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5. 천지개벽으로 열려진 금강문

조현술 논설위원

삼일포 쪽의 금강문이 있는 험한 바위산 고개이지요.

그 험한 바위산은 걸어서 넘어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바위산을 돌아다녀서 금강문 쪽에는 아예 발길이 끊어졌어요. 너무도 험한 바위가 첩첩 쌓여서 고개를 넘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바위산 작은 동굴 속에 수염이 허연 도사 한 사람이 살았어요. 도사는 항상 낚싯대를 들고 삼일포 호수에 나가 낚싯대를 담그고 지내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였어요. 아직 한 번도 낚시한 고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준 일이 없었어요. 도사가 고기를 잡는다기보다는 세월을 낚는 것 같았어요. 그 도사는 깊은 학문을 쌓았지만 나라가 일본에게 빼앗기자, 세상이 싫어 금강산 골짜기에 숨어 살며,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말을 하지 않고 벙어리처럼 살았어요.

그런 도사가 금강산 골짜기 마을 사람들에게는 산신령처럼 존경을 받고 있었어요. 그는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미리 예견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했어요.

“내일은 비가 올 것이오. 제비가 저렇게 낮게 나는 것을 보면 꼭 비가 올 것이오.”

“올해는 가뭄이 심할 것이나 밭작물을 잘 관리하세요.”

“그 참, 할아버지가 이상한 소리를 하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인 데 무슨 비란 말인가? ”

그 다음날은 분명히 도사 말대로 꼭 비가 내렸어요. 또한 가뭄이 온다는 해에는 어김없이 심한 가뭄으로 마을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어요. 그런 일들을 정확하게 예견하자, 금강산 골짜기 사람들은 그를 ‘도사’라고 부르게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금강문 작은 동굴 속의 도사를 찾아가 의논을 할 정도로 마을 사람들에게 믿음을 받고 있었어요.

오늘도 도사는 삼일포 호수에 낚싯대를 담그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어요. 그러다 도사가 갑자기 깜짝 놀랐어요.

“어엇? 왜 이럴까? 삼일포 호수에 붕어 송사리들이 이렇게 수면으로 올라와 요동을 치는 법이 없었는데, 더구나 미꾸라지, 메기가 이렇게 수면 위로 퐁퐁 뛰어오르는 일은 처음인데? 이 무슨 징조일까?”

도사는 낚싯대를 손에 잡고 조용히 눈을 감았어요. 낚싯대를 잡은 도사의 손끝이 바르르 떨리자, 삼일포 호수 속의 고기들이 낚싯대 근처로 모여 들었어요. 특히나 미꾸라지, 메기들이 물위로 뛰어 오르며 요동을 쳤어요.

“으음 ! 분명이 무슨 전조 증상이구나. 이 금강산 삼일포 금강문 쪽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도사는 낚싯대를 잡고 아주 깊은 명상에 잠겼어요. 얼마 후에 깊은 명상에서 깨어난 도사는 손발을 바르르 떨고 낚싯대를 거두며 중얼거렸어요.

“ 미꾸라지, 메기가 저렇게 요동을 치는 것은 땅 속에 무슨 이변이 일어날 전조증상이다.”

도사는 삼일포 호숫가를 천천히 거닐며 깊은 생각에 잠기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어요.

“오늘 밤에 분명히 이 금강문 일대에 커다란 천지개벽의 이변이 일어날 것이다. 무서운 지진이라고 할까? 무서운 청천벼락 같은 이변이 일어날 것이다.”

도사는 침울한 얼굴로 낚싯대를 거두고 금강문에 있는 자신이 거처하는 동굴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어요. 마침 마을에서 가장 신임을 받고 있는 마을 어른 한 사람을 만났었어요. 그 마을 어른이 도사에게 먼저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를 했어요.

“도사님, 오늘은 좀 일찍 낚시를 마치셨군요?”

도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마을 어른에게 한 마디 했어요.

“예, 그렇습니다. 오늘 밤에 천지개벽 같은 난리가 일어날 것 같으니 놀라지 마시오.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놀라지 말고 넒은 마당으로 나와서 주변을 살피십시오.”

마을 어른은 도사의 밑도 끝도 없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사에게 되물었어요.

“예? 도사님, 천지개벽?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도사는 그 사람이 묻는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꾹 입을 다문 채 금강문 골짜기를 향하여 올라갔어요.

