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23. 삶의 바른 길로 이끌어준 해금강의 부부 바위

금강산에서 ‘해금강 구역’이란 저 북쪽 수원 끝에서 남강 하류 대봉도 영랑호를 거쳐 화진포에 이르는 바닷가의 명승을 말하지요,

바다가 해변 깊숙이 들어와 있어 호수처럼 맑은 곳이 있었어요.

그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 있어요. 호수 같은 해금강 바다에 마을과 주변의 낮은 산들이 그림처럼 비췄어요. 그런 마을에 10여 호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마을 사람들이 오붓하게 살았어요.

그 마을에 한 부부가 살았는데, 부부가 항상 티격태격 다투며 의논이 맞지 않았어요. 그 부부는 서로가 괜한 일로 트집을 잡는다든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여 토라져서 말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았어요.

오늘도 그랬어요.

남편이 주먹을 불끈 쥐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아내에게 고함을 질러대었어요.

“마루 청소가 이게 뭐야?”

“흥. 마루 청소? 왜, 그것을 꼭 나만 해야 되나? 당신은 손발이 없어?”

“뭐? 손발이 없어? 그래 내가 병신이가?”

신혼 때에는 그렇게 사이가 좋은 부비 사이였는데 결혼 10 여년이 지나자, 그 부부는 작은 일로 자주 다투었어요. 더구나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어서 더 그런지 몰라요. 남편은 아내가 미워서 아내의 얼굴을 보는 것까지 싫어했어요. 아내도 그런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항상 불만으로 마음속이 부글거렸어요.

그러던 어느 차가운 겨울날이었어요. 겨울바람이 몹시 차가 와서 바깥으로 나돌아 다니지 못하고 집안에만 갇혀 있으니 무척 짜증이 나는 날이었어요. 이 부부도 하루 종일 방에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니 지루하고 짜증이 났어요.

이날도 남편이 괜한 일로 아내에게 시비를 걸었어요. 점심때였어요. 점심상을 받은 남편이 덜컥 판을 밀어놓고 고함을 질렀어요.

“반찬이 이게 뭐야. 내가 소, 돼지야? 이게 반찬이라고 했어?”

“뭐? 소, 돼지? 그럼 당신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사람인 주제에 그렇게 행동해?”

그렇게 시작된 말다툼은 드디어 큰 부부싸움으로 확대되었어요. 남편이 점심을 차린 밥상을 마당으로 던지자, 그릇 깨어지는 소리가 와장창 났어요.

아내도 남편의 그런 행동에 질세라 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지르며 남편에게 달려들었어요.

“왜? 왜? 이 반찬이 어때서? 그러면 당신이 해 먹어.”

그러자 남편이 씩씩거리며 주멱을 불끈 쥐더니, 화난 눈으로 아내를 쬐려보며 화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요. 남편은 벼르고 벼룬 것처럼 목에 힘을 주고 말했어요.

“나 당신하고 살 수 없어. 우리 헤어지자.” “얼씨구, 내가 바라는 바다.”

그들은 언제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식식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각자의 보따리를 챙겼어요. 두 사람은 각자의 옷가지를 보따리에 챙기면서도 화해할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잠시 후, 두 사람은 마당에 나란히 섰어요. 두 사람은 오래전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마당 한 가운데 섰어요. 장독대, 때 묻은 마루를 바라보는 순간 잠시, 부부는 서로가 콧등이 시큰했어요.

남편이 먼저 고개를 푸욱 숙이고 앞장을 서자, 아내도 한 마디 말없이 보따리를 등메 메고 남편을 따라 뒷산으로 올라갔어요. 그곳에 가면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이별의 길’이 있기 때문이어요. 그들은 어쩌면 오래 전부터 그런 이별의 연습을 해둔 것 같았어요.

보따리를 등에 지고 뒷산 언덕길로 오르는 두 사람의 마음은 착잡했어요.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투면서 살아온 지난날들이 마음 한 구석에서 미련으로 스멀거렸어요.

