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22. 임금이 날짜 가는 것을 잊은 삼일포 경치

임금이 궁궐의 쉼터에서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궁녀가 읽어 주는 <팔도경치 유람>을 듣고 있었어요.

궁녀는 두꺼운 책의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아름다운 조선의 경치 내용이 적힌 글을 낭낭한 목소리로 읽었어요.

“바닷가 영동에 아름다운 호수가 산에 둘러싸여 그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신선들이 놀다간 곳이라서.....”

임금은 궁녀가 읽는 책의 그 대목에서 책 읽는 것을 멈추게 하더니 굵직한 목소리로 궁녀에게 말했어요.

“그만 읽고, 승전 내시를 빨리 불러라.”

잠시 후, 승전 내시가 숨을 헐떡거리며 임금님 앞에 대령하여 임금님의 말을 기다렸어요.

“승전 내시, 듣거라. 관동의 호수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니, 내 그곳에 잠시 쉬고 싶구나. 준비를 서둘러라.”

승전 내시는 왕의 말을 듣고, 임금님의 행차를 담당하는 대신을 급히 찾아가 임금의 말을 전하였어요. 그러자 그 일을 담당하는 ‘세환’이라는 대신이 급히 임금에게 달려와 어려움을 말했어요.

“전하, 여드레 뒤에 대비마마의 생신이온데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되옵니다. 그곳에 가시면 줄잡아 열흘은 잡아야 하옵니다.”

“뭐? 무슨 열흘이나, 이레면 된다. 걱정 하지 말아라.”

“전하, 아주 먼 길이온데.... .“ ”허? 그 사람 참, 이 사람아, 내 어련히 알아서 하랴. 그곳에 가서 사흘 놀고, 오고가는데 나흘이면 어마마의 생신 일에는 올 수 있을 것이다. 내 심신이 우울해서 못견디겠다.”

이리하여 신하들도 임금님의 강력한 뜻을 꺾을 수 없어 삼일포로 향한 임금의 행차가 시작 되었어요.

임금님은 그 경치를 하루에 한 곳씩 보기로 마음을 먹고, 평소 아끼는 신하, 궁녀들을 데리고 관동지방으로 가고 있어요. 임금님의 가마 행렬이 관동지방의 산길을 갈 때였어요. 가마를 타고 가던 임금님이 가마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잠시 가마를 세우고 신하 세환을 불러 물었어요.

“관동 8경이라 했는데 그곳이 어디어디이냐?”.

“전하, 동해안의 해변을 따라 자리 잡은 빼어난 경치를 관동팔경이라고 하옵니다. 통천의 충석정, 고성의 삼일포, 간성의 창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대, 평해의 월송정을 말합니다.”

“그렇구나. 과연 바닷가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구나. 우리가 가는 삼일포는 어떤 곳이냐?.”

‘전하, 삼일포는 그야말로 하늘 아래 가장 맑은 호수입니다. 36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잔잔한 호수에 봉우리 그림자를 담그고 있습니다.“

“으응. 그렇구나. 더욱 보고 싶구나.”

“그뿐이 아니옵니다. 삼일포 호수에는 석자가 넘는 (약 1m) 큰 잉어를 비롯하여 붕어, 황어, 메기, 뱀장어, 화연어, 등 마합을 비롯한 패류, 수초들이 많아 호수 궁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임금님은 세환 신하의 말을 듣자, 더욱 삼일포가 보고 싶가마의 가는 걸음을 재촉했어요.

어느덧 임금의 행차가 고성 삼일포에 도착했어요. 왕은 가마에서 내려 신하, 궁녀들을 거느리고 삼일포(삼일포는 그 뒤에 부쳐진 이름)의 백사장, 솔숲을 거닐며 경치를 보게 되었어요.

“아! 과연 신선이나 놀 수 있는 선경이로다. 필시 이곳은 시선이 놀았던 곳이 분명하구나.”

임금님은 호수 주변의 36개의 산봉우리가 비치는 맑은 호수의 물빛을 보고 연신 감탄의 말을 쏟아내었어요.

