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2. 세존봉 중턱의 누리동굴에 사는 부부

하늘나라에 옥황상제의 약초원이 있어요.

그 약초원은 옥황상제의 특별한 명령으로 누구라도 함부로 그곳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약초원에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불사초라는 약초를 재배하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그 불사초를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진귀한 약초라고 해요.

어느 날 옥황상제가 약초원에 들렸어요. 약초원을 담당하는 신하가 옥황상제를 안내하여 한 포기밖에 없는 불사초 앞으로 안내했어요.

“폐하, 며칠 후면 불사초의 성숙기 됩니다. 그 때 잡수셔야 합니다. 때를 놓치면 다음 성숙기까지는 300년을 기다려야 하옵니다.”

“그렇구나. 나는 이미 불사초를 먹었기 때문에 필요 없다. 나의 왕비가 될 여인을 구하여 먹일 것이니, 잘 돌보게나.”

“예. 폐하, 엄하게 관리하겠습니다.”

다음날, 옥황상제는 성숙기가 며칠 남지 않은 불사초를 먹일 왕비를 간택하라는 명령을 관리에게 내렸어요.

“내가 아직 혼자이니, 짐과 평생을 함께할 왕비를 간택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여라.”

총리대신은 즉시 신하들을 모아 회의를 했어요.

“옥황상제의 왕비를 간택한다는 것은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말하는 다음 부서 별로 책임을 진 대신들은 왕비의 후보자를 3명씩 뽑으시오.”

그들의 부서는 다음과 같아요. 궁녀를 책임진 대신, 선녀들을 책임진 대신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행실 바른 처녀를 책임진 대신 세 대신이 뽑아야했어요.

최종 심사는 옥황상제가 선택하기로 했는데, 총리대신이 각 부서에서 뽑은 3명의 처녀 중에서 최종적으로 1명을 옥황상제가 선택하기로 했어요.

총리대신은 왕비 예비 후보 간택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어요. 첫째가 인물(얼굴), 둘째가 몸가짐(됨됨이), 셋째는 걸음걸이가 단정한 처녀를 뽑으라고 지시했어요.

담당 대신들은 왕비를 뽑기 위해 각자 부서의 처녀들 중에서 왕비 후보를 뽑는 일에 신중을 기했어요. <궁녀>를 책임진 대신은 천상백옥경의 궁녀들 중에서 인물, 몸가짐, 걸음걸이를 중요한 간택 기준으로 하여 엄정하게 심사했고, <선녀>를 책임진 대신은 남악봉의 선녀들 속에서 후보자를 심사했으며, 하늘나라 구석구석에서 올라온 <처녀>를 심사하는 대신은 여러 심사관을 통하여 뽑게 했어요.

드디어 최종 심사를 하는 날이 다가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너무도 엄정한 심사기준과 대신들의 엄중한 심사 때문에 왕비 후보자를 한 사람도 뽑지 못했어요.

옥황상제는 그 소식을 듣자, 초조했어요.

“허, 그 참. 큰 걱정이군. 불사초가 내일이면 성숙기를 지나는데, 다음 성숙기까지는 30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옥황상제는 마음이 초조했어요. 귀한 불사초 먹을 시기를 놓치면 간택된 왕비에게 먹일 수 없기 때문이지요.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하늘나라 궁궐 안이 발칵 뒤집어졌어요. 아침부터 옥황상제의 화난 목소리가 궁궐 안에 쩌렁쩌렁 울렸어요. 아직 한 번도 옥황상제의 화난 목소리가 이렇게 궁궐 안을 뒤흔든 적이 없었어요.

“뭐라고? 그 불사초를 누가 뜯어 먹었다고?”

약초원 담당 대신이 옥황상제 앞에 불려 와서 벌벌 떨고 있었고, 총리대신도 안절부절하여 어쩔 줄을 몰라 옥황상제의 눈치만 살폈어요. 옥황상제는 분을 참지 못하고 거친 숨을 내쉬다가 총리대신에게 엄하게 한 마디 남기고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총리대신, 불사초를 훔쳐 먹은 놈을 오늘 안으로 붙잡아 대령하도록 하여라.”

총리대신은 약초원 대신을 불러서 엄하게 문초했어요.

