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21.금강산 육화암 마을의 망향대

금강산 육화암 골짜기에 있는 작은 마을이어요.

그 마을에 ‘호가’라는 청년이 ‘매향’이라는 예쁜 아내를 맞아 즐거운 나날을 보내었어요. 호가 청년과 매향 아내는 늙은 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살았어요. 호가 청년은 아내도 사랑했지만 부모님에게도 효성이 지극했어요.

그런 ‘호가’ 청년은 노래를 잘 불러 마을에서 그를 명창이라고 불러주었어요. 그의 이름이 ‘호가’라는 것도 노래를 잘 부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오늘도 호가는 그의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금강산 골짜기를 오르내리면서 그의 특유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금강산 만이천봉 아름다운 내 산이여

봄이면 기화요초 벼랑 가에 피어나고

여름이면 구름타고 선녀들이 하강하네

가을이면 단풍잎이 온 산에 불타고

겨울이면 수정기둥 온 산에 키돋음 하네

아, 금강산에 사는 기쁨 참으로 끝없어라

 

호가가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면 육화암 골짜기가 온통 노랫소리로 흔들렸어요. 물소리도 그 소리를 죽여 조용히 흘렀고, 나뭇가지를 지나는 바람소리도 숨을 죽이며, 산새들, 사슴들도 그 노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었어요.

호가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예쁜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것을 마귀 할멈이 샘이 났나 봐요. 그의 아내가 중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어요.

호가는 좋다는 약을 여기저기서 구해 와 아내에게 먹였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어요.

그런 어느 날, 아내가 해슥한 얼굴로 갸르스름한 손으로 호가의 손목을 잡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자기야, 내가 바다에서 나는 삼치 고기를 먹으면 나을 것 같아.”

호가는 아내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자, 눈시울이 뜨거워 왔어요. 가쁘게 숨을 내쉬는 아내의 싸늘한 손을 잡은 호가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 소리를 들었어요.

다음날 아침나절, 호가는 아내 매향에게는 아무런 말도하지 않고, 부모님에게만 살짝 말을 남기고 아내가 먹고 싶다는 바닷고기 삼치를 구하기 위해서 먼 동해 바다 쪽으로 길을 나섰어요.

“삼치는 동해 바다에 나가야 구할 수 있을 것이야. 그곳까지는 며칠을 걸어야 할거야.”

호가는 험한 산길을 며칠 동안 걸었어요. 이슬, 비,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나무 밑, 바위 굴 같은 곳에서 잠을 자기도 했어요. 호가는 고생 끝에 삼치가 난다는 동해의 큰 항구, 장전항에 도착했어요. 호가는 어부 마을로 찾아가 기진맥진한 몸으로 삼치 고기를 구하기 위해 어부들에게 물었어요.

“삼치를 구할 수 있을까요?”

어부들은 그런 말을 하는 호가를 힐긋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어요.

“이 양반아, 지금 철이 어느 철인데 삼치를 찾아요. 지금이 5월이니, 앞으로 한 달 반 정도 기다려야 삼치가 잡히는 계절이오. 허허허”

호가는 그 소리를 듣자, 온 몸에 기운이 빠졌어요. 해슥한 얼굴로 삼치가 먹고 싶어 숨을 할딱거리는 아내의 얼굴이 스쳐갔어요.

호가는 마을 어부들에게 동해 바닷가까지 찾아온 자기의 사정을 말하고 어떻게 방법이 없겠는지 애원하다시피 했어요.

“실은 저의 아내가 위중한 병으로 앓아 누워 있어 제가 금강산 골짜기에서 험한 산을 넘어 왔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허허 그러시오. 그러나 방법이 없구려. 삼치는 6월부터 8월 사이에 잡히는 고기라서.”

호가는 험한 산을 넘어오면서 이곳 장전항에만 오면 삼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어요. 막상 이 곳 어부들의 말을 듣고 나니 호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실망에 앞이 캄캄했어요.

“아, 어쩌나.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방법이 없구나.”

호가는 그날부터 바닷가 어느 골짜기로 찾아들어갔어요.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통나무를 배어와 작은 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오직 사랑하는 아내 매향에게 삼치를 구해주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배를 만드는 일에 열중했어요.

드디어, 삼치가 잡힌다는 6월이 되었어요.

호가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가 만든 배를 바다에 띄웠어요.

호가는 산골에 자라서 바다가 얼마나 위험 한지를 잘 몰랐어요. 오로지 삼치를 잡아 매향에게 가져가 매향이 삼치를 먹고 병이 나아 환히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어요.

