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선행학습이 장애가 되는 한자어

황진원(논설위원)

군북출신/전 장유초 교장

 

 

“신문의 ‘문’자는 ‘들을문(聞)’자다” 얼마 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신문’의 정의다. 그는 “많은 기자는 ‘물을문(問)’자로 잘 못 안다”고 했다. 즉, “ ‘新問(신문)’이 아니고, ‘新聞(신문)’이 맞다”는 것이다. ‘취재원의 말을 꼬치꼬치 묻지 말고 잘 듣기만 하라’는 뜻으로 한 말인 것 같은데, 전직(前職)이 기자출신인 이 총리의 견해대로 ‘물을문’자로 잘못알고 있는 기자가 그렇게 많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흔히 쓰는 한자어도 막상 한자로 표기 하려고 하면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읽고 쓰기가 어려운 한자도 많지만, 특히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로 된 한자어도 많다. 여기서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표기를 할 때 보편적인 한자의 상식과는 너무나 예상 밖의 한자를 쓰는 경우도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 해야 하나, 이럴 땐 한자를 어렴풋이 아는 것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

얼마 전 관광버스로 등산을 갈 때다. “사장과 차장(車장)의 ‘장’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말할 수 있는 분?” 이란 산행 대장의 질문에 45명 승객은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뒤에 가서 필자가 나서긴 했지만 사장, 시장, 실장 등에서 유추해 보면 당연히 차장도 같은 뜻의 한자를 쓰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社長(사장)’은 ‘긴장(長)’ 이고 ‘車掌(차장)’은 ‘손바닥장(掌)’이다. 이와 같이 예상과 다른 한자어가 있다. 이와 유사한 다른 한자어를 알아보자.

‘房門(방문)’의 한자를 알면, ‘사후약방문’의 ‘문’도 ‘문문(門)’자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死後藥方文(사후약방문)’으로 ‘글월문(文)’자를 쓴다. ‘感想文(감상문)’과 같이 ‘感想(감상)’은 ‘마음속에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을 말한다. 그러나 ‘그림감상’ 등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즐김’을 뜻하는 ‘감상’은 ‘鑑賞(감상)’으로 쓴다. 집을 말할 때 ‘家庭(가정)’으로 쓰지만, ‘家政婦(가정부)’는 ‘정’자가 다르다. ‘응하지 않을 때’를 ‘辭讓(사양)’으로 쓰고, ‘선택사양’이라 할 때는 ‘仕樣(사양)’이 된다. ‘서로 바꿀 때’를 ‘交換(교환)’이라 한다. ‘국제 친선을 위해 외국 선수를 초청하여 경기를 할 때’를 말하는 ‘交歡競技(교환경기)’는 ‘교환’의 글자가 다르다.

운동경기를 할 때, ‘前半戰(전반전)’의 ‘전’은 ‘싸움전(戰)’이다. 그러나 ‘逆轉(역전)’의 ‘전’은 ‘구를전(轉)’이고, (전국)‘體典(체전)’의 ‘전’은 ‘법전(典)’이다. ‘정신 발달이 늦을 때’를 말하는 ‘精神遲滯(정신지체)’는 ‘遲滯(지체)’로 쓴다. 팔다리가 불편한 ‘肢體不自由(지체부자유)’를 말할 때는 ‘肢體(지체)’가 된다. ‘行政府(행정부)’의 ‘부’는 ‘마을부(府)’다. 그러나 ‘法務部(법무부)’의 ‘부’는 ‘거느릴부(部)’다. ‘水平(수평)’의 ‘수’는 ‘물수(水)’지만, 垂直(수직)의 ‘수’는 ‘드리울수(垂)’다. 또 馬山會原區(마산회원구)의 ‘회’는 ‘모일회(會)’고 그 곳에 있는 ‘檜原洞(회원동)’의 ‘회’는 ‘전나무회(檜)’다.

지난 6월에 있은 공무원 시험에 이런 문제가 출제 되었다. ①유명세(有名勢), ②복불복(福不福), ③대중요법(大衆療法), ④경위(經緯) 중 한자 표기가 잘못된 것을 찾는 문항이었다. 정답은 ①번이다. ‘유명세’의 ‘세(勢)’자는 ‘형세세’다. 느낌으로 볼 때 당연히 맞는 글자다. 그러나 ‘세금세(稅)’를 해야 한다. 글자 한 자가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다. 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연꽃은 물에서 자란다. 그래서 ‘수련’의 ‘수’는 ‘물수(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睡蓮(수련)’으로 ‘잠잘수(睡)를 쓴다. ‘座右銘(좌우명)’의 ‘좌’는 ‘왼좌(左)’가 아니고 ‘자리좌(座)’다. ‘百合花(백합화)’는 ‘흰백(白)’이 아니고, ‘白日場(백일장)’은 일백백(百)이 아니다. ‘敎職員(교직원)’의 ‘교’는 ‘학교교(校)’가 아닌 ‘가르칠교(敎)’이며, ‘矯導所(교도소)’의 ‘교’는 ‘가르칠교’가 아닌 ‘바로잡을교(矯)’다. 글을 바로 고칠 때를 말하는 ‘校訂(교정)’은 ‘바로잡을교’가 아닌 ‘학교 ’교(校)’를 쓰고, 원고를 고치는 것을 말하는 ‘推敲(퇴고)’의 ‘고’는 ‘원고고(稿)’가 아닌 ‘두드릴고(敲)’다. ‘저승使者(사자)’의 ‘사’는 ‘죽을사(死)’가 아닌 ‘부릴사(使)’고, 임금이 내리는 ‘賜藥(사약)’도 ‘죽을사’가 아니고 ‘줄사(賜)’다. ‘死角地帶(사각지대)’의 ‘사’는 ‘넉사(四)’가 아닌 ‘죽을사’다. ‘親展(친전)’의 ‘전’, ‘屋上架屋(옥상가옥)’의 ‘가’, ‘至上命令(지상명령)’의 ‘지’ 등 상상외로 예상과 다른 한자어가 많다.

어떤 선행학습이 후행학습에 영향이 미칠 때를 학습의 전이라 한다. 선행학습이 잘 이루어지면 학습전이도 크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예상과 다른 한자어’는 선행학습이 오히려 후행학습을 방해한다. 이런 것은 난센스 퀴즈와 비슷하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당연한 대답은 오답이 된다. 이런 한자어를 이해하려면 평소에 한자를 자주 접하는 길 밖에 없다. 평범한 것보다 특수한 것을 공부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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