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8. 옥류동 골짜기의 매바위

어느 젊은 선비가 금강산 옥류동 골짜기의 숲길을 걷고 있어요. 금강산 옥류동이 신선들이나 사는 아름다운 곳이란 말을 듣고 멀고 먼 한양에서 찾아 온 것이지요.

그는 바랑을 짊어지고 옥류동의 아름다운 경치에 홀려 연신 눈을 어느 한 곳에 고정하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감탄의 말을 쏟아내었어요.

“수정 같은 물방울이 구슬로 흩어져 흘러내리는 골이라고 ‘옥류동’이라고 하더니만 정말 그 말이 맞구나”

선비는 비단 폭을 펼쳐놓은 듯이 쏟아지는 옥류폭포 앞에 서자, 그 황홀함에 정신이 홀려 손을 허우적이며 금세라도 그 폭포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껴 발끝이 움찔거리는 것 같았어요.

“아!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구나. 별유천지(別有天地) 비인간(非人間)이란 말이 맞구나. 어떻게 때 묻은 인간이 이런 곳에 들어온단 말인가!”

선비는 옥류동의 이곳저곳 경치에 눈길이 바빴어요. 파란 구슬을 여러 개 꿰어 놓은 듯이 맑고 맑은 작은 폭포가 그림 같은 연주담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신선이 되는 것 같았어요.

선비는 그런 경치에 홀려 자신이 마치 신선이 된 것처럼 혹은 천년 학이 된 것처럼 눈을 감고 조용히 산속의 소리를 들었어요.

“아! 저 나뭇잎 사이로 세어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 마음 구석구석을 쓸고 가는 것 같은 저 새소리 그리고 나뭇잎 하나하나를 밝고 가는 저 부드러운 바람소리. 정말 이곳에 산새로 다람쥐로 아니면 나무나 돌이 되어 영원히 이곳에 살고 싶다.”

선비는 금강산의 깊은 골짜기에 혼자 들어온 것이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그때였어요.

그 위쪽에서 이상한 그림자 하나가 일렁이더니 금세 보이지 않았어요. 떡갈나무 숲 사이로 얼핏 무슨 그림자가 분명히 지나갔어요.

“어쩐지 무섭다. 이 금강산 산골에 혹시라도 산적은 없을 것이고 무서운 호랑이? 아니면 사냥꾼? 멧돼지? ”

선비는 갑자기 겁이 났어요. 혹시라도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 피할 바위동굴이 있는지 주변을 살폈어요. 그때 또, 위쪽의 숲이 흔들리며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어요. 선비는 바싹 긴장이 되어 재빨리 숲속에 있는 커다란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 위쪽의 동정을 살폈어요.

“무얼까? 이 산골에 사람은 없을 것이고, 무서운 멧돼지? 아니면 사슴? ”

선비는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돌이나 몽둥이를 가지고 함께 싸울 준비도 해야만 했어요. 손, 발에 땀이 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어요.

바위 뒤에 웅크리고 몸을 숨긴 선비는 긴장된 눈으로 위쪽의 숲속을 살폈어요. 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물소리 새소리만 들릴 뿐 무슨 기척이 없었어요.

선비는 커다란 막대기 하나를 힘주어 들고 숨어 있던 바위 뒤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어요.

그때였어요. 위쪽 숲 청미루 덩굴 파란 잎 사이로 무슨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먼 곳이지만 뚜렷하게 보였어요.

“아! 모자를 쓴 사람이다.”

그 모습이 점점 가까이 내려왔어요. 회색 승복을 입은 스님이 숲 속 길로 성큼성큼 내려오고 있었어요. 스님은 등에 바랑을 쥐고 손에 커다란 목탁을 쥐고 있었어요.

선비는 숲속에서 스님을 보게 되자, 일단은 마음이 푸근했어요. 들고 있던 몽둥이를 조심스럽게 놓고 옷매무새를 고치고 선비는 바위 뒤에서 나와, 멀리서 내려오고 있는 스님이 들으라고 일부러 힘을 주어 ‘어험 어험’ 헛기침을 몇 번 했어요.

떡갈나무 숲 사이로 내려오던 스님이 선비의 기침 소리를 듣더니, 깊숙이 내려 쓴 모자를 고쳐 쓰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다가 선비를 발견했어요.

