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61>아침의 노동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박상래-문화대안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건강한 사람이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도 일어나지 않고 몇 시간을 미적대는 경우는 일어나서 마땅히 할 일이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때이다. 기다리고 있는 일이 있다면 이른 새벽에 눈을 뜨고 이불을 박차고 나오는 행동에 결단력도 높다. 봄이 되면 시골의 아침 풍경도 도시의 출근시간만큼 바쁘다. 곧 시집 갈 딸도 햇볕에 내보내야 하고, 노약한 할머니도 손을 보탠다. 억지로 하는 사람은 나갈 채비가 느릿하겠지만 스스로 세운 계획에 빠듯한 사람은 이미 잠들 때 다음날 해야 할 노동의 순서와 계획을 세운다. 게으른 사람에게 아침의 새소리는 짜증나고 성가시겠지만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은 고맙고 반갑다. 이른 새벽에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면 혼자 돈벌이에 나서는 것 같아서 서글프다가 도로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을 만났을 때 위안을 받는 것처럼 새소리도 위안이고 친구다.

한때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노동자는 회사를 집같이 생각하고, 회사는 노동자를 가족으로 생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리던 비복이 분가를 할 때가 되면 배필을 구해 혼인을 시키고 토지를 떼어주어 먹고살도록 한 것은 가족 개념이었다. 노동자도 회사에 의지하고, 자신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동을 했고, 이렇게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도 생각하여 헌신에 대한 긍지를 가졌다. 삶의 전부로 알고 인생을 바쳤는데 회사는 자체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노동자는 생존의 권리 회복을 위해 파업을 하고, 회사는 직장 폐쇄로 맞선다. 노동자는 기대할 아침이 없어진다. 이 경우는 스스로 노동을 유지할 공간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전국에서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해직되어 공식적인 노동 그러니까 출근을 전제로 하는 노동으로부터 계약이 해지되어 아침의 노동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아침은 생존의 증거이자 꿈이다. 때로는 고달팠던 출퇴근의 행복이 영원한 추억이 되지 않기를 소원한다.

김미경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2011)’를 소심하게 표절을 해보면 ‘꿈이 있는 노인은 늙지 않는다’,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등으로 생산해 볼 수 있다. 이어서 김미경의 ‘당신의 꿈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한다’에 이르면 꿈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꿈의 출발인 아침을 실직으로 질병으로 뺏겨버린 봄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거침없는 변이를 계속하면서 코로나19 이후 20, 21의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치 전쟁오락게임에 등장하는 상상의 괴물체처럼 느닷없이 또 다른 형태로 공격을 계속할지 모를 일이다.

사스와 메르스처럼 중증의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특징 때문에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이러스 전염은 통상 2미터 이내에 이루어진다지만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는 20미터, 인간관계의 정서적 거리는 200미터로 멀어진 것 같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시간자체가 수평 이동하였다. 그러나 인생 곧 수명도 유예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얼음 밑의 물처럼 시간은 흘러 되돌아 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다. 그래서 움직여야 하고, 꿈을 위해서나 생존을 위한 아침노동이 절실하다.

죽음의 공포에 싸인 10개월간의 사투를 그린 소설 페스트. 알제리의 작은 해안도시에 어느 날 쥐들의 시체가 발견되고 갑자기 이웃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시청의 말단 공무원인 ‘리외’는 평범하지만 재앙 앞에 인간의 구원을 행동으로 옮기는 인간형이다. 우리에게도 유능하고 희생적인 의료진들이 있다. 고래는 땅위에 살다가 더위를 피해 바다로 간 포유동물이다. 진화나 적응에 수천만 년이 걸렸다면 의료진들이 만든 백신으로 우리를 곧 바이러스의 만행으로부터 구원해 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의 노동을 꿈꾸기도 하고, 봉사를 위해서나 생산을 위해 여전히 노동을 시작한다. 아침과 우리의 운명은 너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우리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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