남편은 마을 뒷산 언덕길을 오르면서 뒤돌아보았어요. 마을의 집들 특히 수십 년을 아내와 함께 살아온 정든 초가집이 눈앞에 가물거렸어요.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는 아내를 보니 남편은 마음이 흔들렸어요.

고개를 푹 숙이고 따라오는 아내가 울고 있는지 고개를 들지 않았어요. 남편은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자, 마음 한 구석이 꿈틀거렸어요. 지금이라도 아내와 화해하고 집으로 돌아가 없었던 일로 하고 다독이며 살고 싶은 마음이 꼬무작거렸어요.

“아! 괴롭구나.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를 할까?”

아내는 아내대로 마음이 흔들렸어요.

“지금 헤어지면 이제 영원히 남남이 되는 것인데. ”

아내도 이별의 아픔으로 눈가가 촉촉이 적셔왔지만 애써 그런 표정을 감추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어요.

한편으로는 두 사람은 그런 생각을 애써 다독이었어요. 이 일이 얼마나 모질게 마음먹은 일인데 쉽게 없든 일로 지워 버릴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서로 죽일 듯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밥그릇을 던지고, 몸을 밀치며 위협을 하던 것이 떠올랐어요. 삿대질을 하며 등을 벽에 밀어붙이고 싸우던 일도 떠올랐어요. 입에 거품을 물고 악을 쓰며 싸우던 모습도 떠올랐어요.

두 사람은 그런 마음을 꾹꾹 누르고 묵묵히 걸어 올라가 뒷산 산마루 ‘이별의 길목’에 서게 되었어요. 그곳에는 남과 북으로 헤어지는 길이 수풀 사이로 가리마처럼 훤히 나 있었어요. 산자락 아래에 맑은 해금강 호수 얼음판 위에는 ‘이별의 길’ 산능선이 그림처럼 곱게 비춰졌어요. 부부의 모습도 그 호수 같은 해금강 얼음판 위에 그림처럼 비춰졌어요.

이별의 길목에서 선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술 지그시 깨물고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두 사람의 눈가가 촉촉이 적셔져 있었어요.

남편이 용감한 척 먼저 아내에게 두 손을 흔들며 목이 메이는 소리로 외치듯 말했어요.

“자기야, 잘 가.“

아내는 울먹이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만 꺼덕이었어요. 그런 아내의 뒷모습을 보는 남편의 눈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 순간이었어요.

산 아래 해금강 호수에 차가운 얼음이 햇살에 반짝이더니 갑자기 해금강 호수가 무섭게 “쩌ㅡ 쩌정ㅡ” 소리를 내며 갈라졌어요. 그 두꺼운 얼음이 갈라지며 무엇인가가 하늘 높이 치솟는 기운이 밀려왔어요. 주변을 뒤흔드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해금강 골짜기를 무섭게 흔들었어요. 뇌성벼락 같은 엄청나게 크고 무서운 소리였어요.

“게 멈추어 섰거라.”

그곳에는 여태보지 못하던 커다란 바위 두 개가 사람처럼 우뚝 솟아올라 두 사람을 향해 무섭게 고함을 질렀어요. 커다란 바위가 마치 부부처럼 마주보고 서서 이별의 갈림길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고함을 질렀어요.

그 바위 두 개가 남편바위, 아내바위처럼 다정하게 묘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어요. 그 바위가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올 것 같았어요. 그러자 남편바위, 아내바위가 합창이라도 하듯이 목소리를 맞추어 말했어요.

“당신네들이 그렇게 의논이 맞지 않아 서로 헤어지겠다니 오늘부터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떠하오?”

하늘의 푸른 빛, 호수의 물빛 등이 묘한 신비의 그림처럼 안개 속에서 신령스런 감정이 그들을 감싸고 주변을 흔들었어요.

