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7>각설이 가수

박상래-전 지리산중학교 교장/본지 논설위원

함안 소작골천연염색교실/국문학박사과정 수료

 

거지 분장으로 화장술로 성전환을 한 사람들은 만담과 노래를 하며 엿을 팔던 욕쟁이 각설이는 어느새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가수들이었다. 일방적인 공연이 아니라 노래를 하면서 일일이 객석을 돌며 악수를 하고, 각지에서 찾아온 열렬한 펜카페 회원들은 만남의 설렘과 기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으로 보내고 있었다. 10명의 관객은 1만원 지폐나 5만원 지폐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옛날엔 거지차림의 각설이 공연장에서 안쓰러운 마음에 건네던 몇 푼이었지만 지금은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서 이미 펜이 되고 난 뒤 공연일정을 따라 멀리서도 온 사람들이 기꺼이 지폐를 내놓아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각설이가수의 허리엔 지폐가 빼곡히 주렁주렁하다. 출연료가 따로 없으니 물건을 파는 것을 이해하고 용서해 달라는 가수의 말에 모두들 그러겠다는 표정이었고,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단 자체적으로 영상을 촬영하지만 관객들 중에서도 SNS를 통해 실시간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대 양쪽에의 20여 명은 공연 내내 서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모인 펜카페 회원들일 것이다.

여자가수 중엔 어르신들 앞에서는 아이돌 급의 사랑을 받는 가수도 있다. 공연에 대한 조회수가 200만이 넘는 가수도 3명이나 있다. 가장 장고 실력이 뛰어나고 율동이 활발한 ‘버들이’는 지역축제에선 섭외 상위권이고, 1만 명이 넘는 관객을 체육관에 모아놓고 객석과 무대를 오가면서 한 시간의 단독공연을 하기도 한다. 이를 본 펜 중에는 ‘장고공연 영상에 푹 빠졌습니다’, ‘제가 귀신에 홀린 것 같습니다. 내일엔 대전 공연장으로 갑니다’ 등의 후기를 남긴다. 다른 지역축제 공연장에서의 열기도 비슷하다. 빨간 프라스틱 의자에는 공연 내내 빈자리가 없고, 뒤에 선 사람들도 중간에 빠져나가지 않고 있었다. 이 외에도 ‘가을이’, ‘작은 거인 윤정이’, 남자가수 ‘찌질이’도 인기가 높다. 카페 회원이 3000명이 넘고 동영상 조회도 3000회를 넘긴다. 카페기금이 4000만원을 넘고 각설이 가수의 의상비로 10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지를 한 카페도 보인다. 이런 금전적 과열현상을 비판하며 자제를 요청하는 회원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활동을 후원하고 공연을 보기 위해 원정을 감행한다.

신곡 발표 없이 수십 년을 옛날 명성으로 살아가는 가수, 신비주의로 숨어살면서 가끔의 공연으로도 부자로 살 수 있는 가수, 몇 십 만원을 들여 호텔 디너쇼에서야 볼 수 있는 가수, 반짝이 옷이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먼 무대에 서 있는 가수, 작사나 작곡을 많이 하여 저작권료를 받는 것으로 공연을 할 필요 없이 부를 축적한 가수에 대해서 사람들은 표정과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까이서 손을 잡을 수 있고, 직접 격려의 말을 해 줄 수 있고 들을 수도 있고, 이렇게 직접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통해 팬들은 기꺼워하는 것이다. 축제 행사장에 왔다가 우연히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옛날의 ‘작년에 왔던 각설이는~’이라는 타령조의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놀랄 것이다.

각설이의 단어 의미인 ‘깨달음을 말로서 알린다’에서 알 수 있듯이 민중을 계몽하고 사회 병폐를 타령과 만담을 섞어 비판하였던 것이다. ‘죽지도 않고 또 왔네’를 반복하면서 강인한 생명적 특성으로 살아가는 민중들이 엄연히 눈을 뜨고 병폐한 사회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달거리체로 월별 세시풍속을 소개하면서 ‘좋을 시고~♪♬’를 반복한다. 그 중 한 구절을 보면, ‘유월이라 유둣날에 할 일은 별로 없는데 죽순껍질에 부채질하자.’고 한다. 부채질을 하는 여유로움은 이미 선비를 닮았다. 떠돌이로 살아가는 각설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흥겹고 좋단다. 이를 지켜보는 민중들은 그들의 삶이 처량하면서도 가끔 부러웠을 것이다. 각설이인 나도 이렇게 흥겹게 살고 있으니 민중들도 시름 잊고 즐겁게 살라는 뜻일 게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하면 ‘그래그래 오너라’하는 마음으로 환호와 눈물을 보낸다. 자식이라 생각하며 자신보다 훨씬 부자로 살 지도 모를 각설이 가수에게 기꺼이 지폐를 내미는 그들의 따뜻한 손들이 오래도록 상처 받지 않아야 한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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