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4.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라바위

동해 바다 용궁에 요즘 들어 신하들, 궁녀들이 큰 걱정거리가 생겨 얼굴이 평소처럼 밝지 못했어요. 용왕님이 큰 병에 걸려 병석에 누워 있기 때문이지요. 궁중 의원들이 진찰을 하고 좋다는 약을 다려 먹였지만 효과가 없었어요.

오늘은 특별히 용하다는 복어 의원이 왔어요.

복어 의원은 용왕의 몸을 오래 동안 살피더니 걱정스런 얼굴로 힘없이 말했어요.

“폐하, 폐하의 병에는 치료할 약이 없습니다.”

복어 의원의 말을 듣고 용왕이 절망에 싸여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더니 스르르 눈을 감았어요.

“폐하, 그러나 단 한 가지 약이 있기는 합니다.”

힘없이 눈을 감고 누워있던 용왕이 벌떡 일어나 앉으며 복어 의원을 바라보았어요.

“단 한 가지 약이라니?”

“폐하의 병에는 금강산에 있는 토끼의 생간을 내어 식기 전에 잡수시면 병이 씻은 듯이 나을 것입니다.”

용왕은 복어 의원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용궁의 총리대신을 불러 말했어요.

“금강산에 가서 토끼 간을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는 아주 높은 벼슬을 내리고 귀한 보물도 준다고 말하시오.”

총리대신이 용궁의 신하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며칠이 지났지만 한 사람도 가겠다고 희망하는 자가 없었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자라 신하가 용왕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오더니, 용왕에게 말했어요.

“폐하, 소인이 금강산으로 가서 토끼의 간을 구해오겠습니다.”

“그래. 그대가 나를 위해 위험한 육지로 가서 토끼를 잡아오겠다는 건가? 자네가 그 일을 성공하면 내가 총리대신에게 말해 자네에게 높은 벼슬을 주고 금은보화를 가득 내리도록 하겠네.”

그날로 자라는 거친 파도를 헤치고 금강산 입구로 들어가는 남강에 닿았어요. 남강에서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계곡으로 접어들자, 자라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에 홀려 정신이 아찔했어요.

자라는 엉금엉금 기어 금강산 비로봉 계곡 큰 동굴 앞에까지 갔어요. 동굴 앞에 쉬면서 금강산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토끼 만날 궁리를 했어요.

“와! 금강산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토끼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하겠는데?”

바로 그때였어요.

하얗고 보송보송한 털을 가진 토끼 한 마리가 숨을 헐떡거리며 자라가 있는 바위 굴 안으로 급히 들어왔어요. 자라는 처음 만난 토끼였지만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아 굴속으로 숨겨주었어요.

토끼는 굴속으로 뛰어 들어오며 숨을 씩씩거리고 말했어요.

“휴우, 호랑이에게 쫓기느라 간이 떨어질 번했네.”

토끼의 그 말을 듣고 자라가 고개를 꺼덕이었어요.

‘과연 토끼의 간이 좋은 것 같구나. 호랑이까지 탐을 내는 것을 보면 ! ’

얼마 후, 정신을 차린 토끼는 자라와 인사를 나누었어요.

“나는 금강산 골짜기에 사는 토끼라고 해.” “나는 동해바다에서 온 자라야.”

자라와 토끼는 이내 서로 친하게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어요. 자라가 서서히 토기에게 용궁의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요. 토끼의 귀가 솔깃해지자 자라가 토끼의 눈치를 보아가며 말을 했어요.

“용궁은 정말 아름답고 평화롭단다. 호랑이에게 쫓길 염려도 없지. 더구나 포수라든지 토끼를 위험하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단다. 거기다 일 년 사시 철, 따뜻하고 먹을 것이 풍부하지. 토끼 너처럼 귀여운 모습이면 궁녀들이 아주 좋아할 거야.”

“그래? 내가 그곳에 가도 돼?”

“그 - 럼. 내가 용왕의 신임 받는 대신이야. 용왕님께 말씀 드려 너에게 높은 벼슬 한 자리 받아 줄게.”

토끼도 생각해 보았어요. 금강산이 아름답고 좋지만 항상 호랑이에게 잡힐까봐 가슴을 졸여야 하고, 더구나 눈이 오는 겨울에는 사냥꾼이 총을 메고 사냥을 올적에는 숨소리도 죽이고 살아야 했어요.

