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8>죽음의 동의어

박상래-전 지리산중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함안 소작골천연염색교실/국문학박사과정 수료

 

아주 예전에 우리말에 죽음의 동의어가 아주아주 많은 것에 대해서 놀랐다는 말이 있다. 그 때 그 외국인은 죽음을 두고 표현하는 감탄사까지도 포함했다는 말이다. 주검을 보고 하는 쯧쯧, 에구 안됐군, 이를 어쩌나 등. ‘죽다’의 어원은 ㉠고려어 주기(朱幾)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인데 소를 도살하여 정육되어 붉은 상태라는 뜻이다. ㉡죽(粥)에서 왔다는 설이다. 죽은 끓여 생명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재로 우리가 아용하는 말들에 죽음을 뜻하는 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종교적인 말이다. 주로 카톨릭에서 신부의 죽음을 선종(善終)에 들다나 선종했다고 하는데 이는 큰 죄 없이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고 평온하게 죽었다는 뜻이다. 단순히 생명의 종말을 뜻하는 이별의 의미로 세상을 뜨다, 세상 하직하다, 별세하다, 묻히다, 숨을 거두다, 잠들다, 영면하다, 亡, 卒과는 달리 죽은 사람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추모하는 말이다. 불교에서도 승려들의 죽음을 열반, 입적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사후 세계를 ‘돌아가시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과 같이 태어나기 전의 고요한 세계, 아픔도 공통도 없는 원래의 세계로 갔다는 말이니 인간세계는 천당이나 극락보다 낮은 등급의 세상인 것이다.

비속어로 골로 가다는 말이 있는데 이의 유래는 ‘고태골 가다’는 말의 준말이라는 설이 있다. 고태골은 한양의 서쪽에 죄수들을 처형하던 곳인데, 이 골짜기로 들어간다는 말은 곧 죽는다는 뜻이다. 일설에는 6.25 때 북한군은 우익학살을 위해, 국군은 좌익학살을 위해 골짜기로 끌려 간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북망산 가다’에서 북망산은 중국 하남성의 낙양 북쪽에 있는데 한나라 이후 역대 제왕들과 신분 높은 사람들의 무덤이 많았던 곳이다. 한마디로 귀인이 묻히는 산이다. 북쪽이나 서쪽은 어둠으로 인식하고 북쪽으로 제사상을 차리는 풍습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는 것을 꺼리기도 하는데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머리를 차게 하면 명석한 두뇌를 갖는다고 하여 요즘은 아이들은 북쪽으로 머리를 두게 하는 가정도 있다. 배산임수는 산을 뒤로 하고 앞은 물이 흐르는 곳을 택지로서는 명당이라 하면 확정적인 자리이지만 북향이라는 것은 상대적이지 않는가.

신이 저승으로 데려간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스스로 떠났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승을 떠나다, 눈을 감다, 승천하다, 타계하다,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버렸다, 세상을 하직하다, 잠들다, 생을 마감하다, 흙으로 돌아가다, 영원한 평화를 얻다, 작고하다 등과 같이 주체의 의지를 반영한 말은 영원할 수는 없는 인생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스스로 이승의 삶을 정리했다는 뜻이다. 한편 다른 사람의 죽음을 비난하려 할 때는 비속어를 사용한다. 뒈지다, 뻗었다, 혀가 빠질 놈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의 인생에 분노의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죽음을 희화한 말인 밥숟가락 졸업하다, 숟가락 놓다, 공동묘지 입학하다 등은 애도의 감정을 싣지 않은 표현이다. 또 천수(天壽)를 다하다는 말은 웬만큼 살았다는 뜻으로 갑작스런 사고 없이, 큰 병 없이 맞이하는 죽음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요단강 건넜다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이라는 뜻도 있지만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양에서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는 삼도천(三途川)이라는 강물이 흐른다고 여겼고, 서양에서는 이 강이 요단강이다. 기독교 찬송에서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라는 구절은 천국에서 만나자는 뜻이다. 우리의 전통 장례식에서도 강이나 냇물을 건널 때 바로 건너지 않고 잠시 멈추는 풍습이 있다. 심지어 작은 도랑도 바로 건너지 않고 상주들이 상여에 메달아 놓은 새끼줄에 노잣돈을 꿰어야 상여가 움직였던 것은 이승과 저승의 마지막 경계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도 저승으로 갈 때 배를 타고 간다고 보는데 지혜의 龍(용)이 큰 배가 되어 般若龍船(반야용선)에 망자들을 안전하게 태우고 피안의 세계로 인도한다고 생각했다.

운명적으로 탄생의 순간 죽음은 운명적으로 한 쌍이 되었다. 죽음이 있으므로 우리는 의미 있는 하루하루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의견쓰기

작성자 비밀번호
의견쓰기
  • 내용은 200자 이내로 적어야 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왼쪽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포토뉴스

  • 포토뉴스
  • 포토뉴스 더보기
  • 성큼 다가온 함안의 가을
    성큼 다가온 함안의 가을
  • 성큼 다가온 함안의 가을성큼 다가온 함안의 가을
  • “무럭무럭 자라라”“무럭무럭 자라라”
  • “청보리 푸른 파도에 실린 함안의 5월”“청보리 푸른 파도에 실린 함안의 5월”
  • “베일에 가린 아라가야의 역사, 다시 찬란한 빛을 볼 수 있도록” “베일에 가린 아라가야의 역사, 다...

개업홍보

  • 개업홍보
  • 개업홍보 더보기
  •  
  • 오피니언
  • 기획특집

함안맛집

  • 함안맛집
  • 함안맛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