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건강을 저축하라

김양자(본지 문화담당기자)

 

 

칠순을 바라보는 노신사가 색소폰 연습을 하고 있다. ‘어르신, 어찌 이 어려운 악기를 배우려고 하셨습니까?’라고 여쭈니 ‘학창시절 가장 못했던 공부가 음악이었는데, 이제 은퇴하고 못했던 것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하신다.

그 노신사는 색소폰 하나였지만 나는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으니 학창시절 못했던 공부가 하나 둘이 아닌 것을 증명하는 것 밖에 안되는구나 싶어 말하자니 심히 부끄러워 침묵했다. 어르신들이 악기연주를 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학창시절 배웠던 음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호흡조절이 쉽지 않아 머리가 어지럽기도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하나로 달려온 모습은 도전이라는 머리띠를 두른 것 같았다. 노년기의 건강을 지키며 보람과 복되고 행복한 여가를 위하여 지난 날 힘겨웠던 세상살이보다 더 힘겨운 악기연주의 바다로 발을 디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어르신들을 위한 여러 강좌 중 가장 어려운 과목이 단연 악기연주다. 악기를 배우시려는 어르신들이 모인 곳을 방문해보았다. 어르신들의 마음은 낭랑 십팔세라 월장하여 이팔청춘 마당쇠를 보쌈할 만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삶의 흔적이 손가락관절변형으로 고착되어 악기연주를 한다는 것이 무리에 가까워 보이기도 했다. 산전수전을 겪고도 용기백배 충전한 흰머리소녀들에게 다가갔다. ‘뭐하실라꼬예?’ ‘악기 배울끼다’ ‘무슨 악기인데예?’ ‘오카리나 라 카는 악기인기라’ ‘오카리나는 쪼매한 구멍들을 막아서 소리를 내는 긴데 해 내것십니꺼?’ ‘해보는데 까지 해 보끼다’ ‘허얼, 할매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오카리나가 시븐긴줄 아십미꺼? 에러븐기라예’. 용감한 할매님들께서 악기가 쪼매하다고 저것도 몬하것나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오카리나는 양손으로 잡고 부는 악기이다. 잡으면 손안에 감춰져 그 모양이 어떤지 모를 만큼 크기도 작다. 취구를 입에 물면 눈으로 보이지 않는 구멍을 손가락의 감각으로만 찾아서 열기 닫기를 제대로 해야 소리가 난다. 초기에는 손가락 마비가 올 정도로 힘들다. 운지법을 제대로 익히면 맑고 청아함을 따를 악기가 없다. 그 소리에 매료되셨나보다. 오카리나는 바른 호흡조절이 필수이다. 폐활량확장을 위한 스트레칭과 손가락이 유연하게 될 때까지 연습, 음표와 계명을 더듬거리지 않을 때까지 박자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아주 작은 악기이지만 연주를 위한 동작을 하는 동안 폐활량의 확장과 주변근육의 강화로 폐기능은 건강해지고, 손가락의 끝없는 움직임으로 관절은 유연해지고, 음표를 살피기 위한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눈운동, 바른자세는 신체전반을 교정해준다. 노년기의 건강을 위한 특효약이다.

오카리나 시간에 가끔 청강생이 되어 그분들의 동작을 도와드렸다. 할매들의 모습은 대단함 그 자체였다. 난생처음 만져보는 악보집과 보면대, 강사의 설명을 적으려는 필기구까지. 맑음의 소리를 향해 달려가는 흰머리소녀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학창시절 단발머리소녀들 같았다. 악기연주라는 새로운 장르가 건강한 삶의 활력소가 되어 주었나보다. 흰머리소녀들이 고운연미복을 입고 연주할 모습을 상상해본다. 건강을 스스로 찾아서 저축하는 멋진 흰머리소녀들, 파이팅입니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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