“정말이지. 너만 믿고 따라간다.”

자라는 토끼가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아주 좋아 신이 나서 말했어요.

“그럼. 걱정하지 말아. 내가 누구니? 용왕의 신임을 받고 있는 대신인데.... . ”

토끼는 자라의 뀜에 빠져 당장 동해바다로 출발했어요. 토끼는 자라의 등을 타고 남강을 따라 내려갔어요. 남강이 끝나고, 동해바다로 속으로 들어갈 때, 토끼는 시퍼런 파도가 겁이 나서 눈을 꼭 감았어요.

토끼와 자라가 용궁에 닿자, 용궁의 으리으리한 모습이 펼쳐졌어요. 토기가 금강산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하던 화려한 궁궐의 방, 예쁜 커튼이 쳐진 창문은 꿈 속 같이 아름답고 포근했어요.

자라가 토끼를 태우고 용궁 궁궐 앞 정원에 닿자, 자라를 환영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펼쳐졌어요. 궁녀들이 긴 치마를 끌고 마중을 나오고 악사들이 나팔을 불었어요.

그때, 아주 무서운 병사들 몇 명이 자라와 토끼를 마중 나왔어요. 그 병사 중에 키 크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병사가 자라 가까이 와, 자라에게 극진히 인사를 했어요.

“대감님, 먼 길 수고하셨습니다.”

자라가 말없이 고개를 꺼덕이며 눈짓을 하자, 그와 동시에 병사 세 사람이 달려들어 자라 등 위에 있는 토끼를 포승줄로 꽁꽁 묶었어요.

“자, 자라야, 이게 뭐야? 약속이 틀리지 않아.”

자라는 토끼의 말을 못들은 체 궁궐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아하, 내가 자라에게 속았구나. 대체 나를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토끼는 병사들에 의해 포승줄에 묶여져 궁궐 안의 용왕 앞으로 끌려갔어요.

용왕 앞에 끌려온 토끼는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어좌에 앉은 용왕은 몇 몇 대신들과 의논을 하고 있었어요. 궁중 의원도 예리한 칼을 들고 대신들 사이에 기다리고 있었어요.

용왕은 토끼가 병사들에 의해 끌려들어 오자, 여유 있는 태도로 토끼 앞으로 내려왔어요. 용왕은 육지에 사는 토끼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신기한 듯이 토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요.

그리고는 준엄한 말로 토끼에게 말했어요.

“토끼, 자네의 간이 내 병에 특효라고 해서 자네를 먼 금강산에서 이곳 동해 용궁에까지 데리고 왔네.”

그 말을 듣는 순간 토끼는 정신이 아찔했어요. 토끼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란 말이 생각났어요.

“그렇구나. 이럴 때 일수록 태연한 척 정신을 차리자.”

토끼는 숨을 크게 들여 쉬고 아주 태연한 척 하고 용왕의 다음 말을 기다렸어요.

“의원, 이리 와서 토끼의 배를 가르고 간을 내도록 하여라. 토끼의 간이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

“폐하,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원이 시퍼런 칼을 들고 토끼 쪽으로 급히 왔어요.

그때, 토끼가 아주 태연하게 웃음을 지으며 용왕에게 공손하게 그리고 아주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폐하, 맞습니다. 저의 간은 만병에 특효입니다. 저는 금강산의 맑은 하늘에 밤마다 뜨는 별들의 정기를 받아 태어났고, 아침 이슬을 마시고 향기로운 꽃과 산삼을 뜯어 먹고 자랐지요. 저의 간을 먹으면 이 세상의 고쳐지지 못하는 병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말한 토끼는 무척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용왕과 대신들에게 말했어요.

“이 귀한 간을 탐내어 사람들, 짐승들, 호랑이 등의 맹수들도 간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간을 함부로 가지고 다닐 수 없어 그 간을 배안에서 꺼내어 바위 굴 은밀한 곳에 감추어 두고 다니지요.”

토끼는 용왕에게 자신 있게 말했어요.

“폐하, 의원을 시켜서 지금 칼로 저의 배를 갈라보라고 하십시오.”

토기는 그렇게 말하고 용왕과 대신들의 눈빛을 살피고 아주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저는 매달 초하루부터 보름까지는 간을 배속에 넣고 다니며 그 다음 열엿새부터 그믐까지는 간을 꺼내어 맑은 샘물에 씻어 바위굴 속 은밀한 곳에 감추어 두기 때문에 지금 저 자신의 몸에는 간이 없습니다.”

