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15. 7층의 돌을 쌓아 올린 것 같은 칠층암

금강산 만물상에는 형형색색,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 칠층암이란 바위에 참 재미있는 전설이 숨어 있어요.

만물상의 그 많은 바위 중에 7층의 탑을 쌓은 것처럼 생긴 바위가 있었는데, 이 바위는 둥글둥글 하게 생긴 바위가 한 층 한 층씩 쌓아 올라가 7층까지 쌓였다고 해요. 그 높이가 무려 40m 정도나 되는 아주 높은 탑이라고 해요.

칠층암 가장 높은 꼭대기 부분이 참으로 묘하게 생겼어요. 그 꼭대기 부분 바위의 생김새가 흡사 한 사람의 남자가 돌 위에 앉아서 닭이나 오리에게 모이를 주는 형상을 하고 있어요.

아주, 아주 오랜 옛날에 어느 산골의 한 선비가 금강산의 만물상 경치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금강산을 찾아왔어요. 만물상 입구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만물상 경치에 반해 그 선비의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아!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나?”

“이런 감정을 두고 ‘황홀’하다고 하는 걸까?”

선비는 만물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경치를 보았어요. 진귀한 모양을 한 바위가 펼쳐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선비는 감동이 되어 한 걸음, 한 걸음을 함부로 옮길 수 없었어요.

맑은 물소리, 바람소리 아슬아슬한 바위 끝에 묘하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 그리고 더욱 선비의 마을을 끄는 것은 길목마다 예쁜 다람쥐가 도토리를 물고 재주를 부리며 나무 위로 쪼르르 오르는 것이 귀여웠어요.

선비는 너무도 빼어난 만물상 경치에 홀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만물상 골짜기를 돌아다녔어요.

“내가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이 번 만물상 경치를 눈에 담뿍 담아가야지. 이 아름다운 경치를 서당의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

그는 만물상 골짜기를 다니다가 해가 기우는 것도 몰랐어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그 경치에 정신을 빼앗기다시피 해서 만물상에서 길을 잃었어요. 무서운 산 그림자가 여기저기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예서저서 이상한 잠승 소리가 들리자, 선비는 더럭 겁이 났어요. 마을 어르신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금강산 골짜기는 골이 깊어서 아직도 호랑이가 나타나서 사람을 해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

어둠이 점점 짙어지자, 선비의 귀에 여기저기서 무서운 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삵괭이 우는 소리, 여우가 우는 소리 그리고 간혹 무슨 큰 짐승이 우르릉거리는 소리까지 들렸어요.

“아. 어떻게 하나. 이러다 호랑이의 밥이 되는 것은 아닐까? 어둠은 자꾸 짙어가는 데. ”

만물상 골짜기의 어둠이 점점 깊어가자, 선비는 온몸이 오싹해졌어요. 빛이라고는 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빛밖에 없었어요.

“아, 갑자기 고향 생각이 나는구나. 가족들 생각, 부모님 생각도 나는구나.” 선비는 어떻게 해야 오늘 밤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어둠, 배고픔은 참을 수 있지만 참을 수 없는 것은 산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 온 몸이 오슬오슬 추워 왔어요.

선비는 우선 추위를 피해야했어요. 초여름이라고 하지만 산골의 밤은 무척 추웠어요. 방법이 있다면 동굴이라도 찾아서 나뭇잎들을 긁어모아 그것이라도 가지고 몸을 덮어야 했어요. 추위, 배고픔 어둠에서 살아남는 길은 오직 작은 동굴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었어요.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지.”

그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귀를 곤두세워 주변을 살피며 여기저곳을 더듬거리며 주변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러다 갑자기 어디선가 짐승의 발굽소리가 콩콩 들려왔어요.

“어엇? 무슨 소리?”

선비는 소리 나는 곳으로 귀를 기울이고 온몸을 바싹 웅크려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숨겼어요.

“콩콩거리는 소리로 보아서 호랑이나 산돼지 발자국 소리는 아닌 것 같고, 고라니 아니면 노루 발자국 소리 같은데.”

선비의 예상이 적중했어요. 작은 노루 한 마리가 길을 잃었는지 산길을 따라 펄쩍 펄쩍 뛰어내려오고 있었어요.