이별의 아픔을 참으며 서 있던 두 사람은 그 소리를 듣고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바위가 신처럼 저렇게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무서웠어요. 한편으로는 꿈속이듯 그냥 그렇게 그 바위 부부가 하는 말하는 대로 맡기고 싶었어요. 꿈속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아니 되었어요. 손을 허우적이는 꿈 속 같기만 했어요.

얼떨떨한 기분으로 서 있는 두 사람 앞으로 신비의 푸른 빛이 흔들리고 아주 절세의 미인이 아내 바위에서 나오더니, 부드러운 치맛자락을 끌고 향긋한 향수를 풍기며 얼빠진 사람처럼 서 있는 남편 앞으로 다가와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어요. 남편은 그런 여인이 가까이 오자 그냥 꿈속처럼 서 있기만 했어요.

무서움 반, 신기함 반으로 서 있는 아내 앞으로는 늠늠한 남자가 용감하게 걸어와 손을 내밀었어요. 아내는 처음 보는 남자인데도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 그 손을 다정하게 잡았어요. 아직 이런 멋진 남자를 본 적이 없었어요.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어요. 이별을 앞 둔 두 사람은 꿈인 듯 생시인 듯 아슴한 안개 속을 허우적이는 것 같았어요. 두 쌍의 부부는 무엇에 홀린 듯이 이별의 길 산마루에 서서 어디로 갈 준비를 했어요. 마치 결혼 예식을 끝내고 신랑, 신부가 신혼 방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았어요.

두 쌍의 부부는 꿈에 홀린 듯이 서 있다가 해금강 바위에서 나온 늠늠한 남자가 새 부인이 된 이별의 여인을 데리고 앞장을 서서 성큼성큼 걸어 산을 내려갔어요. 그 뒤를 이별의 남편이 절세의 미인을 데리고 따라 걸었어요.

두 쌍의 부부는 뜻밖에도 정든 마을, 자기가 살던 초가집 마당으로 돌아왔어요. 두 쌍의 부부는 마당에서서 서로의 눈치를 살폈어요. 절세의 미인은 수줍은 웃음을 머금고 마당에 서서 이별의 남편 옆에서 팔짱을 끼고 눈치를 살폈어요.

그때, 해금강 바위에서 나온 늠늠한 남편이 이별의 부인의 손을 잡고 방으로 성큼 들어갔어요. 이어 이별의 남편도 절세의 미인을 데리고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어요.

그 날 밤, 두 쌍의 부부는 정말 달콤한 신혼의 밤을 보냈어요. 그 밤을 보내는 동안 부부는 황홀한 꿈속을 헤매었어요. 그들은 신혼 때보다 더 뜨겁고 감미로운 밤을 보내었어요.

부드럽고 달콤한 신혼의 밤이 참 짧은 것 같았어요, 마당가의 감나무에서 까치가 ‘카츠 카츠’ 새벽을 열자, 밝은 아침 햇살이 신혼 방문을 밝혀 주었어요.

그들은 부드러운 이불깃을 만지며 지난밤의 그 포근한 꿈길을 더듬었어요. 이별의 남편은 자기의 옆 자리게 누워 있는 그 절세의 미인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눈길을 돌렸어요. 이별의 여인도 자기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그 늠늠한 남자를 볼려고 이불 것을 살그머니 들었어요.

그 순간 남편과 그 여인의 눈이 마주쳤어요.

두 사람은 눈이 휘동그래졌어요.

정말 꿈속 같은 일이었어요. 어젯밤 비단금침에 황홀하게 품었던 그 사람은 바로 자기 남편, 자기 아내였어요. 두 사람은 얼굴에 화사한 꽃 같은 표정의 웃음을 피우며 마주 보았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보드라운 상대방의 손을 마주 잡았어요.

잠시 동안 손을 잡은 두 사람은 눈빛으로 오가는 사랑의 의미를 주고 받았어요.

‘사랑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구나.’

