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28. 아름다운 사랑의 둥지 자추암(慈雛岩)

외금강 구룡연 골짜기의 아기자기하고 기기묘묘한 바위는 금강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요. 그 기기묘묘한 바위는 신선의 솜씨가 아니면 도저히 다듬을 수 없을 것 같은 작품들이어요.

그런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집선봉의 넓은 바위 위에서 세 신선이 모여 앉아 의논을 하고 있었어요. 금강산의 바위 다듬기를 관리하는 신선, 나무나 화초를 돌보는 신선 그리고 새, 짐승을 돌보는 신선이 도란거렸어요. 세 신선은 각각의 하는 일이 달랐어요.

세 신선은 집선봉 아늑한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열띤 토론을 벌렸어요. 집선봉 아래쪽의 산줄기에 바위 조각 작품을 하나 세울 것인데 그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어요.

나이가 많은 큰형 신선이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어요.

“금강산에는 많은 바위가 있다. 매바위, 개구리바위, 닮알바위, 토끼바위 그리고 자라바위 등이 있지만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어요?”

둘째 형이 나서며 말했어요.

“나도 형의 말에 동감이요. 그 많은 바위 중에 ‘사랑’을 말하는 바위가 하나도 없어요.”

“역시 아우는 생각이 깊어.”

“크크크, 형들은 뭐 신선이면서 사랑을 좋아 하네요”

“에키! 신선의 사랑은 속세의 사랑과 달라. 세월이 흘러도 푸른 하늘빛처럼 빛나는 그런 사랑이야. 이 큰형의 마음은 그렇다.”

둘째 형이 그런 형의 말을 받았어요.

“형, 그러면 가장 숭고한 사랑을 찾는다 말이네요.”

“그렇지. ”

그때 막내 신선이 나섰어요.

“형들, 이 막내의 생각인데요. 두 남녀가 서로 뜨겁게 포옹하는 모습의 바위는 어떨까요?”

둘째 형이 그 말을 받아서 크게 환영을 했어요.

“맞아요. 이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은 청춘 남녀의 사랑입니다. 저 높은 봉우리에 화강암 바위로 두 청춘 남녀가 포옹 하는 장면으로 다듬어 세운다면 이 외금강 골짜기가 아주 뜨거울 거예요. 모든 짐승들, 산새들 그리고 산꽃들이 좋아할 거예요.”

막내 신선이 크게 손뼉을 치며 소리 질렀어요.

“맞아요. 역시 작은 형은 사랑의 뜨거움을 알아요!”

“뭐야? 나는 그러면 큰형이라고 나이가 많다고, 그런 사랑도 모른다 말인가?”

세 신선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지 옥신각신 다투었어요. 큰형 신선이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투덜거리며 각자의 하는 일로 돌아갔어요. 짐승들, 산새를 돌보는 일, 나무 산꽃을 들보는 일을 위해 금강산 골짜기로 흩어졌어요.

금강산의 맑은 바람소리, 물소리, 산새소리가 가득히 골짜기에 흘렀어요.

큰형 신선은 동생들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불평이 대단했어요.

“허, 그 동생들이 참, 뭘 몰라. 숭고한 사랑을 그런 곳에서 찾는다니! 내, 원참. 그래 가지고 어떻게 신선 소리를 들어?”

큰형 신선은 외금강, 내금강에 있는 여러 가지 바위 조각작품들을 돌아보기로 했어요.

먼저 만물상 구역의 귀면암을 찾아갔어요. 신선들의 걸음은 봉우리들을 날아가듯이 걷기 때문에 빛살처럼 빨리 움직이어요.

“귀면암은 얼굴이 귀신 형상이라서 무서워서 사랑을 말할 수 없어, 삼선암의 바위들은 너무 깊은 생각에 잠겨서 사랑을 느낄 수 없어.”

큰형 신선은 육화암, 장수바위, 용바위를 돌아다녔지만 그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나타내는 바위가 없었어요.

“할 수가 없군, 내일 다시 동생들을 불러서 함께 의논을 해보아야지.”

큰형 신선은 금강산 골짜기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칠층암, 천계화 바위 등을 돌아보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나타내는 사랑 바위가 없었어요.

다음날 세 시선은 집선봉 넓은 바위에 앉아 토론을 했어요.

먼저 큰형 신선이 말을 끄집어내었어요.

