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4.금강산 개구리 바위

조현술 논설위원

 

금강산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어요. 바위, 나무 그리고 산 능선이 그 안개에 싸여 아슴하게 보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았어요. 바람 소리, 물소리까지도 아슴한 꿈속처럼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그런 금강산 산자락에 ‘온정리’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은 화가가 하얀 화선지에 그려 놓은 그림처럼 동그란 우물, 동그란 나무 그리고 동그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어요.

온정리 마을 양지녘 커다란 장자나무 아래에는 카다란 우물이 하나 있었어요. 아침나절부터 그 우물 안에서 신비한 빛 같은 것이 솟아올랐어요. 마치 비밀스런 얘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며 오르는 것 같았어요.

그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까치 한 마리가 정자나무 가지 끝에서 목을 쑤욱 빼어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 중얼거렸어요.

“뭘까? 우물 안에서 빛이 저렇게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 분명히 무슨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야.”

까치는 가지 끝에서 목을 더 길게 주-욱- 빼어 우물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아하! 개구리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구나. ”

그 아래 우물 안에서는 개구리들이 모여서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주고받았어요. 우물이 넓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개구리 숫자도 많았어요.

그 개구리들도 나라를 이루고 있었어요. 그들 중에는 왕도 있고 신하도 있고 그 왕을 받드는 여러 백성들도 많이 있었어요.

“개굴개굴 개개굴 개-굴. ”

개구리 중에 몸집이 크고 목소리가 유난스럽게 큰 개구리가 몸집을 으시대며 말했어요.

“적어도 우리가 사는 이 우물만큼 넓은 세상은 없을 거야?”

그러자 다른 개구리들이 여겨 저기서 그 말에 맞장구를 쳤어요.

“당연히 그렇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떠내려갈 염려가 없지. 우리 세상보다 더 안전한 곳이 없을거야.”

“그뿐인 줄 아니? 저 동그란 하늘을 봐. 그 하늘이 우리 우물에 들어오고 있지.”

“해님도 하루 한 번씩 우물 안에 들어오지.”

“달님도 별님도 들어오지.”

“하얀 조각구름도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 맴을 돌지.”

까치가 나뭇가지 끝에 앉아서 그런 개구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어요.

“녀석들 한심하군.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군.”

까치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만 자신도 모르게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 ‘호호호’ 웃었어요.

그러자 우물 안에서 목소리 큰 개구리가 우물 안이 쩌렁쩌렁하도록 울리게 고함을 질렀어요.

“누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어?”

“엿듣고 비웃기까지 하네.”

“누구야, 말을 해.”

그때 까치가 푸드덕 나뭇가지에서 날아 내려가 우물 턱에 앉았어요. 까치가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 조곤조곤 말했어요..

“나야. 까치”

“그래, 너는 무엇이 똑똑해서 우리를 비웃어?”

“그게 아니야. 실은 말이야. 너희들은 우물 안에서만 자라서 그렇지. 우물 밖에는 정말 경치 좋은 곳도 많아.”

“뭐? 우리 우물 밖에 더 큰 세상이 있다고?”

“그래. 정말 아름다운 금강산도 있단다.”

“설마 그럴라고. 우리 우물보다 넓고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믿을 수 없어.”

그때, 우물 안에서 가장 높은 단상에 자리하고 있던 개구리 왕이 천천히 나서며 점잖게 말을 했어요. 그 왕 개구리는 위엄을 갖추어 우물 안의 개구리들을 한 번 둘러보고 난 후, 까치를 향해 아주 위엄을 갖추어 말했어요.

"까치야, 너는 우리들에게 아침을 알려주고,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착한 친구야. 우리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줘. 절대로 거짓은 안 돼.“ 왕 개구리의 말을 듣자, 까치는 아주 밝은 표정을 짓고 우물 안의 개구리들에게 말을 했어요.

