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64>버스 타고 또 버스 타고

박상래-문화대안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요즘 창원에서 출발하여 함안에서 하루 이틀을 묵었다가 합천에 사흘쯤 머무르기 위해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승용차로 1시간 반이 소요되는 거리를 한 번의 시내버스와 두 번의 시외버스를 번갈아 타는데, 버스끼리의 최적의 연결시간을 찾아가면 4시간쯤 걸린다. 여기에는 1km쯤 걷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무턱대고 출발했다가는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1시간쯤 더 걸리니까 반나절 내내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차량운영을 위해 연료비와 수리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드는 노동의 시간을 고려해야 해서 단순 계산으로 승용차보다 2시간 반쯤 더 걸린다고 말할 수는 없다.(펠츠만 효과)

유쾌한 버스기사를 만나면 운전석 근처 자리로 조르르 모여든 할매들이 그간에 일어났던 일과 사람들의 안부를 경쟁적으로 전한다. 버스기사의 질문에 한 사람이 대답하면 다른 할매들이 추임새와 보충 설명을 해 댄다. 아침 8시쯤에 의령을 지나면 병원 문 열기도 한 시간 전인데도 이미 병원 앞 의자에 대기하고 있는 할매들이 보인다. 버스 편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왔겠지만 지나다니는 많은 차들과 사람들을 보는 재미로 한 시간쯤은 너끈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의령을 지나 칠곡에 내린 할매와 할배에게 기사는 문을 연 채 출발을 미루며 잘 가시라고 인사를 하는데, 내린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온다. 할배가 ‘어디 가노?’, ‘오데는? 집에 가재.’ 다시 할배가 ‘그 쪽 가는 길은 저승길 아이가?’ 하니 그 할매도 차안 사람들도 웃는다. 유쾌하게 농담할 정도로 저승이 가까이 와 있는 듯하다.

합천에서 대병으로 가는 버스에는 출발 20분 전에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할배는 한 분이고, 할매가 열댓 명이나 된다. 타는 순간은 마파도 할매들을 연상하며 어색한 승차를 시도하려는데 당신 옆자리에 앉으라는 눈 시늉을 하는 할매 옆에 앉았다. 귤을 반 까서 건네는 가죽만 남은 손이 따스하다. 동네에서도 할배 있는 집이 없고 할매들만 산단다. 늙어도 할매들은 모두 파마머리라서 단정한데, 할배들은 모자를 눌러쓰는 것으로 끝이다.

옆에 앉은 할매가 내릴 장소를 미리 말했는데 잘못 알아들은 기사가 차를 세운다. 반말로 ‘내리기 직전에 말해야지’하면서 아이 나무라듯이 화난 얼굴을 차안 거울을 통해 보여준다. 차안 분위기가 순간 고요하다. 모두 기를 죽이고 난 뒤에 모든 할매가 다소곳하니까 다시 엄한 눈빛을 발사하고는 차는 출발했다. 기사 옆에 크게 붙여놓은 ‘가족처럼 모시겠습니다-서흥여객’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ㅇㅇ자식 같으니라고’. 위에서 말한 유쾌한 기사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합천 군내를 운행하는 버스요금은 모두 1000원이다. 탈 때마다 어김없이 몇 사람은 서로 차비를 내어 준다고 실랑이를 벌린다. 내릴 때는 앞문으로 내려야 하니까 요금함에 가린 좁은 입구를 짐들과 지팡이 대용의 노인 유모차를 내리느라 더디다. 내리는 곳 관계없이 같은 요금이니 미리 내고 내릴 때는 넓은 뒷문으로 내리게 하면 될 텐데 말이다. 장날에는 옛날 차장처럼 도우미가 있다고 언론에 자랑을 늘어놓았는데, 여러 번 합천버스터미널을 둘러보고, 장날에 버스를 이용해 봐도 도우미는 본 적이 없다.

버스가 완전히 서고 난 뒤에 일어선 노인 중에는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지만 잔걸음으로 나누어 걷다보니 한참이나 걸린다. 저 노인도 젊은 시절 쌀 두어 가마는 지고 뛰었을 것인데...... 그 많은 노동만큼 허리는 굽고, 무릎은 시리다. 그 많은 꿈들은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을 온전히 키우는 것이었고, 마지막 남은 꿈은 병들지 않고 자는 잠에 죽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온전한 정신으로 내릴 곳을 잊지 않고 내려서 집에 들어 오후쯤엔 주말에나 손님처럼 왔다 갈 자식들에게 챙겨줄 찬거리라도 준비하려면 또 들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휴대폰 화면에서 웃고 있는 손주들을 볼 마음에 설렘으로 바쁘다.

나를 내려주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의 뒷모습을 보면, 품에서 하루를 지나 떠나는 자식들에게 구부정한 허리로 서서 손 흔드는 저 노인의 모습이......아니 내 모습이 떠오른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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