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26.금강산의 4대 사찰 신계사

금강산에는 유명한 4대 사찰이 있어요. 유점사, 장안사, 표훈사 그리고 신계사가 외금강, 내금강 골짜기 아름다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그 4대 사찰 중 하나인 신계사는 신라 법흥왕 시기인 519년 보은 조사가 세운 것으로서 천 여 년을 내려온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 있는 국보적 유적이지요.

그 신계사에 큰스님 한 분이 있었어요. 키도 크고 얼굴도 부처님처럼 자비롭고 인자한 모습이었으며, 매사가 보통 스님과는 다른 분이었어요.

오늘도 큰스님은 대웅전에 많은 스님들을 모아놓고 굵은 목소리로 강연을 하는 중이어요.

“우리 신계사는 보은 스님이 창건한 이래 수많은 중생들의 고뇌를 부처님의 자비로 품어 왔다. 오늘은 이 대웅전 문을 열어 놓고 만세루, 칠성각, 극락전을 말하고자 한다. 칠성각은 아는 대로 우리 토속 신앙을 부처님의 자비로 품어 두는 곳이다. 오늘 그 칠성각에 대하서 말하고자 한다.”

그 때였어요. 큰스님을 모시는 상좌 스님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큰스님 앞에 가서 꿇어 앉아 무언가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큰스님은 상좌 스님의 말을 듣고 고개를 꺼덕이더니 대웅전에 모여 있는 스님들에게 말했어요.

“오늘은 여기서 접고 내가 갈 곳이 있느니라.”

큰스님이 의관을 정제하고 신계사 마당에 나가자, 상좌 스님이 큰스님을 안내했어요.

스님이 다다른 곳은 신계사 앞으로 흐르는 커다란 냇가였는데, 그곳에는 많은 남자들이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고 있었어요. 상좌 스님이 그 모습을 초조한 목소리로 큰스님에게 설명했어요.

“큰스님 마을 보살(나이든 불교 여신도)들이 모여들어 냇가에서 고기 잡는 저 사람들을 쫓아내라고 합니다.”

“그렇구나. 부처님의 자비가 서려있는 이 신계사 아래 냇가에서 살아있는 생명을 저렇게 그물로 잡아 죽이다니.”

“큰스님, 저 사람들이 그물로 잡아 올리는 고기는 은어라고 합니다. 지난 초파일에 방생을 한 물고기이기도 하고....”

“그렇구나. 보살님들이 화를 낼 만하구나. ”

큰스님은 냇가에서 그물로 고기를 잡는 그 많은 사람들을 쫓아낼 방안이 없었어요. 설사 고함을 치거나 말로 설득하여 쫓아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스님은 그 냇가를 향하여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하며 한숨처럼 불경을 외웠어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은 상좌 스님과 함께 대웅전으로 돌아왔어요.

대웅전으로 돌아온 큰스님은 깜짝 놀랐어요. 그 넒은 대웅전 마당에 보살들이 모여서 불경을 외우며 탑돌이를 하고 있었어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냇가에 고기를 잡아먹는 사람을 쫓아주세요.”

큰스님은 그 많은 보살들을 모두 대웅전으로 불러들였어요. 대웅전으로 불려 들어온 보살들의 분노가 좀체 가라앉지 않았어요. 그 보살들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절 앞 냇가에서 고기를 잡은 그 사람들을 쫓아내는 일에만 마음이 모아져 있었어요.

큰스님은 그 보살들에게 조곤조곤 말했어요.

“저 냇가에 몰려오는 물고기들은 은어라고 하지요. 저 고기들은 이곳 냇가에서 알을 낳게 된답니다. 그러면 그 작은 새끼 고기들이 저 넓은 바다에 나가 성장해서 다시 알을 낳게 위해 자기들의 포근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답니다. 이것을 모천회귀(母川回歸)라고 하지요.”

큰스님의 말을 듣고 있던 젊은 보살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스님에게 하소연 하듯 울먹이며 말했어요.

“큰스님, 자기가 태어난 고향 냇가에 알을 낳게 위해 돌아오는 그 고기를 잡아먹는다 말입니까? 여자가 아기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오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 보살이 울면서 하는 말을 듣고 여기저기서 다른 보살들도 훌쩍이기 시작했어요.

