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줄 것 다 주고도 자식에게 미안한 부모

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사정에 의해 딸의 차를 빌려 탄 적이 있다. 돌아오면서 우연히 오일 계기판을 쳐다보니 기름이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멀리 가지는 않았는데, 원래부터 기름이 적은 상태에서 차를 운행한 것 같았다. 기름을 넣어줄까 말까 망설이면서 집에까지 와 버렸다. 도착해서 생각해 보니 딸 승용차에 기름도 넣어주지 못하는 아빠가 된 것이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다. 딸은 직장을 갖고 있어 경제적인 형편은 실업자인 나보다 당연히 낫다. 그래도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왜 머릿속에 맴도는 것일까.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서울대 법학 전문대 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 후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수많은 의혹이 쏟아졌다. 그중에서 가장 국민의 관심거리는 조 후보자의 딸 부정입학과 장학금 지급 관계다. 조 후보자의 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단국대 의대 의과학 연구소의 2주간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 뒤 동 대학에서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영어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이 올라있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고등학생이 고도의 전문성을 갖는 의학 논문에 제1저자가 되는 것도 그렇지만 이것이 그녀의 고려대학 무시험 진학에 반영되었다면 부정입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그녀가 잠깐 거친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재학 중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장학금 수령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야당은 보고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은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시험 한번 치르지 않고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갈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부모를 잘 만나면 인생길이 저렇게 잘 열린다고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고, 대학생은 “나는 밤잠도 못 자고 공부해도 장학금도 한 푼 못 받는 처지다”고 분노한다.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조 후보자 딸 같이 해 주지 못한 ‘못난 부모’가 돼버린 것을 탄식한다. 그때 필자는 딸의 차에 기름도 넣어주지 못하는 못난 아빠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얼마 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아빠로 바뀔 수 있는 환경으로 달라졌다. 8월 27일 검찰은 조국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된 곳의 압수 수색에 들어갔다. 이것으로 인해 정국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검찰의 갑작스런 행동을 보는 여당과 야당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린다. 그리고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람은 검찰에게 연일 폭언을 쏟아 붓고 생각이 다른 사람은 검찰을 응원한다. 어쨌든 정국은 갈수록 시끄럽다. 만약 조 후보자의 그 딸이 부정입학을 했다면 그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여야 하겠는가. 이럴 땐 떳떳한 아빠가 된 것이 딸에게 오히려 자랑스럽다. 그 다음의 일은 두고 보자.

부모가 자식에게 해 주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자녀를 위하고 싶은 부모의 정신적인 희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자녀에 대한 물질적인 정성을 보면, 옛날에는 오늘날보다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 같이 보인다. 모두가 못살고 자녀가 공부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를 낳아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보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정성은 극성(極盛)이다. 어릴 때부터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다 해 준다. 학교에 들어가서부터 상급학교 공부가 끝날 때까지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쏟는다. 사교육을 통해 무엇이든 배우게 한다. 모든 정성을 자녀 교육에 집중한다. 성인이 되면 돈 많은 집에서는 좋은 차, 아파트도 사 준다. 심지어는 사업할 점포까지 내어주어, 요즘같이 어려운 취업의 길도 열어준다. 더 잘 난 부모는 온갖 인맥을 이용해 자녀의 스펙 쌓는 일도 도와준다. 헌신은 끝이 없다. 그래서 없고 못난 부모는 한다고 해주고도 자녀보기 항상 미안하다.

자녀가 부모에게 해 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자녀의 책임은 오히려 옛날이 더 큰 것 같이 보인다. 사자소학(四字小學)에 보면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머리털과 피부와 몸을 ‘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不敢毁傷 孝之始也)’이고, 출세하여 이름을 후세에 날리고, ‘부모의 명성을 빛나게 함이 효의 마침(以顯父母 孝之終也)’이라 하여, 효를 통해 부모를 정성껏 섬기는 것이 자식의 가장 큰 도리였다. 물론 부모의 노후도 자식이 책임진다. 그러나 오늘날은 자식의 윤리적인 책임이 매우 희박해진 것 같다.

한 평생 희생으로 돌봐주어도 부족해 보이는 것이 자녀에 대한 부모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자식을 다 줘도 내 자식 하나와 바꾸지 않는 게 모든 부모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래서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다고 한다.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 내 자식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특혜를 누리겠다는 잘 난 부모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 잘난 위세에 밀린 힘없는 내 자식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이 못난 부모를 원망하고 있다”고….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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