호가가 배를 저어 바다로 나가자 신기했어요. 여기저기에 고기가 펄쩍 펄쩍 뛰는 것이 금세라도 고기를 많이 잡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육지에서 가까운 곳에는 삼치라는 고기가 보이지 않았어요. 삼치는 넓고 깊은 바다에서 잡힌다는 마을 사람들에게 들었어요.

호가는 삼치가 많이 잡힌다는 더 넓은 바다로 배를 저어갔어요.

“산골에서만 자라서 그런지 배를 타기가 무척 어렵구나.”

호가가 넓고 깊은 바다로 나가자, 시퍼런 파도가 무섭게 달려왔어요.

“아, 무섭구나. 이 넓은 바다에서 어떻게 하나?”

넓은 바다로 나갈수록 파도가 바람도 거세어지고 배가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세찬 파도가 산더미처럼 몰려와 작은 호가의 배를 금세 삼킬 것 같았어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호가는 노를 잡고 배를 저었지만 배는 한 잎의 낙엽처럼 흔들리며 금세라도 파도 속에 묻힐 것 같았어요.

호가는 그 위험한 파도 속에서도 삼치를 찾을 욕심으로 낚싯대를 이리저리 휘돌렸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밀려오더니 호가가 탄 작은 배를 굴컥 삼켜버렸어요.

호가는 정신을 잃고 파도 속에 휩쓸려 어느 곳으로 한없이 끌려가고 있었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호가가 정신을 차려보니, 그곳은 으리으리한 용궁이었고, 용왕과 신하들이 호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호가가 정신을 차리자, 용왕이 인자한 얼굴로 웃음 가득 띄우고 말했어요.

“그대는 땅 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사람이다. 그대의 갸륵한 사랑의 정신을 높이 찬양하는 뜻에서 그대를 다시 인간 세상에 보내노니 그대의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지어다.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을 지극한 효성으로 모셔서 행복한 나날을 꾸려가시게나.”

용왕의 그런 말을 듣자, 호가는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아! 여기가 바로 용궁이로구나. ’

호가가 용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황송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두 손을 빌며 감사의 몸짓을 했어요. 그러자, 다시 목소리가 우렁우렁한 용왕이 신하들에게 말했어요.

“여봐라. 우리 동해바다에서 가장 좋은 삼치를 엮어서 호가에게 주어라.”

호가는 두 손을 덜덜 떨며 용왕에게 거듭 절을 올리며 감사의 뜻을 올렸어요.

“용왕님, 이 목숨이 다시 살아서 금강산 골짜기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망극하온데 어찌 삼치까지 주시나이까?”

“어허 그대의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은 우리 용궁의 나라에서도 귀감이 되느니라.”

호가는 용왕의 말을 듣자, 감동이 되어 목이 메여오고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렸어요.

그런 호가를 보던 용왕은 다시 신하들에게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명령을 했어요.

“지금, 호가가 바다 속을 헤쳐 타고 갈 튼튼한 거북이 한 마리를 대령시켜라.”

“예, 용왕님, 벌써 준비가 다 된 것으로 압니다.”

용왕은 그 신하의 말을 듣고 다시 신중한 말로 명령을 했어요. 아주 지체가 높은 신하를 바로 자기 앞으로 불러서 귓속말로 했어요.

“거북이가 호가를 태워 장전항의 파도가 없는 조용한 산자락에 옆에 대도록 하여라. ”

여기까지 말한 용왕은 그 지체 높은 신하에게 신중하게 당부했어요.

“호가가 금강산 골짜기까지 삼치를 들고 가면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싱싱한 삼치가 상하면 약호가 줄어질 것이다. 그러니 자네가 금강산 산신령에게 조심스럽게 당부를 해서 호랑이 한 마리를 대기시켰다가 호가가 거북이를 타고 바닷가에 닿으면 그 즉시 호랑이 등에 태워서 금강산 골짜기까지 데려다 주도록 하여라.“

용왕의 명령을 받은 신하는 용왕에게 크게 고개를 숙여 예를 다한 다음 용왕 앞을 물러났어요.

드디어, 호가는 거북이 등을 타고 용왕을 출발했어요. 꿈속 같은 바다 속을 헤쳐 나가자, 여러 가지 물고기들과 바다의 해초들이 아름답게 스쳐지나갔어요.

거북이가 장전항 바닷가 어느 산자락에 닿자, 긴 목을 두리번거리더니 ‘뿌-웅-’ 하고 이상한 나팔 소리 같은 것을 내었어요.

