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불안한 나들이

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우리는 전통적으로 제일 무서운 동물을 호랑이로 알고 있다. 호랑이는 몸집이 크고 힘도 세다. 목소리도 우렁차다.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호랑이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세어서가 아니다. 작아서 무섭다. 코로나바이러스다. 몸집이 크면 눈에 잘 띄어 보고 피할 수라도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그 소리도 없다. 그 정체는 오직 바이러스로 사람이 병든 후에야 드러난다. 바이러스 앞의 사람은 시각장애인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한두 명씩 출현할 때다. 시내의 어느 큰 병원 의사가 감염되면서 병원 전체가 폐쇄되기도 했다.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는 확진 환자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두문불출(杜門不出 : 집에만 있고 바깥출입을 아니 함)로 코로나 19의 공포를 극복하며 지낼 때다. 갑자기 시내 서점에 갈 일이 생겼다. 마스크로 완전 무장을 하고 서점으로 향했다. 가는 곳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서점에 있는 주차장 사무실에 차 열쇠를 맡기고 번호표를 받았다. 혹시 직원의 손에 묻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번호표를 통해 내 손에 묻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었다. 서점에 들어갔다. 책꽂이에 진열된 책을 빼고 넣으면서도 혹시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계산대에서 결제를 할 차례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주었다. 장갑을 끼고 있는 직원의 장갑 끝에도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의문이 없어지지 않았다. 무수한 사람을 상대하는 그들이라 그 불안은 생각할수록 더 심했다. 태연하게 나에게 받아 결제를 마치고 돌려주는 카드가 지갑에 들어갈 때는 지갑까지 바이러스에 오염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 사무실에도 결제를 해야 한다. 현금을 지불하고 500원짜리 거스름돈을 받았다. 그리고 맡겨놓은 자동차 열쇠도 받았다. 동전과 자동차 열쇠에 바이러스가 묻었으면 어쩌나 싶은 의문이 생겼다. 자동차에 와서 문을 열 때면 자동차 문, 운행 중엔 핸들, 변속기 등 모두가 손에 묻은 바이러스에 오염되나 싶은 불안감은 끝이 없었다. 이건 바이러스와의 술래잡기(숨바꼭질)다. 언제나 사람이 술래다.

이런 의심은 필자의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 부족 때문인가. 아니면 과잉 반응인가.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지침을 보면 손 씻기는 필수다. 이것은 손을 통해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심지어는 엘리베이터의 층 번호를 누를 때도 손끝으로 하지 말고 팔꿈치로 하라고까지 말한다. 여러 사람이 쓰다 보니 엘리베이터의 번호에도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수도 ‘주먹인사’로 권하지 않는가. 그러면 필자가 염려한 모든 것들도 감염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상대와의 접촉이 있을 때마다 손을 씻을 수 없다. 아무리 조심해도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를 조심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본다. 결과가 잘 못 되면 생사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내 한 번 나갔다 오면서 여러 사람에게 온갖 의심을 한 자신이 부끄럽다. 병마와 싸우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많은 환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와 접촉하면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눈앞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구에서는 연일 환자가 쏟아져 환자 수용 시설과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부족해서 야단이다. 자원봉사에 나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줄을 잇는다. 하루 종일 근무지에서 일하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퇴근 시간에 환자의 병실로 가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있다. “대구를 돕자”고 성금과 물품을 보내는 기업과 개인도 많다. 연예인들도 대구 돕기에 나서고 있으며, 시민들도 도움의 손길을 함께 내밀고 있다. 이런 사람이 있어 그래도 희망이 있다.

일상생활은 불안과 오해의 연속이다. 기침만 나와도 코로나가 걱정 된다. 가족과 마주 보고 대화하기도 조심이 된다. 아침마다 오는 신문, 두고 간 택배ㆍ우편물도 깨끗한 사람의 손을 거쳐 배달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국가의 위기다. 사진과 함께 실린 신문 기사를 보면 경부선 KTX 좌석이 텅텅 비어 운행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도서관은 30여 년 만에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서울 경복궁ㆍ청계천, 부산 해운대에 사람이 없다. 교회ㆍ성당 등 종교 기관도 종교행사를 중단한 곳이 많다. 500년 역사의 대구 서문시장도 문을 닫았다. 마트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수백 미터로 이어진 대구 시민의 모습이 눈물겹다.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가고, 보고 싶은 사람 마음대로 만날 수 있는, ‘즐거운 나들이’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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