“휴우, 살았다. ”

선비는 바싹 긴장이 되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옮기며 쉴 곳을 찾아 산길을 헤매었어요.

초여름 밤의 산에는 풀내음이 가득히 흘렀어요. 골짜기마다 소쩍새 우는 소리에 풋풋한 풀내음이 실려 와서 선비의 옷까지 촉촉이 적시는 듯했어요.

그런 산골짜기를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선비는 차츰 무서움보다 초여름 산 속의 정취가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선비는 주변의 소리를 조심스럽게 들으며 작은 동굴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았어요. 이제 선비의 귀는 손이나 발보다 더 예민해서 산 속의 모든 소리를 빨아드리는 것 같았어요. 선비의 귀는 작은 풀벌레 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귀가 잡아들였어요.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어요.

점점 밤이 깊어가자, 희미한 반달이 산 속을 비추어 주어 산속이 한결 희뿌옇게 밝아왔어요.

선비는 이제 제법 산 속을 걷기에 자신이 생겼어요. 주먹을 힘 있게 쥐고, 자신이 하룻밤을 산 속 어디에서든지 지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선비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분명히 아주 부드러운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가 선비가 긴장을 하고 귀를 바싹 기울이면 그 소리가 뚝 끊어져버렸어요.

“그 참 이상하다. 분명히 아주 작은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것 같았는데.”

선비는 숨을 죽이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었어요.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풀벌레 소리가 골짜기에 가득히 흘렀어요. 거기다 소쩍새 소리까지 더하자 초여름 숲속은 교향곡이 흐르는 것 같았어요.

선비가 바위에 엎드려 조심스럽게 다시 귀를 기울이었어요. 역시 산속의 새소리, 바람소리뿐이었어요.

“내가 잘못 들었나?”

선비는 허탈한 기분으로 두 손을 비비며 하늘에 총총이 떠 있는 아름다운 별을 보며 어깨를 움찔거렸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삐, 삐-, 삐악”

어느 곳에서 분명히 소리가 났어요.

선비는 가던 길을 멈추고 숨결도 죽이고 소리 나는 곳으로 귀를 모았어요.

“분명히 무슨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이 깊은 산속에 무슨 새소리? 그것도 이 깊은 밤에?”

선비는 몸을 낮추고 도둑고양이처럼 발소리를 죽여 살살 걸으면서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어요.

“분명 소리가 이 근처이고 바위 위쪽 어느 곳인데.”

선비는 이제 용감해졌어요. 이 깊은 산속에서 처음 듣는 소리가 난다는 것은 선비에게 용기를 솟아나게 했어요. 선비는 주먹을 쥐고, 입술을 꽉 깨물며 무언가를 탐험하는 기분이 되어 민첩한 동작으로 한 발 한 발 옮겼어요.

“삐악, 삐악, 삐악”

처음 듣는 새소리가 한결 분명하게 들렸어요. 새들이 한 두 마리가 아니고 여러 마리가 모여서 내는 소리였어요.

“아! 신비하다. 이 깊은 산골, 이 깊은 밤에 여러 마리의 새들이 이렇게 모여서 삐악거린다는 것이.”

선비는 신비한 세계의 문을 연다는 기분으로 가슴을 두근거리며 이상한 새소리가 나는 곳으로 한 발 한 발 옮겼어요.

그때였어요. 이상한 새소리는 선비가 서 있는 바로 위의 높은 바위 쪽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점점 신기하다. 새소리가 저 높은 바위 위에 삐악거리다니! 참으로 풀리지 않는 신비한 일이구나.”

선비가 그 높은 바위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니, 그 높이가 아주 높았어요. 희미한 달빛에 쳐다보이는 그 바위는 바위라기보다는 작은 동산처럼 보이는 것 같았어요.

선비는 그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가기 위해 신 끈, 옷 등을 단단히 묶고, 곡예를 하는 기분으로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타고 올라갔어요. 그 바위는 다행히 한 사람이 발을 디딜 수 있는 작은 길이 간신이 나 있었어요.

“휴우, 내 일생 이런 바위는 처음 타고 올라가보네. 그런데 점점 ‘삐악’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바위 꼭대기에 다 올라왔나보네.”