토끼는 무척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대신들이 모두가 고개를 꺼덕이며 토끼의 말을 믿었지만, 용왕만은 토끼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여봐라, 여러 말 말고 칼로 토끼의 배를 갈라서 간을 끄집어내어라.”

토끼는 당황했지만 그럴수록 아주 태연한 척 정신을 바짝 차렸어요.

“폐하, 제가 죽는 것은 괜찮지만 이 말이 금강산 토끼들에게 퍼지면 다시는 토끼 간을 구하기 어렸습니다. 저를 이곳까지 데리고 온 자라도 호랑이가 저의 간이 탐이 나서 달려오는 것을 간신히 피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용왕은 즉시 자라를 불렀어요. 용왕에게 불려온 자라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어요.

“자라 대신, 그대가 금강산 토끼 굴 앞에서 호랑이가 토끼의 간을 노리는 것을 보았나? 바른대로 말하게.”

“예, 예- 폐하. 저가 동굴 안에 있는데, 토끼가 굴로 달려 들어오면서 ‘까딱하면 ‘간이 떨어질 뻔 했다’고 했습니다.”

“간이 ‘떨어질 뻔했다’ 그 말이 사실이렸다?”

“예. 폐하. 사실이옵니다. 저의 귀로 똑똑히 들었나이다.”

“네 이놈! 토끼에게 잘 알아보지도 않고 토끼를 이 먼 곳까지 데리고 왔느냐? 여봐라, 자라를 가두어라.”

그때였어요.

토끼가 의기양양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폐하, 진정하시옵서. 지금 바로 저 자라와 함께 금강산으로 가서 동굴 속에 은밀하게 숨겨둔 영험 있는 토끼의 생간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러겠는가? 자네가 간을 가지고 용궁으로 돌아오면 자네에게 높은 벼슬과 금은보화를 잔뜩 내리겠네.”

그 날은 토끼를 위해서 용궁에 아주 큰 잔치가 베풀어졌어요. 산해진미가 가득 나오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궁녀들이 춤을 추었으며 악사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연주했어요.

다음날 토끼는 용왕과 대신들의 배웅을 받고 으리으리한 용궁을 나왔어요. 토끼는 자라의 등을 타고 푸른 바다를 지나 금강산 입구의 남강을 거슬러 올라가 금강산 구룡연 계곡에 닿았어요. 토끼는 구룡연 계곡에 닿자, 눈물을 글썽이며 금강산의 경치를 둘러보았어요.

“용궁에서 배를 자르고 간을 내었다면 지금쯤 나는..... .

토끼는 금강산에 살아서 돌아오자, 꿈속이듯 고향의 따뜻한 품이 좋아 춤을 덩실덩실 추었어요.

날이 어두워지자, 자라는 동굴 속에 있는 토끼의 간을 가지고 빨리 용궁으로 돌아가고 싶어 마음이 초조했어요.

“토끼야 용궁으로 가야지. 동굴 속으로 가서 빨리 간을 가지고 오너라.”

그제야, 토끼는 자기의 배를 슬슬 긁으며 자라에게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미욱한 녀석아, 몸 안에 있는 간을 빼었다 넣었다하는 짐승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내가 몸 안에서 간을 꺼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렇게 말한 토끼는 용왕을 증오하듯 아주 긴 숨을 내 쉬며 한 마디 내 뱉듯 말했어요.

“용왕의 병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남의 목숨을 빼앗아 오래 살려는 놈은 마땅히 죽어야 한다.”

그 말을 남긴 토끼는 자라에게 혀를 날름거리고는 푸른 솔밭을 향하여 뛰어 들어가 버렸어요.

자라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허탈한 마음으로 용궁이 있는 바다 언덕 근처까지 엉금엉금 기어왔지만, 도저히 용궁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요. 토끼의 간을 가지고 오는 자라를 환영하기 위하여 큰 잔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빈손으로는 용궁에 돌아갈 수가 없었어요. 더 무서운 것은 용왕의 화가 치밀어 당장 자라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았어요.

자라는 동해바닷가 언덕에서 용궁이 있는 쪽의 바다만 바라보고 긴 목을 빼고 있어요. 긴 세월이 흐르자, 자라의 몸이 서서히 바위로 굳어졌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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