스님은 평소에도 옥류동을 오르내리면서 구경 온 선비들을 종종 만났는지, 침착한 모습으로 선비에게 다가오더니,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예를 표했어요.

“소승은 금강산 골짜기 작은 암자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승려입니다.”

선비는 스님 앞으로 나가 크게 절을 하고 공손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를 소개했어요.

“스님, 저는 저- 먼 한양에서 이곳 금강산을 구경하기 위해 온 서생입니다.”

스님은 그렇게 말하는 선비의 아래 위를 한참 동안이나 훑어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무언인가 깊은 생각을 했어요. 스님의 그런 모습이 선비에게 오히려 의심증을 나게 했어요.

“스님? 혹시 저의 옷이나 몸이 좀 이상한가요?”

스님은 선비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무슨 생각을 깊이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요.

‘처사님, 소승은 십 여 년 동안 이곳 금강산에 살면서 한양의 유명한 고관대작, 어떤 때는 임금님도 안내했지요?“

“그래서요. 어떻단 말입니까?”

스님은 아주 깊은 숨을 ‘휴우’하고 내쉬면서 말했어요.

“처사님, 소승이 오래 동안 절에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다보니, 사람의 일생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습니다. 처사님께서는 감성이 너무도 예민하시고 여리셔서 산꽃이나 산새들이나 사슴에게도 눈물을 보이시는 분이십니다.”

“스님, 그것이 어떻다는 것입니까?”

“글쎄요. 소승의 입으로 말하기 참 어렵습니다.”

스님은 더 말하기를 단념하고 선비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났어요. 스님은 선비를 뒤로 하고 옥류동을 내려오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어요.

“참 마음이 여린 선비이구나. 흰 눈처럼 마음도 깨끗하신 분이시구나. 그게 병이구먼, 아마도 저 선비는 금강산의 어느 봉우리에 한 그루나무처럼 뿌리를 박을 사람이군.”

스님은 혼자 무언가 중얼거리며 옥류동 골짜기를 성큼성큼 걸어내려 가버렸어요.

스님이 옥류동 골짜기를 내려가 버리자, 금세 하늘이 깜깜해졌어요.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덮이더니 소나기가 거세게 쏟아져내기기 시작했어요.

선비는 급히 커다란 바위 굴 안으로 피했어요. 잠깐 사이지만 산골물이 불어나더니, 도랑물로 터져 마치 성난 짐승처럼 콸콸 무섭게 흘러 내려갔어요.

선비는 온 몸이 습한 채로 바위 밑에서 하룻밤을 자야만 했어요. 비가 그치자, 산도랑 물이 차츰 조용하게 흘러갔어요.

다음날 아침, 선비는 옷을 말렸어요. 바랑 속의 간식으로 허기를 면하고 옥류동 골짜기를 벗어나 금강산의 아름다운 여러 봉우리를 찾아 올라갔어요. 선비는 스님이나 나무꾼이 다니던 산길을 따라 산을 요리조리 올랐으나 깊은 산속이라 무섭고 긴장이 되어 주변을 자주 살폈어요.

선비는 옥류동 골짜기를 벗어나 옥류봉에 올랐어요.

선비는 옥류동에 오르자. 가슴이 트이고 양쪽 어깨에 날개를 단 것처럼 온몸이 한 마리 새가 된 것 같았어요. 바로 앞에 보이는 천선대, 저 멀리로 보이는 망양대, 불정대, 구룡대, 헐성루 백운대 쪽으로 바라보았어요. 선비는 금강산에 오기 전에 적어온 봉우리들을 하나하나 살폈어요.

그날 선비는 하루 종일 옥류봉 근처의 산봉우리들을 찾아다녔어요. 봉우리마다 돌아다니면서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몸과 마음이 푸-욱 빠졌어요.

“봉우리마다 각각 다른 아름다움이 많으니 이 아름다운 봉우리를 한 눈에 볼 수 없을까?”

선비는 금강산 봉우리를 오를 적마다 감탄을 했어요.

“아! 봉우리마다 그 봉우리의 얼굴이 다르구나. 나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한 그루 나무로 살면서 철 따라 다르게 변하는 금강산을 보고 싶다.”