“참 나쁜 사람들이야. 세상에..... .“

큰스님도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겼어요. 무언가 아주 깊은 길로 부처님을 찾아가는 그런 명상 같았어요. 큰스님에게서만 느끼는 고뇌가 얼굴에 스치고 지나갔어요.

잠시 후, 큰스님이 보살님들은 향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여러 보살님들도 오늘 마을로 돌아가시면 꼭 이런 사실을 알려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지 않도록 설득해 주세요.“

보살들은 큰스님의 말을 듣고 모두가 자기 마을로 돌아갔어요. 그들의 머릿속에는 마을 남자들을 설득할 말들로 꽉 차있어요.

다음날 아침나절이었어요.

대웅전 마당에 마을의 많은 남자들이 큰스님을 찾아와 고함을 지르고 항의를 했어요. 어떤 남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씩씩거리기까지 했어요.

“큰스님, 신계사 앞 냇가의 은어 떼들은 우리 조상대대로 잡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잡지 말라 하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렇네요. 나무관세음보살”

큰스님은 얼굴에 잔뜩 분노를 띄고 있는 남자들에게 합장을 하고 커다란 한숨을 쉬고는 법당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법당에서는 하루 종일 스님의 염불소리와 목탁소리만 낭랑하게 대웅전 마당으로 흘러나왔어요.

큰스님은 그때부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법당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염불과 목탁소리만 내었어요.

신계사에 밤이 깊어갔어요. 산새들, 산짐승들, 그리고 바람소리까지 잠이든 깊은 밤이 되었어요.

큰스님은 그 칠흑같이 깊은 밤에 스님들의 처소를 찾아가 깊이 잠이든 상좌를 불렀어요. 상좌 스님은 엉겁결에 눈을 부비고 일어났어요.

“상좌, 법원아, 내가 동해바다에 다녀 올 일이 있다.”

“예? 큰스님! 이 깊은 밤에 동해바다에 가신다고요?”

“그렇다. 혹시라도 내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니 너에게 절을 잘 부탁한다.”

“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요?”

상좌 스님은 정신 번쩍 들었어요. 큰스님의 손을 잡고 따라가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자식처럼 길러 주신 큰스님과 잠시라도 떨어져 있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큰스님이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말에는 눈시울이 뜨거웠어요.

큰스님은 상좌 스님의 손을 조심스럽게 놓고 먼 길을 나섰어요. 깊은 밤에 나서는 길이라 조심스럽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어요.

스님이 밤새 걸어 동해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산 고개에 다다르자, 어둠이 걷히고 서서히 동쪽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어요.

“아! 밤새 걸었더니 몸이 노근해 오는구나.”

스님은 바닷가 모래밭으로 갔어요. 푸른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한적한 바닷가 작은 바위 앞에서 스님은 두 손을 모으고 누구인가에게 바치는 간곡한 불경을 외우며 목탁을 쳤어요. 제법 오래 동안 그렇게 합장을 하며 빌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그 잔잔한 바다에 작은 파도가 일더니, 그 파도 속에 아주 커다란 바위 같은 파도 하나가 모래밭에 ‘철석’하고 쓰러지며 주변에 물안개를 자욱하게 일게 했어요.

신기했어요. 그 어슴푸레한 물안개 속에 아주 큰 거북이 한 마리가 긴 목을 빼고 스님에게 자신에 등에 타라는 시늉을 했어요.

스님은 예상한 일이었지만 떨리는 소매를 조심스럽게 접고 들고 있던 목탁을 바랑에 넣었어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거북이 등에 탔어요.

스님이 거북이의 등에 오르자, 거북이가 바다 깊은 곳을 향하여 서서히 헤엄을 쳐 갔어요. 스님은 아슴한 기분으로 눈이 스르르 감겼어요. 제법 오래 동안 바다 속을 헤엄쳐 가던 거북이가 한 곳에 머무르자, 스님이 눈이 밝게 떠졌어요.

스님이 눈을 뜨자, 그곳은 으리으리한 대리석 돌기둥으로 지어진 용궁이었어요. 스님 영접을 책임진 신하가 스님을 정중하게 용왕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어요.

스님이 용왕 앞에 가자, 용왕도 왕의 황금 의자에서 내려와 정중하게 스님을 맞았어요.

“스님, 먼 길에 오시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소. 그래 무슨 할 말씀이 있어 이 먼 곳까지 오셨소.”

스님은 용왕의 친절한 응대에 감동하여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하며 용궁에까지 온 연유를 차근하게 말했어요.

