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44>주택과 유택

박상래-전 지리산중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함안 소작골천연염색교실/국문학박사과정 수료

 

양지바르고 평온한 곳을 보면 묘지가 있다. 멀리서 마을 전체를 바라보면 마을을 형성한 주택이나 묘지를 형성한 유택이 대등한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사후에도 따뜻하고 평온한 것으로 모시려는 것이고, 겨울 추위를 안타까워하는 효자는 무덤에 이불을 덮어 부모님을 모신다는 방송을 본 적도 있다.

주택은 둥지 또는 보금자리다. 보금자리는 원래 보곰자리였는데 ‘보곰’은 앉거나 누울 때 까는 왕골, 부들, 갈대 등의 새의 둥지를 말한다. 그곳은 포식자로부터 안전이 보장된 안락한 곳이 때문에 알을 낳아 보호받을 수 있는 둥지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도 주택은 도적이나 산짐승의 공격, 태풍이나 폭설 등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의 안전을 유지하고, 가족 간의 화목과 사랑의 근원적 출발의 장소인 것이다.

비닐하우스 형태로 된 시골에 있는 작업실에 새가 날아들어 좀처럼 나가지를 않았다. 어느 시점부터 새똥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은 그날 발견된 새의 소행임을 알아차리고는 수건을 흔들며 위협을 가하며 내 쫓으려는 시도를 여러 번 반복했지만 새는 나가지를 않았다. 계속되는 위협 속에서도 비닐하우스의 좌우의 끝으로 오가며 나가려는 의지를 통 보이지를 않았다. 처음에는 활짝 열어둔 출입구도 찾지 못하는 새의 지능을 탓하기도 했지만 가만히 보니 저 쪽 구석 선반 위에 다섯 개의 알을 낳아둔 새집을 발견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상황에도 지키려 했던 것은 둥지였던 것이다.

유택(幽宅)은 글자대로라면 고요하고 그윽하며 어둡고 검은 집으로 무덤인 것이다. 죽은 이가 사는 엄연한 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늑한 곳에 편히 조상이 쉴 수 있는 곳에 정하고 둥지를 보호하듯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문을 열면 언제나 볼 수 있는 집 마당에나 집 가까운 마을 한 가운데에 부모의 유택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생전에 부모가 자식의 둥지를 만들어 보호하였듯이 부모가 돌아가시면 이제는 자식이 3년간 시묘살이를 하면서 부모의 유택을 지키기도 했다. 둥지와 같이 작고 비석은 물론 상석도 없는 유택에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이는 여전히 넓고 터에 큰 봉분과 비석으로 생전의 업적을 기린다. 일부 재력가나 정치인도 화장을 선호하고 있지만 납골당으로 가길 원하지 않고, 수목장과 같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원치 않고, 사후에도 여전히 큰 비석과 함께 세상에 남길 원하고 있다.

결국 유택은 사람이 살 만하거나 사람이 살아도 좋은 곳인 이른바 명당에 정했다는 것이고, 그래서 도로를 지나다 보면 양지바른 곳에 아늑한 집을 지을 만한 곳에는 으레 무덤이 있다. 요즘은 장례문화가 많이 변하고 있다. 사찰중심의 화장(火葬)문화는 유골을 일정한 크기의 구슬처럼 사리로 만들어 집에 모시는 경우도 있고, 유골 상태로 납골당에 모시는 경우는 아예 유택이 없는 경우이다. 일반가정에서도 화장 문화가 보편화 되어 가면서 자연히 유택의 넓이는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큰 봉분을 짓고 넓은 터에 들어선 무덤으로 생전의 권력이나 재력을 과시한다, 아울러 후손들은 조상의 음덕으로 출세를 이어가길 원하고, 정치인들은 죽은 이의 후광으로 권력을 유지하길 바란다. 국립묘지 참배와 같이 자신들의 정치적 단합을 위해 무덤 참배문화를 만들어 시행한다. 하지만 존경은 무덤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 존경은 일정기간 흐트러진 판단 속에서 지속될 수 있지만 몇 세대만 지나면 그들이 남긴 업적은 저술된 작품, 발명한 이기, 정책 등의 이성적인 기준에 의한 판단을 받는다. 이제 죽은 이를 추모하되 무덤을 만들지 말거나 작게 만들고, 이미 만들어진 유택이 있다면 자연으로 되돌려줄 때다. 지금의 이 유택들이 이사를 시작한다면 자연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산과 들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대리석의 웅장함으로 버티고 있는 납골당의 자리에는 후손들이 사는 좋은 집터들이 덤으로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수목장으로 마을 버드나무 아래로 이사를 하신 조상들은 버드나무 가지가 되고 잎이 되어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는 자손들을 흐뭇하게 내려다보시며 상큼하고 시원한 바람을 보낼 것이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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