“와! 옥병풍 같은 산들과 기암, 괴석들, 가지가지 나무와 화초들이 그림 속을 보는 것 같구나. ”

모든 신하, 궁녀들도 경치에 빠져 정신을 잃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그 중에서 임금의 하루하루 일정을 담당한 세환 신하는 임금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초조해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아, 임금님께서 저러시다 삼일포 경치에 빠져 궁궐에 돌아갈 날을 어겨 대비마마의 생신 행사를 치르지 못하면 큰일인데. 오늘도 벌써 식사 시간이 늦었는데 말이다.“

서서히 서녘 하늘에 노을이 붉게 물 들자, 삼일포 호수도 잠잠히 주홍빛 물빛을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그 붉은 호수 물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한없이 열리고 그 부드러운 노을빛에 풍덩 빠져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 같았어요. 신하들은 그 경치에 젖어 시를 읊기도 했으며, 마음이 여린 궁녀들 몇 명은 그 물빛 노을에 취해 울먹이기까지 했어요. 모두가 삼일포 노을에 감동이 되어 눈을 지긋이 감은채 노을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싶어했어요.

“아! 저 노을 속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서녘 하늘의 노을이 서서히 삼일포 노을을 거두어들이자, 금강산의 땅거미가 기다렸다는 듯이 엉금엉금 기어 나와 삼일포 경치를 어두운 베일로 덥기 시작했어요. 행사의 일정을 맡은 신하 세환은 임금의 행차를 서둘러 지휘했어요.

“궁녀들은 서둘러 전하를 몽천암으로 모시고, 대신들은 그 뒤를 따르시오.”

임금님은 가마 안에서도 연신 어둠이 잠잠이 내리는 삼일포에 눈을 주며 그 황홀했던 시간을 잊지 못해 마음속으로 감탄을 했어요.

‘아, 삼일포 모래밭에 돗자리를 깔고,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더 놀고 싶은데.’

임금은 몽천암 암자에 와서 대신들, 궁녀들과 저녁을 먹었지만 오늘 낮에 바라본 삼일포가 눈앞에 그림처럼 가물거렸어요.

저녁을 먹고 잠시 암자의 뜰을 거닐던 임금은 암자에 내리는 밝은 달빛을 보자, 낮에 보았던 삼일포가 자꾸만 눈앞에 삼삼거려 견딜 수가 없었어요.

“여봐라. 세환이를 불러라.”

임금의 부름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세환 대신이 임금님 앞에 바로 대령했어요.

“전하, 여기 세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고맙구려. 지금 궁녀들, 대신들과 함께 보름달이 비추는 삼일포로 가도록 하여라.”

임금님의 말을 듣자 세환은 난처한 듯 머뭇거리다 말을 했어요.

“예, 전하. 하오나 밤이 차갑고 위험한 곳도 있기는 하옵니다.”

“어허, 웬 말이 그리 많은 고.”

세환은 임금님의 성미를 아는지라 더 말을 하지 못하고 서둘러 궁녀 신하들을 지휘했어요.

잠시 후, 임금님은 궁녀들, 신하들을 거느리고 삼일포에 도착했어요. 삼일포 호수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하늘에 둥실 떠 있었어요.

임금님 일행은 작은 배를 타고 삼일포 호수 한 가운데에 있는 섬으로 갔어요. 밝은 달빛이 비추는 삼일포 호수에 배를 타고 호수 안의 작은 섬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궁궐 안에서 여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던 신선함이었어요. 그 작은 섬에는 서선정이라는 넒은 정자가 있었어요. 임금님은 궁녀들, 신하들과 함께 서선정 정자 마루에 둘러 앉아 달빛에 반짝이는 삼일포 호수의 물빛을 내려다보며 감탄을 했어요.

“아! 이게 꿈인가? 맑은 호수에 은쟁반 같은 달이 잠기니 호수 물결이 은구슬을 뿌린 듯이 반짝이고, 호수 주변에 둘러 서 있는 연꽃같은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그림 같구나. 물밑의 조약돌은 마치 일곱 가지 보석을 깔아 놓은 것처럼 아름답구나.”

이와 때를 같이 하여 궁녀들이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임금 앞에다 주안상을 준비해 올렸어요.

임금님과 신하들이 궁녀들이 따라 올리는 술잔을 사양하지 않고 마셨어요. 임금님과 신하들이 술에 거나하게 취하자, 궁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들처럼 가볍게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궁녀들의 춤사위는 마치 나비의 몸짓처럼 가볍게 나르듯 했어요.

임금님은 그 서선정에서 달, 경치, 궁녀들의 춤, 그리고 술에 취하여 기분이 좋아 신하들에게 시 한 수를 읊겠다고 했어요.

신하 세환이 재빨리 일어나 좌중을 조용히 시켰어요.

임금님은 청아한 목소리로 시를 읊었어요.