“소승은 금강산의 작은 암자의 주지로 중생들의 번뇌를 다스리고 있사온데, 그 암자 앞 냇가에 은어 떼가 해마다 냇가로 올라오면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그 은어를 잡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처님의 가르침은 살생을 금하기에 .......”

“그러시구려, 은어 떼의 생태가 냇가에서 알을 낳으면 먼 그곳에서 부화된 새끼가 넓은 동해바다에 나와 어미로 성장하여 다시 자기가 태어난 냇가로 돌아가게 되지요. 그것은 자연의 순리라 용왕인 나도 어쩔 수 없구려.”

“하오나, 그 은어 떼들을 한번만 다른 냇가로 올라가게 용왕님의 은혜로 다스려 주옵소서.”

용왕은 스님의 간곡한 부탁을 받자 눈을 지그시 감고 무엇을 깊이 생각하였어요.

“알겠소. 용궁 신하들과 회의를 하여 그 방안을 생각해보리다.”

“용왕님! 황공하옵니다.”

스님은 용궁 구석구석을 돌며 금강산에서 보지 못하던 여러 가지 신기한 구경을 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고 이레 만에 자기의 암자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스님이 암자에 돌아오자, 암자의 스님들은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더구나 상좌 스님은 죽었던 부모가 살아온 것처럼 기뻐서 큰 스님의 손목을 잡고 울먹이기까지 했어요.

“법원아! 승려가 너처럼 눈물이 많으면 중생들을 구제하기가 어려우니라. 모든 것을 부처님의 뜻으로 담담하게 받아 들이거라. 그리고 지금 당장 신계사 모든 승려들을 대웅전에 모이도록 하여라.”

즉시 신계사 안에 있는 모든 스님들이 대웅전 바닥에 줄을 지어 바르게 앉아 큰스님의 강론을 기다렸어요. 그들은 그동안 큰스님이 어디를 다녀왔는지 그게 궁금했고, 또 무슨 설법을 하시려는지 관심을 가졌어요.

여러 스님들 앞에 서 있는 큰스님은 평소 같지 않게 아주 깊은 생각을 담은 얼굴이었어요. 그 얼굴에는 알지 못할 고뇌의 흔적이 바람처럼 일렁거렸어요.

“며칠 동안이지만 내가 없는 동안에 상좌와 여러분들이 암자를 잘 지켜주어서 고맙구려,”

큰스님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머언 동해 쪽을 향하여 용왕에게 합장을 드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을 했어요.

“세상만사가 한 쪽이 득이 되면 한쪽은 반드시 해를 입게 된답니다. 내년부터는 우리 신계사 앞 냇가에 절대로 은어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대웅전에 모인 모든 스님들은 큰스님의 말씀을 듣고 반신했어요. 여태까지 큰스님이 한 번도 경우에 벗어난 말이나 허위의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러나 자연의 섭리로 먼 바다에서 냇가로 올라오는 은어 떼를 스님의 한 마디 말로 막는다는 것은 믿을 수 없었어요. 스님들은 큰스님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헤어졌어요. 다음 해 초여름이 되었어요.

예년과 다름없이 암자 앞 냇물은 푸르고 맑았으며 작은 물고기가 떼가 놀고 평화롭게 놀고 있었어요.

올해도 수많은 투망꾼들이 암자 앞 냇가에 그물을 치고 은어 떼를 기다렸어요. 어떤 투망꾼은 크게 한 몫 할 생각으로 엄청나게 큰 그물을 준비하고 힘 센 일꾼들도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냇가에는 한 마리의 은어도 보이지 않았어요. 투망꾼들은 큰소리로 짜증을 내었어요.

“올해는 은어가 한 마리도 구경을 할 수가 없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글쎄, 내가 평생을 이 마을에 살아도 냇가에 은어 떼가 한 마리도 없는 것은 처음 보네.”

그 시간, 시냇가 언덕에는 얼굴에 화안한 웃음을 머금은 큰스님이 동해바다를 향해 합장을 하고 있었어요. 큰스님의 입에서는 동해바다 용왕에게 드리는 한없는 감사의 염불이 빛살처럼 반짝이며 날아갔어요.

그 뒤 이 절을 부처님 신(神)자에 시내 계(溪)자를 써서 신계사(神溪寺)라고 하였답니다.

조현술 논설위원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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