 자네 주변으로 백도라지가 벌써 몇 번을 스쳐갔지만 자네가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네.”

색시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잠시 바위 위에서 졸았던 것이지요. 색시는 주변을 살피고 꿈속에서 들려오던 그 소리를 생각했어요.

“그렇다. 내가 정성이 모자란 것이다.”

색시는 정신을 바싹 차리고 천화대 양지녘 산등성이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걸어 올라갔어요. 떨기나무 사이도 살피고, 커다란 소나무 사이도 살피며 하얀 꽃을 피운 백도라지를 찾았어요. 그러다 색시에 눈에 도라지꽃이 얼핏 스쳤어요.

“와 드디어 백도라지꽃을 찾았다.”

작은 떨기나무 밑에 핀 도라지꽃은 백도라지가 아니라 청도라지였어요. 색시가 너무 백도라지를 찾느라 정신이 홀려서 청도라지가 백도라지로 보였던 것이지요.

“아니? 청도라지가 아닌가? 내가 오늘 정신이 홀렸네.”

색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천화대 양지녘 언덕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했어요. 얼마를 그렇게 산등성이를 돌았을까요? 아름드리 소나무 숲 때문에 하늘이 보이지 않았어요.

“아! 큰일났구나! 산에 너무 깊이 들어왔구나.”

그 색시 앞에는 커다란 바위 절벽이 길을 가로 막고 있었어요.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아, 산을 더 오를 수가 없었어요.

색시가 실망해서 긴 한숨을 내쉬었어요. 꿈속에서 아련히 들리던 산신령의 그 소리가 생각났어요.

“ ‘지성이면 감천이다.’ 그렇다 나의 정성이 모자란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이 주변에도 백도라지가 있는지도 몰라. 절망이라고 생각한 그 곳에서 길이 생긴다고 했지.”

색시가 높은 절벽에 막혀 더 산을 오를 수 없게 되자, 다시 다른 길로 가기 위해 이 쪽 저 쪽을 살폈어요.

주변을 둘러보며 길을 찾던 색시의 눈이 갑자기 번쩍하고 빛을 띠며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어요.

“아! 낭떠러지 위에 있는 저 하얀 꽃, 저게 백도라지 맞다. 저- 하얀 꽃빛을! ”

그 꽃을 보는 순간, 색시는 손이 바르르 떨렸어요. 하루 종일 옥류봉, 천화대 골짜기를 헤매며 고생하다가, 백도라지를 찾게 되니, 그 기쁨이 하늘을 찌를 것 같았어요.

색시는 아이들처럼 기뻐 날뛰며 조심스럽게 낭떠러지 위쪽으로 타고 올랐어요. 손으로 나무뿌리, 풀포기를 움켜잡고 낭떠러지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올랐어요.

색시가 낭떠러지 위에 올라가 움겨 잡은 하얀 꽃은 백도라지꽃이 맞았어요. 하얀 꽃을 피운 백도라지 여러 포기가 군락을 지어서 피어 있었어요.

“와! 드디어 우리 신랑의 병을 낫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색시는 백도라지를 몇 포기 뽑아 들었어요. 색시는 그 기쁨을 참을 수 없었어요. 하루 동안의 피로가 안개처럼 걷히고 저절로 노래가 나오고 흥겨운 어깨춤이 나왔어요.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강원도 금강산의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에 스리슬슬 다 넘느나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어라야 난다 지화자 좋네

네가 내 간장을 스리살살 다 녹인다

 

색시는 백도라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백도라지를 바구니에 가득 캐어 담았어요. 색시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백도라지가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 강쇠가 앓고 누워 있는 집으로 나는 듯이 달려갔어요.

색시는 약탕기에 백도라지를 달이면서도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강원도 금강산의 백도라지’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색시가 정성을 다해 다려주는 백도라지 약을 먹은 강쇠는 그 병이 씻은 듯이 나았어요.

색시의 ‘백도라지 노래’가 마을 사람들에게 한 입 건너, 두입 건너 금강산의 온 마을과 나라 안에 퍼지게 되었어요. 물론 색시의 정성으로 신랑 강쇠의 병이 나았다는 말도 함께 퍼지게 되었지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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