두 사람은 정답게 손을 잡고 밝은 아침 햇살이 비추는 마루로 나갔어요. 따슨 햇살이 내리는 마루에 앉은 두 사람은 멀리 아슴하게 보이는 해금강 호수를 바라보았어요. 어제 보았던 해금강의 부부바위가 우렁차게 외치던 그 소리를 상상했어요.

‘당신네들이 그렇게 의논이 맞지 않아 서로 헤어지겠다니 오늘부터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떠하오?’

그 소리는 자신들의 잘못을 꾸짖는 것 같았어요. 남편이 얼굴에 함박꽃 같은 웃음을 머금고 먼저 입을 열었어요.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그 부부바위가 우렁차게 꾸짖는 소리가 나를 보고 나무라는 것 같았어.“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도 잘한 게 없어.“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아침 햇살 같은 밝은 웃음을 가득 띠었어요.

그때였어요.

멀리서 쏴아- 쏴아- 해금강 호수의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그 파도 소리 속에 무언가 무거운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들려왔어요. 어제 해금감 부부 바위에서 들리던 그 목소리였어요.

“듣거라. 부모가 정해준 배필은 하늘이 내려준 배필이니라. 너희 두 사람이 의좋게 살아가면 천복을 누릴 것이니라.”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서로의 손을 잡고 눈을 지그시 감았어요. 부부는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것 같았어요.

그 후, 그 마을뿐만 아니라 이웃 마을도 부부가 사이가 나쁘면 해금강의 부부바위 앞에 와서 기도를 드렸다고 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의견쓰기

작성자 비밀번호
의견쓰기
  • 내용은 200자 이내로 적어야 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왼쪽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포토뉴스

  • 포토뉴스
  • 포토뉴스 더보기
  • 조근제 함안군수, 관내 집중호우 침수현장 점검
    조근제 함안군수, 관내 집중호우 침...
  • 조근제 함안군수, 관내 집중호우 침수현장 점검   조근제 함안군수, 관내 집중호우 침...
  • 조근제 함안군수, 농업기계 순회수리 현장방문 조근제 함안군수, 농업기계 순회수리...
  • “성공적인 대회개최를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성공적인 대회개최를 위해 철저히...
  • 조근제 함안군수, 악양생태공원 일원 현장방문  조근제 함안군수, 악양생태공원 일원...
  •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즈리더십 캠프 개최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
  •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즈리더십 캠프 개최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
  • 함안군, 2020년도 지역사회 건강조사 실시 나선다함안군, 2020년도 지역사회 건강조사...
  • 함안군,“개인지방소득세 8월 31일까지 납부하세요”함안군,“개인지방소득세 8월 31일까...
  • 전국 점유율 17%, 소비자 입 맛 사로잡은 특산품전국 점유율 17%, 소비자 입 맛 사로...
  •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즈리더십 캠프 개최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
  •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즈리더십 캠프 개최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
  • 함안군, 2020년도 지역사회 건강조사 실시 나선다함안군, 2020년도 지역사회 건강조사...
  • 함안군,“개인지방소득세 8월 31일까지 납부하세요”함안군,“개인지방소득세 8월 31일까...
  • 전국 점유율 17%, 소비자 입 맛 사로잡은 특산품전국 점유율 17%, 소비자 입 맛 사로...
  •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즈리더십 캠프 개최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
  • 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즈리더십 캠프 개최사파리인성교육원, 2020 온라인 키...
  • 함안군, 2020년도 지역사회 건강조사 실시 나선다함안군, 2020년도 지역사회 건강조사...
  • 함안군,“개인지방소득세 8월 31일까지 납부하세요”함안군,“개인지방소득세 8월 31일까...
  • 전국 점유율 17%, 소비자 입 맛 사로잡은 특산품전국 점유율 17%, 소비자 입 맛 사로...

개업홍보

  • 개업홍보
  • 개업홍보 더보기
  •  
  • 오피니언
  • 기획특집

함안맛집

  • 함안맛집
  • 함안맛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