“얘들아, 우리들은 서로 이웃이잖니? 나도 이 우물을 얼마나 아끼니? 너희들이 밤마다 개굴개굴 울어주는 그 소리가 자장가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그런 까치의 말에 개구리들이 빈정거리는 투로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소란을 피웠어요.

“제까짓 게 무어라고 나서서 똑똑한 체 해.”

“글쎄 말이야. 까치 주제에.”

개구리 왕이 나서서 그런 개구리들에게 눈짓을 하며 조용히 하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까치에게 우물 밖의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재촉 했어요. 까치는 그런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 빈정거리는 소리에는 상관하지 않았어요. 까치는 우물 턱에 앉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금강산의 경치 이곳저곳을 자세하게 들려주었어요.

“금강산은 너희들이 꿈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정말 신비한 곳이야. 그곳에는 일만 이천의 산봉우리가 있고, 그 산의 바위들이 기기묘묘해서 산짐승 모양, 새 모양 그리고 사람 모양을 한 것도 있단다. 더구나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들은 너무도 맑아 하늘이 파랗게 내려 앉아 있는 것 같아. 그리고 해가 뜨고 질 때마다 보이는 아름다운 노을들이랑, 가을 단풍, 겨울 눈경치랑 또 산새들이랑 .... . ”

까치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개구리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었어요. 개구리들이 귀를 솔깃하게 해서 들어주자, 까치는 신이 나서 목청을 돋우어 열심히 설명 했어요.

우물 안의 개구리들은 까치의 이야기를 듣고 눈이 동그래지고, 숨이 거칠어졌어요. 개구리 모두의 눈빛이 까치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어요. 개구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저 말을 믿어도 되나?”

“허풍일거야. 허풍.”

그때 왕 개구리가 나섰어요. 왕 개구리만은 까치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까치에게 말을 던졌어요.

“까치야, 너는 아직 우리들에게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착한 친구야. 그런데 우리가 직접 확인을 하고 싶구나. 도와 줄 수 있겠니?”

“그야 어렵지 않지. 누가 나를 따라 갈 수 있겠니?”

개구리들은 그날 밤 늦게까지 누가 금강산에 가서 금강산을 살피고 올 것인가를 토론했어요. 그들은 개구리 나라를 대표하는 슬기로운 개구리를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어요.

다음날, 개구리 재상 중에서 가장 똑똑한 재상을 뽑아 보내기로 하였어요. 재상이라면 개구리 나라에서 아주 높은 벼슬인데, 그중에서 가장 똑똑한 재상이라면 왕이 가장 신임하는 재상이지요.

개구리 대표로 뽑힌 뚱뚱이 재상 개구리는 무거운 책임을 졌다고 헤헤거리며 자랑처럼 여러 개구리들에게 인사까지 했어요,

“내가 우리 개구리를 대표해서 금강산을 살피고 오겠습니다. 설마 우리 우물 안보다 아름답겠어요.”

그때, 목소리가 가장 큰 개구리가 나서며 우물 안이 쩌렁 울리도록 목에 힘을 주어 큰소리로 말했어요. 그 목소리 큰 개구리는 우물 안에서 바른 소리 잘하기로 소문난 개구리이지요.

“재상님, 꼭 돌아 오시는거죠? 혹시 바깥 세상이 까치 말대로 너무도 좋아, 이 곳 우리들을 잊고, 그곳에서 눌러 살면 안 됩니다.”

그 말에 제법 많은 개구리들이 고개를 꺼덕이며 서로 마주보고 묘한 눈웃음을 주고받았어요. 그 재상 개구리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지만 우물 안에서 신뢰성이 없는 재상 개구리였어요.

다음날 아침, 재상 개구리는 까치의 도움을 받아 우물 안에서 우물 밖으로 나왔어요.

재상 개구리가 우물 밖에 나오자. 눈을 두리번거리고 사방을 둘러보았어요. 그는 눈이 부시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가슴이 벅찼어요.

“아! 우물 밖이 이렇게도 넓단 말인가! 이런 넓은 세상을 모르고 있는 우물 안에만 갇혀 사는 백성들은 모두 어리석구나.”

