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40> 火

박상래-전 지리산중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함안 소작골천연염색교실/국문학박사과정 수료

 

우리 몸은 地水火風의 4대로 되어 있다. 죽으면 육신은 흙과 물이 되고 체온은 대기의 기온이 되고, 움직임은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것이다. 흩어지면 모양도 색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때 火는 온혈이니 살아있음의 증거이기도 하다. 아울러 따스한 손길, 따뜻한 미소는 자애로움이고 뜨거운 심장은 열정이다. 그러나 육체적 생존과 정신적인 안정의 필수조건인 열도 적당해야 한다. ‘火生’이라는 말은 불교에서 부동명왕이 스스로 불을 내어 세계를 비추고, 그 불로 온갖 번뇌를 태워 없앴다는 말에서 불의 이중성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를 비추었다’는 말은 어둠의 무질서한 카오스(chaos)에서 밝은 질서의 세계인 코스모스(cosmos)를 보였단 말이니 불은 생명이라는 뜻과 아울러 ‘그 불로 온갖 번뇌를 태워 없앴다’는 말에서 소멸과 파괴의 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온화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내부적 요인이나 외부적 자극에 의해 열이 지나치면 분노가 되는 이중성이 있다.

‘천불이 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때의 천불은 하늘에서 내린 불인 天불이 아니고, 천 곳에서 일어난 불이라는 뜻의 千+불[火]인 것이다. 온갖 화를 다 합친 것만큼의 화가 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냄의 가장 큰 표현이라면 그 아래 정도의 ‘열불난다’는 말이 있는데, 열(熱)+불[火]의 합성어이다. 어쨌든 이 말들에서의 불은 모두 성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크고 큰 분노로 온 마음과 몸에 열이 났을 때이니 몸도 크게 상하고, 지혜와 자애로움도 타고 없어지는 지경일 것이다. 속이 탄다, 열이 나서 눈이 빠지는 것 같다, 머리에 뚜껑이 열릴 지경이다 등으로 화를 표현하는 경우에서 보듯이 우리의 신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난다는 것의 기본 전제는 기대하는 것이 있고 나아가 바라는 바대로 변화하길 고대하고 있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의지가 클수록 화도 커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 미움, 원망, 이기, 질투, 갈등, 시기 등이라면 이의 면역체계를 위해서 믿음, 칭찬, 감사, 자애, 친절, 사랑이라는 항체를 길러야 한다. 인간이 화를 완전히 벗어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욕심, 경쟁 등의 사회가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스스로에게 화를 낸다면 자기잘못에 대한 반성의 증거이다. 이렇게 보면 화는 진보의 원동력이고 열정일 수 있다는 결과에 이른다. 따라서 세상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자신에 대한 애착이 클수록 화도 비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화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순화시키고 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조장할 필요나 가치를 가진 것은 아니다. 몸의 온기는 우리 몸을 이루는 4대의 한 요소이듯이 생존의 증거이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자애의 에너지다. 그러면서도 동전의 양면처럼 넘치면 자신과 남을 파괴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마음을 다스릴 교양과 의지를 가졌어도 화를 낼 수 있는 자극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를 낸 것을 후회한다면 현상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다양하게 분석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일방적 판단으로 과정을 예측해 버린 경우이다. 불의 길을 열어두지 않고 가두어 버려 열이 폭발하였다가 오해였음을 알았을 때는 모두가 민망하고 허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불의 자리 곧 화의 자리에 오래도록 재가 남아 자신에게는 어리석음이, 상대에게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불이 꺼지거나 더욱 세찰 수 있듯이 오해의 불은 끄고, 열정의 불은 지펴야 한다. 禍가 아니라 和가 되게 火를 다스릴 일이다.

화는 심장에서 와서 얼굴로 드러낸다. 일의 과정을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하면 심장에서부터 화의 발생을 막아내는 근본적인 처방이 된다. 봉사와 생활의 활기를 위한 불의 심지를 올리고, 오해와 갈등의 심지를 내리는 지혜의 심장을 갖고 싶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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