그와 때를 같이하여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바닷가 모래밭에 등을 들여 밀며 호가에게 타라는 몸짓을 했어요. 호가는 꿈같은 일 앞에 어리둥절했어요.

거북이는 자기가 한 일을 다했다는 듯이 호가에게 고개를 까닥이며 용궁으로 돌아갔어요.

호가는 두려움, 호기심으로 호랑이 등에 찰삭 붙어 올라탔어요. 호랑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호가를 등에 태우고 그 험한 금강산 고개를 단숨에 달려 넘었어요.

한 편, 매향은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았어요. 시어머니, 시어버지가 육화암 골짜기의 약초를 캐어와 지극 정성으로 달여 먹이자. 매향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어요.

몸이 완쾌된 매향은 남편이 삼치를 구하기 위하여 동해바다로 간 것을 늦게야 알았어요. 매향은 남편 호가의 행동에 감동이 되어 동해바다가 아주 멀리로 바라다 보이는 망양대로 올라갔어요. 매향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다가 멀리로 보이는 망양대에 올라가서 남편의 무사 안일을 빌었어요.

오늘도 매향은 망양대에 올라가서 먼 바다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호가를 위한 기도를 드렸어요. 너무 정성을 기울여 기도를 드리는 바람에 해가 지는 줄도 몰랐어요. 사방이 어둑어둑 해왔지만 그때까지도 매향은 동해바다 쪽을 향해 무릎이 아프도록 절을 하였어요. 매향이 어둠 속에서 간절한 기도를 하다가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몸을 바로 했어요. 두 손을 모으고 머-언 동해바다 어느 곳에 있을 호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어요.

“아! 호가 당신이 무사해야 하는데.”

바로 그때였어요.

무언가 훈훈한 바람 한 자락이 매향 앞에 머물렀어요. 참으로 이상한 바람결이었어요. 훈훈하고 따듯한 바람결이 매향의 주변을 맴돌다 바로 자기 앞에 멈추는 것 같았어요. 꼭 꿈속에서 무언인가 손에 잡힐 듯한 그런 신비한 훈기가 바로 자기 앞에 머무는 것 같았어요.

매향은 깊은 어둠 속에서 그 훈훈한 바람결이 무섭지도 않았어요. 누군가 자기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동산에 둥근 달이 훤히 둥실 떠올랐어요.

꿈 속 같이 호가가 매향 앞에 서 있었어요.

“아니, 당신이 매향 아니오?”

“으어? 호가 당신이?”

두 사람은 꿈같은 만남에 서로 부둥켜안고 뜨거운 포옹을 했어요. 두 사람의 사이에 뜨거운 사랑이 흘렀어요.

한편, 시어머니와 시어버지는 늦께까지 망양대에서 기도하고 있는 며느리가 걱정이 되었어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등불을 들고 망양대 기도 바위까지 올라오고 있었어요.

먼발치에서 부부가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아슴한 달빛에 비치자, 그것은 산신령의 조화로 알았어요. 그 따뜻한 상봉의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은 산신령에게 절을 해였어요.

“신령님, 이 조화를 어떻게 감사해야 합니까? 이 행복이 영원한 등불처럼 비추게 하소서”

훤히 밝은 달이 그 모습을 그림처럼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의견쓰기

작성자 비밀번호
의견쓰기
  • 내용은 200자 이내로 적어야 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왼쪽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포토뉴스

  • 포토뉴스
  • 포토뉴스 더보기
  •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차량 사업 수주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
  •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차량 사업 수주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
  •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
  • 함안소방서“에어컨 화재 예방으로 안전한 여름 보내세요.”함안소방서“에어컨 화재 예방으로 ...
  • 함안군, 건설기계조종사 안전교육 안내함안군, 건설기계조종사 안전교육 안내
  •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차량 사업 수주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
  •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차량 사업 수주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
  •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
  • 함안소방서“에어컨 화재 예방으로 안전한 여름 보내세요.”함안소방서“에어컨 화재 예방으로 ...
  • 함안군, 건설기계조종사 안전교육 안내함안군, 건설기계조종사 안전교육 안내
  •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차량 사업 수주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
  • 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차량 사업 수주성신RST, '1000억' 방글라데시 철도...
  •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
  • 함안소방서“에어컨 화재 예방으로 안전한 여름 보내세요.”함안소방서“에어컨 화재 예방으로 ...
  • 함안군, 건설기계조종사 안전교육 안내함안군, 건설기계조종사 안전교육 안내

개업홍보

  • 개업홍보
  • 개업홍보 더보기
  •  
  • 오피니언
  • 기획특집

함안맛집

  • 함안맛집
  • 함안맛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