얼마 후, 재상 개구리는 까치의 도움을 받아 땀을 뻘뻘 흘리며 금강산 옥녀봉에 올랐어요. 재상 개구리는 숨을 거칠게 쉬었지만 눈은 금강산 경치에 빠졌어요. 발을 엉금엉금 옮길 적마다 경치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아,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나? 이곳은 꿈속이야.”

드디어, 재상 개구리가 옥녀봉의 꼭대기에 올랐어요. 옥녀봉 아래의 구룡연계곡의 경치가 꿈길처럼 펼쳐졌어요. 산굽이 굽이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마치 아홉 마리 용이 꿈틀대는 것 같았고, 푸른 숲들이 바람결에 뒤채이는 모습은 아름답고 작은 부채가 흔들리는 모양이었어요. 그리고 그 계곡에서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 물소리는 숨이 멎을 것 같이 맑고 시원했어요.

재상 개구리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어요. 그 좋은 경치에 빠져 연신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자리를 떠날 수 없었어요.

“나는 이 아름다운 옥녀봉의 경치를 하나도 빠짐없이 눈 안에 담아가서 우물 안의 어리석은 개구리 백성들에게 자랑해야지.”

재상 개구리는 눈을 왕방울만큼 크게 뜨고 옥녀봉 아래 구룡연 계곡의 경치만 바라다보았어요. 구룡연 위로 흰구름이 양떼처럼 지나고, 푸른 숲들이 바위 사이사이 물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포근한 꿈 속 같았어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옮기지 않았어요.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재상 개구리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옥녀봉 아래 구룡연 계곡의 경치를 눈에 담고 있었어요.

“아, 이곳이 꿈속의 경치인가! ”

재상 개구리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이 이리저리 줄을 그으며 혼란스러웠어요. 자기의 나라 우물 안으로 돌아가기 싫었어요.

‘가기 싫어. 우물 안으로. 그 좁은 곳에서 감옥 같이 갇혀 사는 것보다 이렇게 좋은 경치를 보며 살고 싶어. 못난 개구리 자식들, 우물 안에 갇혀서 서로 똑똑하다고 버둥거리는 꼴이 보기 싫어. 그냥 이곳에서 살고 싶어.’

그때, 하늘나라의 옥황상제가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어요. 옥황상제는 그 재상개구리를 며칠 동안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허허허 개구리가 완전히 넋이 빠졌구나. 자기의 본분을 잃어버리면 저렇게 되는 거야.”

옥황상제는 신하들에게 엄중하게 명령했어요.

“여봐라. 저 재상 개구리가 앉아 있는 그 자리에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 개구리로 변하게 하여라.” 신기했어요. 그 순간, 하늘에서 ‘꽝!’ 하는 소리가 나더니 신비한 빛 한 줄기가 재상 개구리 주변을 휘감았어요. 그와 동시에 그 재상 개구리가 하나의 커다란 바위개구리로 변했어요.

그날부터 재상 개구리 바위는 옥녀봉 아래 구룡연계곡만 내려다보게 되었어요. 재상 개구리 바위는 옥녀봉 아래의 구룡연 계곡의 경치를 그의 눈 속에 담을 듯이 눈을 부릅뜨는 형상을 하고 있었어요.

다음날, 까치가 날아왔어요. 옥녀봉 산봉우리에서 웅크리고 있을 재상 개구리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 까치는 깜짝 놀랐어요.

“아니? 저 커다란 바위가 재상 개구리가 아닌가?”

까치가 바위 개구리를 보고 몇 번 말을 걸었지만 바위 개구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눈을 부릅뜬 채로 구룡연 계곡만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까치는 이 일을 우물 안의 개구리 백성들에게 어떻게 알릴까 걱정이었어요.

‘아! 우물 안의 개구리들에게 무어라고 말을 할까? 재상 개구리가 바위로 변했다고 말을 할 수가 없구나.’

까치가 안개 자욱한 금강산 계곡을 날아 내려가고 있었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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