“그 중요한 불사초를 어떻게 관리했기에 하늘나라에서 도둑을 맞았단 말이오. 하늘나라에서 단 한포기 밖에 없는 것을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제 깊은 밤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약초원에 보초를 엄하게 세워두고 저도 자주 가서 감시를 했지만.... .“

“알겠네. 이제 그 불사초를 훔쳐 먹은 놈을 찾아내야 하네. 옥황상제님이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을 처음이 아닌가?”

“예, 대감님 말씀대로 저가 목숨을 걸고 불사초를 훔쳐 먹은 놈을 잡아내겠습니다.”

약초원 담당 대신은 약초 감시원들을 불러 모았어요. 불같이 화난 목소리로 약초원 감시원들에게 엄하게 말했어요.

“약초원의 밭의 발자국, 약초원 주변에 자주 오는 이들 중심으로 철저히 조사하여 오늘 안으로 불사초를 훔쳐 먹은 자를 잡아들이지 않으면 엄하게 다스리겠노라.”

감시원들은 입술을 깨물고 각자가 한 가지씩 맡아 불사초를 몰래 뜯어 먹은 자를 찾기로 했어요.

다음날, 아침나절이었어요.

약초원을 관리하는 대신이 숨을 헐떡거리며 총리대신 앞으로 달려왔어요.

“대감, 찾았습니다. 볼사초 범인을 찾았어요.”

“그자가 대체 누구인가?”

“범인은 달나라에서 온 옥토끼였습니다.”

“뭐? 달나라에서 온 옥토끼가? 그 녀석은 우리 하늘나라의 법은 몰랐던 게로구나.”

총리대신은 다리를 벌벌 떨며 옥황상제에게 보고하러 갔어요. 옥황상제 앞에 다다른 총리대신은 목소리가 떨려 제대로 말이 되지 않았어요.

“폐하, 아뢰옵기 항송하오나 그 불사초를 훔쳐 먹은 자는 달나라에서 온 옥토끼라고 하옵니다.”

“뭐라고? 달나라에서 온 옥토끼?”

옥황상제가 노발대발하더니 총리대신에게 손으로 허공을 크게 내리치며 엄하게 말했어요.

“옥토끼를 당장 죽여서 하늘나라의 법이 엄한 것을 모든 이이게 보이도록 하여라.”

총리대신은 옥황상제의 그 불호령을 듣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런 총리대신을 보고 옥황상제가 분통을 터뜨리며 더 큰 고함을 질렀어요.

“총리대신, 그 옥토끼를 당장에 처치하시오.”

옥황상제의 고함이 궁궐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지만 총리대신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을 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어요. 그런 모습을 본 옥황상제가 분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 지르며 총리대신 앞으로 다가왔어요.

그때였어요. 총리대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폐하, 옥토끼는 죽일 수 없습니다.”

“뭐라고 옥토끼를 죽일 수 없어? 불사초를 훔쳐 먹은 놈을 죽일 수 없다니? ”

“폐하, 옥토끼가 불사초를 먹었으니 죽지 않습니다.”

옥황상제는 총리대신의 말을 듣고 이해가 가는지 분을 참을 수 없어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무엇을 결심했는지 주먹을 불끈 쥐고 억지로 분을 삼키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옥토끼 그 녀석을 하늘나라에는 둘 수 없으니,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여 하늘 아래 세상에서 고생시키도록 하여라.”

총리대신은 옥황상제의 명령을 듣자, 떨리는 발걸음으로 물러 나왔어요.

총리대신은 그 즉시 약초원 관리 대신을 불러 옥토끼를 하늘 아래 나라 금강산 어느 중턱으로 보내라고 했어요. 단지 하늘 아래 세상에 보낼 적에는 옥토끼를 사람으로 변생시켜 보내라고 했어요.

아름다운 금강산이어요. 옥토끼가 30대의 건강한 남자로 변생하여 금강산에 내려왔어요.

그는 그의 이름을 스스로 ‘누리’라고 짓고 금강산에서 생활하게 되었어요. 사람이 되니, 토끼로 사는 것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먹을 것도 사람의 먹을 것을 찾아야 하고, 입을 것도 사람이 입는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하고, 잘 곳도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을 찾아야 했어요.

누리는 금강산 일만이천봉 봉우리들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편히 쉴만한 보금자리를 찾아보았어요. 풀꽃언덕, 폭포가 있는 계곡, 맑은 호수 그리고 해안 경치들을 다 돌아보았으나 마땅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다 세존봉 중턱에 있는 커다란 동굴을 찾았어요. 동굴 안에 샘물이 퐁퐁 솟아나는 곳도 있고, 잠자리에 알맞은 곳도 있었어요.