“나는 말이야. 어제 외금강, 내금강 다 돌아다녀보았지만 사랑을 나타내는 그런 의미의 바위가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말인데 두 동생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 둘째 형 신선이 큰소리를 불쑥 지르며 말했어요.

“그 참, 형님도 말귀를 못 알아 듣네요. 남녀가 둘이서 뜨겁게 포옹하는 그런 장면의 바위를 다듬으면 얼마나 좋겠소.”

그 말에 큰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더니 둘째 형을 향해 고함을 질렀어요.

“뭐야? 말귀를 못 알아들어? 오냐? 알았다. 이제 자네들과 의논을 하지 않겠네.”

그때 막내가 놀래서 얼굴이 파래지더니 두 형 앞으로 나섰어요.

“큰형님, 우리는 나무, 꽃, 풀, 새들 짐승들을 관장하는 신선들이고 바위 조각은 본래 큰형님의 몫이지요. 우리들의 생각이 모자라드래도 그것은 큰형님께서 이해하셔야 합니다.”

“일 없네. 이제 이런 일가지고 다시는 자네들과 의논하지 않겠네. 나의 작품이 완성되어 집선봉 산 능선에 세워지면 그때 보러 오게나.”

큰형 신선은 두 동생 신선들을 돌려보내고 집선봉 바위에 앉아 깊은 생각을 했어요. 뽀족뽀족하고 예리한 바위가 높낮이를 조화롭게 하여 산능선으로 뻗어나가는 집선봉을 보면서 사랑이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바위를 찾기 위해 고뇌했어요.

큰형 신선은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상상하다가 무언가 기발한 이미지가 떠올랐는지 작은 웃음을 빼물었어요.

“어머니가 아기를 보듬고 젖을 먹이는 모습은 어떨까?”

큰형 신선은 제법 흡족한 웃음을 머금고 여러 곳의 바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구상하는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를 골랐어요.

그날 밤, 큰형 신선은 그 집선봉 산능선 바위 위에서 밤을 세우며 구체적인 생각을 다듬었어요. 바위의 위치, 크기, 방향 그리고 주변의 배경을 생각했어요.

“아! 하늘에 흐르고 있는 저 수많은 별을 쳐다보아라. 얼마나 광대하고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

그 맑은 밤하늘에 수많은 별을 쳐다보고 있는 큰형 신선은 이상한 영감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았어요. 금강산 숲에서 소쩍새 소리, 구룡폭포의 물소리, 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요.

“가장 숭고한 사랑은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칼처럼 쭈빗쭈빗한 바위 봉우리들이 줄을 지어 있는 산봉우리에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형상의 바위를 세운다는 것은 ‘숭고한 사랑’ 이전에 좀 이상한 것을 느끼지 않아?”

큰형 신선은 그 영감의 소리를 듣고 깊이 느끼는 바가 있어 고개를 크게 꺼덕이었어요.

“그렇구나. 어머니와 아기의 사랑 의미는 좋지만 그 험한 산꼭대기에 세운다는 것은 너무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같구나.”

그 날 밤을 집선봉 봉우리 바위에서 하룻밤을 지낸 큰형 신선은 금강산 골짜기, 골짜기를 돌아다니며 야생화, 새들, 짐승들 하나, 하나를 살펴보았어요.

“내가 바라는 가장 숭고한 사랑의 의미를 어디서 찾는다 말인가? 동생들을 다시 불러 모아볼까?”

“아냐, 그 동생들은 생각하는 게 나와 근본적으로 달라 더 좋은 생각이 나오지 않을 거야.”

큰형 신선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금강산 집선봉 울창한 숲속을 거닐며 아름드리나무 숲 사이로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어요. 큰형 신선은 무엇을 보았는지 갑자기 발을 멈추었어요.

“바로 이거다.”

큰형 신선의 시선이 꽂힌 곳은 바로 새둥지였어요. 엄마 새가 둥지 속에 새들에게 먹이를 먹이는 모습이었어요. 엄마 새가 숲속을 힘겹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잡아오면 둥지 속의 여러 마리 새끼들이 노란 부리를 엄마 새를 향해 열고 찌찌거리는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었어요.

“그렇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엄마 새가 둥지 속의 새끼 새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는 모습이다.”

큰형 신선은 그렇게 생각이 정해지자 하늘을 나를 듯이 몸이 가벼워졌어요.

큰형 신선은 이제 작품의 구상을 바로 한 것 같았어요. 지금부터 집선봉 능선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화강암 바위로 조각하는 것이었어요.

