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사흘’이 며칠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기록적인 지루한 장마에다 겹치는 무더위를 잠시 잊고 싶어, 이병기의 시조 ‘별’을 적어보았다. 그런데 이 시의 끝 부분에 ‘초사흘 달’이란 어휘가 나온다. 반달, 보름달 등은 들어보았지만 초사흘 달은 또 무엇인가. ‘초사흘 달’에서 ‘달’을 빼면 ‘초사흘’이 된다. ‘초사흘’은 무엇이며 ‘사흘’은 무엇인가? 너무 쉬운 질문으로 보는 독자가 많을 것 같다.

올해의 달력을 보면 8월 15일 광복절이 토요일과 겹쳐 있다. 광복절과 토요일 이틀 쉴 것을 하루밖에 쉬지 못한다. 그래서 정부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8월 17일(월)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서 15(토)ㆍ16(일)ㆍ17(월) ‘사흘 연휴’를 발표 했다. 인터넷을 통한 신문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15ㆍ16ㆍ17이면 3일인데 왜 사흘이냐?” 라면서 발표에 실수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사흘이 아니고 3흘이야”, “야 숫자 셀 줄 모르냐? 무슨 사흘이야, 3일이죠”라고 말하기도 하고 사흘을 4일과 혼돈하면서 4일을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고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사흘’이란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오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신문에서는 사흘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주로 젊은 층이 모르고 있다고 보면서 “언어가 망하면, 그 나라 국민도 망한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태양력(太陽曆)인 양력을 쓰기 전에는 우리 조상들은 주로 태음력(太陰曆)인 음력 달력을 사용했다. 양력은 1일, 2일 3일… 등으로 날짜를 말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음력으로 날짜를 말할 때는 하루, 이틀, 사흘…로 말한다. 그것도 그 달의 1일부터 10일까지는 ‘초(初)’가 앞에 붙어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초열흘 등으로 나타낸다. 이것은 그 달의 초순(初旬)의 의미가 있어 상순(上旬)을 뜻한다. 이렇게 해서 열하루(11일), 열이틀(12일)…, 스무하루(21일), 스무이틀(22일)…, 이런 식으로 날짜를 말한다. 그리고 15일은 ‘보름’, 그 달의 마지막 날은 ‘그믐’이라 한다.

달(月)을 말할 때도 양력은 1월, 2월, 3월…로 말하지만, 음력에서는 1월은 ‘정월(正月)’이라 하고 2월부터 10월까지는 양력과 같이 말한다. 또 11월은 ‘동짓달’, 12월은 ‘섣달’이라 한다. 음력을 쓴 우리 조상들은 이상과 같은 달과 날짜의 사용에 익숙해 있지만, 양력을 쓰고 있는 지금의 젊은 층은 모두가 낯선 말이 되고 말았다. 많이 쓰면서도 우리말의 이해 부족으로 틀리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순전히 필자가 관찰한 주관적 견해라는 점을 밝히면서 그 사례를 나열해 보고자 한다.

젊은 층에서 비교적 많이 쓰는 말이다. 개수 3~4개를 ‘세네 개’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시청각 매체를 통해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국어사전에서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우리말에는 3~4를 나타내는 ‘서너’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3~4개를 말할 때는 ‘서너 개’라고 말해야 옳다. 덧붙이면 한두(1~2), 두어(둘쯤), 두세(2~3), 네댓(4~5), 댓(다섯쯤), 예닐곱(6~7)…등이 있고, 두서넛(2~4), 서너너덧(3~5) 등도 있다.

하루의 시간 중에서 비교적 긴 시간을 나타낼 때, ‘나절’이란 단어를 쓸 때가 많다. 나절에는 한나절, 반나절 등이 있는데 ‘반나절’이란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그런데 반나절이란 말을 오전 또는 오후 시간으로 알고 쓰는 경향이 많아 보인다. ‘나절’은 하루 낮 시간의 절반쯤을 말한다. 그렇게 보면 오전 또는 오후 시간은 한나절에 해당한다. 따라서 반나절은 하루 낮 시간의 4분의 1시간인 셈이 된다. 즉, 하루 낮 시간이 12시간이면 한나절은 6시간 정도, 반나절은 3시간 정도가 된다.

‘~년째’, ‘~달째’ ‘~일째’라고 할 때, ‘~째’라는 말의 사용이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2011년 8월 15일부터 2020년 8월 15일까지를 보자. 이것을 만(滿)으로 말하면 9년이 된다. 그러나 ‘~째’로 말하면 10년째가 된다.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이 다음해 1월 1일이 되면 햇수로는 2년째가 된다. 그러나 만 나이로는 0살이다.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를 보면 달수는 2달째다. 그러나 날짜 수를 계산해 보면 만 2달이 되지 않는다.

우리말과 우리글의 우수성은 세계가 다 안다. 소리글자로 되어 있는 우리글은 못 나타내는 말이 없다. 아무리 우리글의 우수성을 강조해도 ‘사흘’이란 의미도 모르는 한국 사람이 있는 한 할 말이 없다. 필자는 그 원인을 영어 선호 사상으로 본다. 시가지 가게의 간판, 아파트 명 등 갈수록 영어가 모두 잠식해 버린다. 심지어는 행정 명칭도 민원 센터, 팀장 등으로 영어로 바뀌었다. 영어만 잘하면 능력을 인정받는 세상에서 우리말은 맥을 못 춘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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