선비는 금강산의 봉우리들을 보기 위해 온각 고생을 다했어요. 며칠 동안을 바위굴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소나무 아래서 잠을 자기도 했으며, 옹달샘에서 마른 목을 추기기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어느 골짜기를 지나다가 아주 큰 바위 앞에서 작은 암자를 발견했어요. 선비는 너무도 반가웠어요.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허기도 심했지만 사람이 사는 편안한 곳에서 푸욱 쉬고 싶었어요.

선비가 암자에 들어서자, 법당에서 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가 들리고, 목탁소리도 들렸어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선비는 머언 여행에서 돌아와 지친 나그네처럼 온몸이 풀어지고 아무 곳에나 주저 않고 싶었어요.

선비가 법당 앞에서 인기척을 내자, 스님의 독경소리가 뚝 끈기고 법당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짙은 회색 승복을 입은 스님이 밝은 모습으로 목탁을 두들기며 나왔어요.

선비는 그 스님을 보자 깜짝 놀랐어요.

“아니 스님? 옥류동에서 만난 그 스님이 아니십니까?”

“허어? 처사님이시군요? 그 동안 얼굴이 무척 수척해지셨네요?”

스님은 선비의 손을 이끌어 작은 방으로 안내했어요. 오래 동안 산 속을 헤매며 치친 선비는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버렸어요.

그날 아침나절 선비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단정히 하고 스님과 마주 앉았어요. 선비는 자신의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자리 잡고 있는 말을 스님에게 말했어요.

“스님, 저는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금강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글쎄요. 한 마리 매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몰라도 그것은 어렵습니다.”

“어느 봉우리가 가장 높습니까? 그곳에 가면 금강산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까?”

스님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눈을 감고 선비의 마음속을 헤아렸어요.

‘저 처사는 금강산에 영혼을 묻을 사람이구나. 그래, 그렇다면 그냥 그 방법을 알려주지.’

스님은 염주를 손으로 굴리더니 굵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처사님!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금강산의 한쪽만을 보는 것입니다만, 해가 지는 저녁 무렵에 비로봉의 가장 놓은 바위에 오르십시오. 부처님의 섭리를 거역할 수는 없지요.”

스님은 알지도 못할 무슨 법경 같은 소리로 선비에게 말했어요.

다음날 아침나절, 선비는 스님에게 극진히 인사를 하고 비로봉을 향해 걸었어요. 그의 발걸음은 금강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했어요.

그런 선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스님은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합장을 올렸어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운명이란 막을 수 없구나.”

그날 오후 해가 질 무렵, 선비는 땀을 뻘뻘 흘리며 금강산 비로봉에 올랐어요. 선비는 비로봉 바위 중에서 가장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갔어요.

비로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우뚝 선 선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어요. 금강산의 봉우리, 봉우리들이 노을에 바알갛게 물이 드는 모습들, 멀리 동해바다까지 아슴하게 눈에 들어오는 모습, 내금강의 봉우들이 연꽃처럼 솟아오르는 모습들이 꿈결처럼 아름답게 펼쳐졌어요.

“아! 한 마리 매가 되어, 저 아름다운 노을에 물든 봉우리들을 한눈에 보고 날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참으로 이상하다. 가장 아름다운 금강산 앞에 서니 금강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 같애. 사랑에 빠져 죽는다는 것이 이런 심정일까!”

선비는 이미 그 경치에 몰입되어 자신이 바위 위에 있는 것도 몰랐어요. 겨드랑에 날개가 돋아나 한 마리 매가 되어 그 봉우리 위로 날고 있는 것 같았어요.

선비는 한 마리 매가 되어 겨드랑이에 날개를 단 것처럼 자신도 몰래 그 높은 바위 위에서 온 몸을 바위 아래로 던졌어요. 그 순간이었어요. 불게 타는 노을 속에 신비한 한 줄기 빛이 치솟더니 신비한 음악소리와 함께 그 선비를 감싸며 바위 위에 한 마리 ‘매바위’로 변하게 했어요.

노을 속에 커다란 한 마리 매가 금세라도 비로봉 아래로 날아 내릴 것 같이 날개를 펴고 있었어요. 아주 커다란 매바위가 붉은 저녁노을을 받고 있었어요.

그 시간, 암자에서는 스님이 부처님 앞에서 눈을 감고 앉아 울먹이고 있었어요.

“사람의 운명은 어쩔 수 없구나. 참으로 귀하고 착한 선비인데........”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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