“이곳이면 살기에 편리하고 옥황상제의 눈에 띄지 않는 가장 안전한 곳이 되겠군.”

누리는 그 동굴 이름은 자기 이름을 따서 ‘누리동굴’이라고 지었어요. 그 굴속에는 햇빛도 들어오고 주변에서 먹을 것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사람이 살기에 편리했어요.

누리는 그 동굴을 자기가 거처하는 집으로 정하고, 동굴 안쪽 안전한 곳에 포근한 잠자리를 마련하였어요.

다음날부터 누리는 겨울이 오면 먹을 양식을 미리 준비하기 위하여 세존봉 골짜기 여기저기를 다니며 나무 열매, 풀뿌리 등을 캐러 다녔어요. 손등이 가시에 활키고 다리가 돌에 찍혔으나 누리는 그 아픔을 꾹 참고, 부지런히 열매를 따 모우고, 풀뿌리를 캐어 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누리가 세존봉 중턱에서 약초를 캐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어요. 콩콩 뛰는 가슴을 진정시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얼굴이 아름다운 처녀였어요. 누리가 금강산에 내려와서 처음 예쁜 처녀를 만나게 되자, 가슴이 물레방아처럼 쿵덕거렸어요.

누리는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처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보려고 시도했어요. 처녀는 산속에서 갑자기 낯선 남자를 보자, 당황해 하더니, 얼굴을 붉히고 캐던 약초를 망태기에 주섬주섬 주워 담아 산길을 내려가 버렸어요.

“그 참, 저렇게 아름다운 처녀가 이 깊은 산골에 혼자서 약초를 캐러 오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혹시 나와 같은 비밀의 사연이 있는 것일까? 내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다음날 아침나절이었어요.

누리는 망태기를 어깨에 메고 세존봉 골짜기를 다니며 약초를 캐었어요. 누리는 약초를 캐는 것보다 어제 만난 그 처녀를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하여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부지런히 다녔어요.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바위 굴 아래서 저녁 햇살을 등지고 약초를 캐는 처녀를 만날 수 있었어요.

누리는 용기를 내어 처녀 가까이 갔어요. 오늘은 처녀가 누리를 보자, 먼저 생긋 웃어주었어요. 누리는 그런 처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아주 밝은 얼굴로 말을 걸었어요.

“아가씨? 요 위에 작은 샘에 목을 추기러 올라갈까요?”

신기했어요. 누리의 그 말에 아가씨가 생긋 웃더니 순순히 따라왔어요.

누리가 산길을 오르면서 처녀에게 말을 걸어보았어요. 처녀가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말이 너무도 착하고 꾸밈이 없었어요. 처녀는 이 세상사람 같지 않게 너무도 순진하고 착하기만 했어요.

‘대체 이 처녀에게 무슨 사연이 있을까? 저 토록 착하고 예쁜 처녀가 이 깊은 산골에 혼자서 약초를 캐다니? 그리고 겁도 없이 나를 따라오다니!’

누리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비밀스런 자기의 누리동굴 앞에까지 처녀를 데리고 왔어요. 누리는 동굴 앞 언덕에 처녀와 나란히 서서 서산에 기우는 해를 바라보았어요.

저녁 해가 서산마루에 걸터앉았어요. 해님은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그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마지막 남은 가을 햇살 한 줌을 처녀와 누리에게 떼어 주었어요. 두 사람의 얼굴이 저녁 햇살에 불그스름하게 물이 들었어요. 서산의 붉은 노을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은 이상하게도 서로가 마을을 열고 싶었어요.

누리가 처녀가 잔잔한 목소리로 먼저 고백을 했어요.

“나는 집도 없고 형제도 없으며 외로운 사람이오. 이 누리 동굴이 나의 집이오.”

처녀도 누리의 순수한 모습을 보자, 스스럼없이 자기 자신의 마음을 열고 싶었어요.

“나도 이 세상에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이어요.”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붉은 저녁 햇살을 등지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누리동굴 안으로 들어갔어요. 저녁햇살이 두 사람을 따라 누리 동굴 안으로 깊숙이 따라 들어갔어요. 누리 동굴 안이 화안이 밝아오고 두 사람이 따듯한 보금자리를 찾은 것 같았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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