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한국인은 질풍경초(疾風勁草)로 살아간다

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새삼스런 것은 아니지만 동북아시아 지도를 펴 놓고 우리나라를 보면 너무 열악한 지리적 환경을 실감하게 된다. 서해 바다 건너는 14억의 인구 세계 1위 거대한 중국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위에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서 면적 세계 1위 러시아가 뾰족하게 빨대처럼 북한과 연결 되어 있다. 대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동쪽으로는 GDP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이 남북한을 에워싸고 있다. 그 가운데 있는 한반도, 4국 중 가장작고 그것도 남과 북으로 갈려있다. 거기다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독재집단 북한은 핵무기까지 보유하여 기약 없는 남한의 위협이 되고 있다. 오늘 날의 남한의 사정을 보자.

이웃 나라 중에서 북한과 우호 관계인 중국과 러시아는 원래부터 한국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달랐다. 과거의 역사관을 놓고 볼 때는 티격태격 다투긴 했지만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에서 매우 우호적인 유일한 이웃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두 나라 사이는 최악을 달리고 있다. 재앙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禍不單行). 한일 간 비방의 강도가 높아질 때,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과 러시아 비행기가 독도 영공을 휘젓고 다닌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사과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북한에서는 이 때다 싶어 연일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남한을 겁박한다. 인도주의로 보내주려던 쌀 5만 톤을 거부하는가 하면, 정성들여 보내 준 감귤도 전리품이라고 선전했다는 말도 들린다. 일본과의 관계도 갈대로 가고 있다. 마침내 우려했던 대로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시켰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 미치는 치명적 타격을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 미국도 한일관계의 중재에 미온적이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한국 방위비를 지금보다 5배나 초과(6조원)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라의 외교 상황이 최악이다. 우리에게 시련이 닥쳤다.

영국의 어느 도자기 공장에 두 개의 화병이 전시되어 있다. 똑같은 원료로 똑같은 사람에게 만들어져 똑같은 무늬를 그렸지만, 하나는 윤기와 생동감이 나고 하나는 거칠고 투박하다고 한다. 이유는 한가지다. 하나는 불에 구웠지만 하나는 불에 굽지 않은 차이다. 결국 시련은 인간을 윤기 있게 하고 생동감 있게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한다.

영험한 나무부처가 있었다. 그 부처를 만나려면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서는 나무부처에 몇 번이고 절을 하면서 소원을 빈다. 계단나무가 부처나무에게 “어째서 같은 나무인데 인간이 너에게는 그렇게 섬기느냐?”고 물었다. 부처나무의 대답은 이러했다. “난 너보다 칼을 많이 맞았잖아.” 무수한 역경(칼)을 딛고 일어선 부처의 가치를 말해주는 이야기다.

필자는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갈등을 보면서 어느 나라의 잘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것을 따진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해결책이 있겠는가. 다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인생에 역경이 있듯이 한 나라가 가는 길도 역경이 있다고 본다. 그 길이 평탄하기도 하지만 울퉁불퉁한 길도 많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서 장애와 간섭을 만나도 좌절하면 안 된다. 보리도 밟아야 뿌리가 튼튼하고, 불에 달군 쇠도 망치로 때려야 강철이 된다. 하우스 속의 채소보다 노지(露地)의 채소가 생장력이 강하지 않는가. 아무리 주위의 열강이 장애가 되어도 우리는 호락호락 꺾이지 않는 질풍경초(疾風勁草)와 같은 굳건한 국민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그런 운명을 갖고 태어났는지 모른다.

중국 고사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적대관계의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고사는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공통점이 많다. 이웃하는 두 나라, 전쟁의 역사, 서로 불편한 관계 등 여러 가지다. 이 두 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의 한 복판에 이르렀을 때 큰 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힐 지경이 된다. 적개심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 힘을 합쳐 필사적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 때 두 사람이 힘을 합치지 않았다면 배는 전복(顚覆)되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이와 흡사하다. 아무리 불편한 관계라고 하지만 서로 제 할 말만 하고 자존심만 내 세우면 중국, 러시아, 북한만 웃을 것이다.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다 지치면 그 사이에 늙은 개가 끼어든다고 한다.

미우나 고우나 일본은 우리와 이웃이고 앞으로도 멀리할 수 없는 나라다. 남북 분단이 계속되는 한 더욱 그렇다. 남을 물속에 처넣으려면 자기 발도 빠진다. 서로 감정만 앞세우면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미국의 두 동맹인 한ㆍ일 대립을 지켜보는 건 고통이다.”는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우정 어린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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