 

하늘의 신선들이 놀던 시절 아득하여

혼자 남은 정자만 의연하구나

다만 호수 속의 달그림자에만 선선히

옛 모습 깃들여 있을 뿐.

 

신하들도 임금님의 시를 따라 읊으며 임금님의 시를 칭송하고 그들도 임금님 앞에 시를 읊조렸어요. 궁녀들의 춤은 더욱 날개를 단 듯하고, 궁녀들이 뜯는 거문고 소리 또한 더 맑게 서선정에 깔렸어요.

서선정에는 시, 노래, 춤, 달빛이 꽃처럼 흥겨운 분위기로 익어갔어요.

삼일포 호수 가운데 있는 사선정에는 임금님, 신하들의 시회가 흥을 돋우어 밤이 깊어가는 것을 잊었어요. 달빛은 그런 서선정에 밝은 빛만을 골라 듬뿍 비추었어요.

그 이튿날, 임금님은 아예 신하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삼일포 호수의 백사장 솔밭에 나가 자리를 깔게 헸어요. 하루 종일 그곳에서 신하, 궁녀들과 바람, 새소리 등을 즐기며 보내었어요. 깊은 궁궐에만 갇혀 살던 임금님은 그 삼일포 호수의 물빛, 바람, 새소리 그리고 시원한 바람에 홀려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요. 임금님은 마치 시선이 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임금님 그렇게 삼일포 경치를 즐기는 동안 세환 신하는 안절부절이었어요. 임금님이 궁궐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삼일포 경치에 빠져 있는 것이 무척 걱정스러웠어요. 그러나 감히 누가 임금에게 궁궐로 돌아가지고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는 사이 어느덧 임금님이 삼일포에 온지가 나흘이 되었어요.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궁궐로 돌아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나흘이 되는 날 아침, 아침 수라상을 물린 즈음에 세환 신하가 용기를 내어 임금님 앞으로 나가 말했어요.

“전하, 황송하오나 이곳 삼일포에 온지가 벌써 사흘이 지났습니다.”

“뭐라? 벌써 사흘이 지났다니?“

임금님은 흠짓 놀라며 신하 세환에게 말했어요.

“아! 그렇구나. 내가 삼일포 경치에 빠져 날이 가는 줄을 몰랐구나. 그 참 그렇게 빨리 지나갔구나. ”

임금님은 삼일포 경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더 머무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신하 세환의 초조한 모습을 보자 못이긴 듯이 말을 했어요.

“그 참. 날짜가 그리 빨리 가다니. 다른 관동팔경은 그만 두고 궁궐로 돌아가자.”

세환 신하는 임금님의 말이 떨어지자. 다른 신하들에게 다급하게 말하여 궁궐로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어요.

임금님의 행차가 몽천암을 나서자, 몽천암 승려들이 문밖까지 나와 임금님 가마 옆에 줄을 서서 합장을 하며 임금님이 탄 가마를 전송을 했어요.

‘나무아미타불, 전하 만수무강하옵소서.“

임금님은 가마 밖으로 손을 흔들며 그런 몽천암 주지에게 친히 말했어요.

“짐이 이곳 몽천암의 휴식을 잊을 수 없구나. 다음 가을, 이곳 암자에 단풍이 드는 계절에 다시 오겠노라.”

“전하 황공하옵니다. 만수무강하옵소서.”

임금님은 가마를 타고 산길을 넘어가면서 아쉬운 얼굴로 다시 한 번 삼일포 호수를 내려다보았어요. 임금님은 가마 안에서 혼자 중얼거렸어요.

“다른 곳을 다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고 싶지 않아. 나는 이번에 삼일포에 와서 궁궐의 있으면서 쌓이고 쌓인 마음속 모든 티끌을 씻고 돌아간다. 그리고 또 커다란 자랑도 간직하고 말이다.”

임금님이 탄 가마가 고개를 넘어갔어요. 임금님은 가마 안에서 몇 번이고 삼일포 호수를 내려다보았어요.

임금의 가마가 산 고개를 넘어가자, 뭉천암 주지가 임금님의 가마만 쳐다보며 꿈적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무겁게 입을 열었어요.

“전하께서 하루 정도 놀다 가시려던 일정을 이 호수에서 3일을 놀았으니 호수 이름을 삼일포라고 해야겠군.”

그 자리에 함께 모여 섰던 몽천암의 승려들이 주지 스님의 의미 있는 말을 듣고 서로 마주 보고 연꽃처럼 빙그레 웃었어요.

그 뒤부터 사람들이 이 호수를 “삼일포”라고 불렀다고 하지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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