마을 어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도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아무 대답도 없이 금강문 골짜기로 천천히 걸어가는 도사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태까지 도사가 말한 일이 거짓이거나 허황된 일이 한 번도 없었기에 무척 걱정이 되었어요.

도사는 금강문 골짜기에 있는 자신이 거처하는 동굴 속에 돌아왔어요. 그는 관솔불을 켜놓고 동굴 속에 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책을 다 펴서 뒤적이며 책장을 한 장씩 넘겼어요. 그가 아주 깊은 생각을 하느라 동굴 안에는 도사의 숨소리만 났어요.

“아! 참으로 큰 일이 일어나는구나! 지진으로 천지개벽처럼 땅이 뒤흔들리겠구나. 그런데 그 천지개벽 진동이 요동을 치고 나면 이 나라에도 아주 밝은 빛이 솟아나는구나.”

도사는 그런 마음의 동요를 느껴본 적이 일찍이 없었어요. 일본 놈이 하는 일들을 볼 수 없어 세상을 버리고 동굴 속에 숨어 살며 인간사의 사소한 정에는 눈 하나 까닥하지 않았는데 이번 일은 정말로 마음이 흔들렸어요. “

“아! 감동이구나. 이 지진과 금강문의 천지개벽이 우연하게도 우리 조선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시기와 일치하는구나. 드디어 왜놈들의 압박에서 벗어나 이 나라에 광명이 오는구나. 이 비밀은 아무도 모를 거야. 나처럼 동굴 속에서 살면서, 몇 백 년을 바라보는 산신령 같은 눈이 아니면..... . ”

도사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해, 커다란 붓과 돌을 쪼아내는 끌을 준비하여 금강문에서 가장 큰 바위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어요. 도사는 금강문 바위에 오늘의 이 감격을 아무도 몰래 글자로 새기고 싶었어요. 주변을 밝히기 위해 커다란 관솔불을 머리 위에 횃불로 높이 쳐들었어요.

도사는 망치와 끌로 바위에 글을 힘들여 새기면서 혼자 중얼거렸어요.

“이제 나라가 일제의 암흑 굴에서 해방이 되니, 나도 여기 금강문 동굴에 숨어 살 필요가 없구나. 글자를 크게 뚜렷하게 새겨야지. 이 벅찬 마음을 단 두 글자로 새기자.”

하늘에 별들만 내려다보는 깊고 깊은 금강문 골짜기에 예리한 쇠 소리와 돌이 깨어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어요.

삼일포 호수, 금강문 하늘에는 밤이 깊어갔어요. 별들이 총 총 총 눈을 뜨는 아름다운 밤하늘이 그림처럼 보였어요.

자정이 넘었을까요.

하늘이 온통 번개 불로 번쩍이었어요. “꽝, 우르르, 꽝, 꽝, 우르릉.” 천둥이 무섭게 울었어요. 그와 동시에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무섭게 굴러 내리고 부딪치는 소리가 났어요. 갑자기 하늘의 별들이 겁이 나서 시커먼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모두가 마을의 넓은 마당으로 모여 겁에 질려 웅성거렸어요. 오늘 낮에 도사에게 이상한 말을 들은 어른이 나와 큰소리로 말했어요.

“놀라지 마시오, 오늘 낮에 금강문 도사를 만났는데 천지개벽으로 땅이 무섭게 흔들리며 산에 바위들이 마을 아래로 구를지도 모른다고 했소. 집에서 나와 넓은 마당으로 모이십시오.”

하늘에 천둥이 무섭게 치고 번갯불이 번쩍거리며 땅을 마구 뒤흔들었어요. 그 강한 번갯불과 천둥소리가 점점 강해지더니 도사가 거처하는 삼일포의 금강문 쪽으로 서서히 뻗어갔어요. 금강문 쪽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무서운 진동 소리가 산을 흔들고 천지를 개벽하는 것 같았어요.

마을 사람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삼일포의 금강문 쪽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걱정스런 말을 했어요.

“저렇게 천지를 흔들어대는 천둥소리가 나니 분명 금강문 골짜기에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나겠다. 도사가 금강문 동굴에 있으니 목숨이 위험할 것 같다. 어쩌지?”

“그러나, 우리가 거기가 어디라고 가겠니? 저 무서운 천둥이 우르릉 거리는데.”