드디어 선비가 이상한 새소리가 나는 곳에 올라오자, 그의 얼굴과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했어요. 그곳은 바위들이 층층이 쌓여 탑처럼 만들어진 아주 높고 험한 바위 꼭대기였어요.

선비는 우선 눈과 귀를 집중시켜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펴야했어요.

“혹시 주변에 누가 사람이 있나? 다른 위험한 짐승들이라고 있나?”

선비가 낮은 자세로 웅크린 채 살펴보니 사람의 기척은 전혀 없었어요. 선비가 바위 위에서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씩 옮기자, 그 쪽의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움찔거리며 날개를 접었다 폈다하며 경계를 하는 것 같았어요.

선비는 아주 평화스러운 마음으로 전혀 그 새에게 공격의 마음이 없는 자세로 천천이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 새 가까이 간 선비는 주변을 보고 놀랐어요. 주먹만한 한 마리 새가 삐악거리며 부리를 콕콕 땅에 찧고 있었으며 그 주변에 하얀 아기 주먹만한 작은 새 알이 여러 개 놓여 있었어요. 선비가 그 새들에게 함부로 가까이 갈 수 없는 위협을 느꼈어요. 아주 큰 새 한 마리가 독수리처럼 금세라도 공격해 할 것 같은 자세로 작은 새 한 마리와 주먹만한 하얀 알을 지키고 있었어요.

“아하, 처음 보는 새이구나. 내가 가까이 가도 나에게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이다.”

선비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작은 새에게 다가갔어요. 선비는 그 귀엽고 하얀 새알을 보자, 그 작은 새와 새의 알을 가지고 싶었어요.

“아, 처음 보는 저 알을 가지고 가서 따뜻하게 품어서 아기 새로 깨어나게 해보자.”

선비는 귀여운 새 알들을 손으로 사랑스럽게 만지작거리며 이를 지켜보는 커다란 새에게 조심스럽게 눈을 돌렸어요. 다행히 그 커다란 새는 고개를 숙인 채 선비를 지켜보는 것 같았어요.

“아, 저 커다란 새가 나의 마음을 알고 있나 보다. 내가 저 새의 알들을 아기 새로 깨게 해서 잘 키워 줄 마음을 짐작하는 가보다.”

선비는 아기 주먹만한 새 알을 손 안에 쥐어보았어요. 그 알에서 따스한 온기가 전해왔어요. 선비는 그 알들을 하나씩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어요.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커다란 새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와 선비의 무릎에 머리를 부비는 것이었어요. 자기도 함께 데려가 달라는 표시인 것 같았어요.

선비는 그 커다란 새를 조심스럽게 품에 보듬고, 따스한 온기가 나는 하얀 알들을 호주머니마다 소중하게 넣었어요. 그리고 작은 새 한 마리는 다른 호주머니에 아주 조심스럽게 넣었어요.

선비는 그 높은 바위를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숨을 죽이고 내려왔어요. 혹시라도 주머니의 알이나 품에 안고 있는 새가 다칠까봐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선비의 가슴이 멎을 것 같은 감동으로 출렁거렸어요. 이런 선비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품에 안긴 커다란 새는 선비의 가슴 속으로 부리를 접고 포옥 안겨 들어왔어요. 선비의 가슴이 따뜻했어요.

선비는 그 바위를 내려와 쉬지도 않고 자기 마을로 걸었어요. 며칠을 걸려 굶다시피 하며 고향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 먼 길을 걸어오면서 선비는 품에 안은 커다란 새와 호주머니에 넣어 오는 새알을 자신의 온기로 따뜻이 품었어요.

고향집에 돌아온 선비는 보드라운 이불을 깔고 떨리는 손으로 그 새와 새알을 내려놓았어요. 그 새알을 보드라운 이불 위에 내려놓자마자, 그 알에서 노란 아기 새들이 삐악삐악 거리고 나왔어요.

우리가 말하는 ‘병아리’가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지요. 품에 안고 온 커다란 새는 장닭이라고 해요. 그 닭들이 알을 낳아 오늘날의 닭이 되었어요. 닭들은 선비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새벽마다 일찍 일어나 해가 뜨는 것을 알리려고 ‘꼬기오’하고 운대요.

그 선비가 올라간 그 바위를 칠층암이라고 부르고 그 위에는 선비를 닮은 바위와 닭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다고 해요.

조현술 논설위원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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