큰형 신선은 그 조각의 이름을 ‘사랑의 새둥지’로 정했어요. 그는 먼저 사랑의 새둥지를 조각할 위치를 선정해야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는 집선봉 산 능선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어요. 너무 뽀족한 봉우리 근처를 피하고, 앞이 가리지 않은 곳, 햇살이 잘 비추는 곳 등을 찾았어요. 그러다 집선봉 마지막 능선이 가장 적합한 곳으로 생각되었어요.

그날부터 큰형 신선은 사랑의 둥지 다듬기에만 열중했어요. 그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어요. 둥지의 위치와 크기, 새끼 새들의 크기와 숫자 그리고 어미 새의 크기와 위치를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큰형 신선은 새의 둥지, 어린 아기새, 커다란 어미새를 아주 아름답게 구상을 했어요.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둥근 바구니 모양의 둥지를 다듬고, 그 둥지 속에 예쁜 부리를 엄마 새에게 벌리는 모습을 다듬으며, 먹이를 입에 물고 날아와 귀여운 아기 새에게 그 먹이를 나누어 주는 어미새를 구상했어요.

“사랑을 다듬는 다른 것은 어려운 것이다. 이 작품이 완성되는 동안 집선봉 아래쪽에는 누구의 눈길도 보아서는 안 되지 철저히 비밀리에 작품을 만들어야겠다.”

다음날 아침부터 집선봉의 마지막 능선에는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신선의 작업 광경을 비밀스럽게 감추고 있었어요. 그 안에서 큰형 신선이 자기만의 피나는 작업이 계속되었어요. 어떤 때는 아주 큰 돌덩어리가 깨어지는 소리가 나고, 어떤 때에는 돌을 숫돌에 가는 소리까지 들렸어요. 또 어떤 때는 어린 새의 소리까지 났었어요. 이런 작업이 제법 오래 동안 계속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찬란한 아침 태양이 금강산을 비추었어요. 해님도 깜짝 놀라서 더 밝은 햇살을 집선봉 능선에 쏟아 부으며 빛살로 금강산 골짜기에 소리소리 질렀어요.

“금강산 집선봉 끝자락에 아주 아름다운 바위가 다듬어져 있다.”

그곳에는 아주 큰 둥지에 너무도 깜찍한 아기새 다섯 마리가 노란 부리를 내밀고 있고, 어미새가 먹이를 물어와 새끼 새들에게 나누어 주는 그런 모습이었어요. 아침 햇살에 비취는 그 모습은 금세라도 아기새들이 둥지 밖으로 날아 나올 것 같은 생동감이 넘쳤어요.

산새들, 짐승들 그리고 금강산의 모든 신선들이 집선봉의 끝자락 능선에 모여 들었어요. 특히나 산새들, 짐승들을 관장하는 막내 신선, 나무 꽃들을 관장하는 둘째형 신선은 다른 신선들을 데리고 왔어요.

모여든 모든 신선들의 눈들이 휘둥그레지며 찬사를 쏟아내었어요.

“와! 저 둥지 모아라. 어떻게 돌로 저렇게 다듬었을까!”

“둥지 속에 있는 아기 새를 보아라. 금세라도 포로롱 날아 나올 것 같애.”

모든 신선들은 그 아름다운 둥지를 바라보며 포근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어요.

“나는 금강산의 산꽃을 다스리고 있지만 그 모양이라든지 색깔을 정말로 사랑으로 다스린 적이 없는 것 같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다람쥐, 산새 등의 산짐승들의 굴이며 먹이를 다스리면서 참 사랑의 의미로 다스리지 못한 것 같아.”

그곳에 모인 신선들은 사랑의 둥지를 멀리서 바라보며 자기들의 참다운 사랑의 의미를 깨우쳤어요. 물소리, 바람소리, 안개 등을 다스리는 신선들도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 사랑의 둥지를 다듬은 큰형 신선은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어요. 모두들 생각했어요.

“큰형 신선은 사랑의 둥지 속에 한 마리 아기새로 숨어있는지 몰라.”

“아니야, 어미새가 바로 큰형 신선일 거야.” 모든 신선들은 누가 시키지도 아니했는데 그 사랑의 아기새 둥지를 향하여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했어요.

신선들은 그 둥지 이름을 <사랑 자(慈-자) 새(雛-추)>자를 따서 자추암이라고 불렀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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