새벽녘 가까이까지 땅이 흔들리고 천둥소리가 돌과 나무에 번갯불로 번쩍이더니, 차츰 천둥소리와 진동이 잠잠해졌어요.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자기 집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아침이 서서 밝아오기 시작했어요.

어젯밤의 그 일을 까마득히 잊은 듯이 찬란한 해가 떠올라 삼일포 금강문 골짜기를 비췄어요.

마을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두 사람씩 천천히 금강문 쪽으로 걸어 올라갔어요. 어젯밤 금강문 쪽에서 그토록 무서운 천지개벽의 천둥이 있었으니 무슨 일이 크게 일어났는지 궁금했어요. 더 궁금한 것은 금강문 골짜기 어느 동굴에서 그 무서운 밤을 새운 도사가 걱정되기도 했어요.

마을 사람들이 금강문 골짜기로 올라가, 바위 골짜기였던 곳을 둘러보자 정신이 아찔했어요. 산처럼 높이 솟아 있던 그 많은 바위들이 굴러 떨어지고, 깨어져서 그 험하던 바위 사이사이로 길이 트였어요.

“와 ! 금강문 골짜기에 길이 생겼다. 이제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바로 금강문 골짜기를 넘어가도 되겠다.”

집채처럼 커다란 바위들이 굴러 내려가고 길이 생기자, 더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산등성이의 길고 긴 바위들이 돌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성벽처럼 보였어요. 그 성벽이 옛날 장수가 쌓아 놓은 돌성처럼 보여 마을 사람들은 그 긴 바위들을 ‘성벽암’이라고 불렀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 성벽암이 너무도 신기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그곳으로 올라가보니, 그 너머로 금강산의 절경이 펼쳐졌어요.

“아하 금강문을 지나니, 금강산이 못견디게 우리를 매혹시키는 또 다른 경치로 다가서는구나. 저 금강산 옥류동과 구룡연의 저 황홀한 자태를 보라.”

성벽암 위에 있는 마을 사람들 중에 누군가 외쳤어요.

“그보다도 우리 도사님이 어떻게 되었는지 가보자.”

“그렇지. 이 천지개벽을 제일 먼저 말해준 사람이 도사님이다. 도사님이 거처하시는 동굴로 가보자.”

그들은 성벽암에서 한 발 한 발 조심해서 내려와 도사가 거처하는 동굴로 찾아갔어요. 집채 같은 바위들이 깨어지고 갈라져 금강문 골짜기는 사람이 다니기에 편해졌어요.

마을 사람들 중에 앞서가던 누군가 외쳤어요.

“도사님이 거처하시던 동굴이 깨어져 없어졌다.”

“그렇군. 동굴 문이 아예 깨어지고 없구나.”

“그렇다면 도사님이 돌에 묻혀서.... .”

“걱정 안 해도 돼. 도사님이 돌에 깔려 죽을 그런 분이 아니야. 어디로 피신을 했을 거야.”

그러다가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어요.

“ 와! 저 큰 바위에 아주 어려운 글자가 새겨져 있다. 글자가 두 자다”

사람들이 모여 그 글자가 새겨져 있는 바위 아래로 모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그 글자를 바라보았지만 어려운 한문 글자라서 읽을 수가 없었고 무슨 말인지는 더욱 몰랐어요.

그러다 나이가 많고 학문이 깊은 마을 어른이 나서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 글은 여태까지 없던 글이지요. 누가 이렇게 바위에 어려운 글을 새겼을까요? ”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서로의 얼굴을 보았어요.

학식이 높은 마을 어른은 눈을 지그시 감더니 무슨 깊은 생각에 잠겼어요. 그 마을 어른은 아지 못할 고뇌로 긴 숨을 내쉬며 자기만이 아는 말로 중얼거렸어요.

‘도사, 그 분은 참으로 생각이 깊은 분이구나. 저 글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속박에서 벗어난다는 글귀이다. 지금 함부로 저 말을 퍼뜨렸다가는 고양이 눈 같은 일본 순사에게 잡혀갈 거야’

학식이 높은 그 마을 어른은 마을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말했어요.

“나도 글의 뜻을 모르겠소. 단지 내 짐작으로는 우리 조선에 크나 큰 광명을 비추는 희망의 글인 것 같소.”

마을 사람들은 그 어른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둥거리며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고개만 꺼덕이고 아무도 더 말을 하지 아니했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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