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5. 내 지인이 성폭력 가해자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함안성·가족상담소 김선희

 

 

‘성폭력 가해자’를 상상할 때 흉악하고 극악무도한 ‘괴물’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폭력 가해 원인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대개 성폭력 강력범일수록 불우한 가정환경, 학대 경험, 저소득계층, 저학력, 높은 알코올의존도가 있다고 설명해 왔으니까요. 뇌 호르몬의 영향이라든가, 골상학적 문제, 칼슘의 결핍, 조현병 등의 ‘질병’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에 적용되는 가해자는 매우 드물 뿐 아니라, 가해자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형사 고소되지 않았거나 법적으로 승소한 가해자들의 경우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성폭력은 특수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왜곡된 남성성과 남성중심적 문화에서 기인하며, 가해자는 대부분 잘 교육받고, ‘정상 가족’에서 자란 지극히 ‘평범한’ 남성/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믿었던 지인이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면, 나도 모르게. 그 지인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성폭력 가해자를 ‘특별한 사람’, ‘괴물’ 등으로 묘사하면서 ‘일반인’과 분리하는 방식으로 각인시켜온 미디어, 이론, 사회문화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감정이 겉으로 드러날 때 자칫 피해를 호소한 사람을 또 한 번 곤경에 빠뜨리거나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 지인이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면, 아래의 몇 가지 사항을 꼭 기억해주세요.

 

첫째, 가해자의 행동이 성폭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고 하지 말아 주세요. 성폭력은 피해자가 경험한 상황과 맥락, 관계 속에서 판단되기 때문에 제3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제3자가 ‘객관적’일 수도 있다는 말은 피해자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을 무시하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 상황이 성폭력인지 모르겠다고 해서 가해자나 다른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말하는 것은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말한 피해자에게 또 다른 좌절감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운이 나빴다’, ‘어쩌다 실수한 거다’, ‘술이 문제다’ 등의 말로 가해자의 행동을 가벼운 것으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가해자도 문제 제기를 받은 후에 혼란과 고통의 시간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인들은 위와 같은 말들로 가해자를 위로하고, 가해자의 잘못을 최소화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해자의 행동을 사소한 일로 만들 때, 가해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돌아보기보다 ‘어쩌다 한 실수’로 정당화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잘못된 행동은 반복될 위험이 큽니다. 혹여 가해자의 행동이 많은 남성/사람들이 쉽게 해온 놀이나 행동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동으로 피해를 겪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가해자와 지신의 평소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피해자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했다’, ‘피해자가 원래 예민하고, 문제가 있었다’는 말로 가해자의 책임을 덜어주려고 하지 마세요. 내 지인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에 피해자를 함께 비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중재하고 싶은 마음에 가해자를 대신해 변명해주거나, 가해자의 현재 심정을 전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 과정을 견뎌내기보다는 스스로를 ‘피해자화’하는 자기 연민에 빠져 피해자의 감정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성폭력을 당할 만한 행동이란 없습니다.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보다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넷째, 나도 같이 책임질 부분은 없는지 고민해 주세요. 어쩌면 가해자의 행동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평소 가져왔던 생각과 습관들 속에서 발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와 내가 속한 공동체/조직이 그러한 가치관들을 공감하거나 부추긴 적은 없었는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주세요. 그것은 나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나의 그러한 자세는 가해자에게도 구체적인 성찰과 반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참고: 성폭력, 의심에서 지지로/한국성폭력상담소>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의견쓰기

작성자 비밀번호
의견쓰기
  • 내용은 200자 이내로 적어야 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왼쪽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포토뉴스

  • 포토뉴스
  • 포토뉴스 더보기
  • 조근제 함안군수, 초등학교 저학년 등교에 따른 현장방문
    조근제 함안군수, 초등학교 저학년 ...
  • 조근제 함안군수, 초등학교 저학년 등교에 따른 현장방문  조근제 함안군수, 초등학교 저학년 ...
  • 오월의 초록에 잠긴 ‘함안 질날늪’오월의 초록에 잠긴 ‘함안 질날늪’
  • “코로나 극복, 여러분 덕분입니다”  “코로나 극복, 여러분 덕분입니다”
  • 조근제 함안군수, 경상남도 긴급재난지원금 접수처 현장방문조근제 함안군수, 경상남도 긴급재...
  •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 제8대 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누가 선출되나?제8대 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누가 ...
  • 다섯 임금을 충성으로 섬기고 고려 자주성 회복다섯 임금을 충성으로 섬기고 고려 ...
  • 건전한 여론 조성 지역과 함께하는 풀뿌리 지역신문건전한 여론 조성 지역과 함께하는 ...
  •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 제8대 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누가 선출되나?제8대 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누가 ...
  • 다섯 임금을 충성으로 섬기고 고려 자주성 회복다섯 임금을 충성으로 섬기고 고려 ...
  • 건전한 여론 조성 지역과 함께하는 풀뿌리 지역신문건전한 여론 조성 지역과 함께하는 ...
  •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 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하늘 길, 바닷 길, 육로야 열려라.
  • 제8대 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누가 선출되나?제8대 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누가 ...
  • 다섯 임금을 충성으로 섬기고 고려 자주성 회복다섯 임금을 충성으로 섬기고 고려 ...
  • 건전한 여론 조성 지역과 함께하는 풀뿌리 지역신문건전한 여론 조성 지역과 함께하는 ...

개업홍보

  • 개업홍보
  • 개업홍보 더보기
  •  
  • 오피니언
  • 기획특집

함안맛집

  • 함안맛집
  • 함안맛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