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 금강산 용(龍)바위


조현술 논설위원

금강산 골짜기의 아주 깊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어요.

마을 뒤쪽 산에는 노루, 사자, 곰 그리고 새 모양을 한 여러 가지 바위들이 올망졸망 솟아 있었어요.

그 마을에는 또래 청년들 셋이 있었습니다. 장수가 될 꿈을 품은 무훈이라는 청년, 서당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는 문길이 그리고 탐구심이 많은 재동이라는 청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재동이가 나이가 한 살 더 많아 그를 형이라고 불렀어요.

하루는 서당에서 훈장이 아주 긴장된 얼굴이 되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지금 저 아랫마을에는 북쪽 오랑캐들이 쳐들어와서 재물을 약탈해가고 집에 불을 지르고 부인네들을 잡아가기도 한단다.”

“훈장님, 우리 조선 군사들은 무엇을 합니까?”

“함께 싸우지. 그러나 오랑캐들은 말을 잘 타고 칼싸움을 잘해서 당해 낼 수가 없단다.”

“괘씸한 녀석들.”

“너희들은 빨리 집으로 가거라. 그 무서운 오랑캐들이 언제 우리 마을로 쳐들어올지도 몰라. 내일부터 서당에 오지마라.”

금세라도 서당 밖 마당에 말을 탄 오랑캐들이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고 나타날 것 같았어요.

다음날 아침나절이었어요. 마을 뒷산 장군바위 굴 앞입니다. 서당에 가야할 세 청년이 동굴 입구에 있는 둥근 바위를 중심으로 탁자처럼 둘러앉았어요. 세 사람은 마치 삼총사가 된 것처럼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오랑캐와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우리가 힘을 길러야지.”

“그야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

언제나 형처럼 생각이 깊은 재동이가 의미 있는 말을 했어요. 입술을 꼭 깨물고 무언가 아주 심각한 생각을 한 것처럼 말했어요.

“우리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각오를 해야 할 거야”그때였어요. 마을에 사는 칠용이라는 아저씨가 장군바위 동굴을 향해 숨을 헐떡거리고 달려왔어요. 그 아저씨가 숨을 가쁘게 내쉬며 말했어요.

“애들아, 너희들을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아저씨, 무엇이 그리도 급한가요?”

재동이가 아저씨에게 천천히 말하도록 했어요.

아저씨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숨을 거칠게 쉬었어요.

성질이 급한 무훈가 씩씩거리며 아저씨에게 다그쳤어요.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래도 칠용 아저씨는 말을 선 듯 하지 못했어요.

한참 후에 숨을 고른 칠용 아저씨는 무훈, 문길 그리고 재동이를 차례로 둘러보았어요. 그러다 아주 괴로운 듯이 하늘을 쳐다보고 눈시울까지 붉히고 말했어요.

“우리 마을에 오랑캐들이 쳐들어왔다. 마을의 소, 돼지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갔다.”

“예? 오랑캐들이? ”

“그 죽일 놈들이 우리 마을에까지.”

“기어이 올 것이 왔구나.”

무훈이가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빨리 마을로 내려갑시다. 내 이놈들을 그냥!”

이때 칠용 아저씨가 그 자리에 덜퍼덕 주저앉으며 땅을 치며 꺼이꺼이 울며 말했어요.

“내려갈 필요 없다. 이미 때는 늦었다.”

칠용 아저씨는 더욱 서럽게 울면서 말했어요. 차마 말을 할 수 없는지 몇 번을 망설이다 말했어요.

“너희들 어머니, 아버지 모두들 그 놈들의 칼에 죽었다.”

“뭐요? 어머니, 아버지가?”

세 사람은 그 말을 듣자, 손을 바르르 떨고, 숨을 헐떡거리며 마을로 뛰어 내려갔어요. 마을에는 온통 울음 바다였어요, 집들은 불타고 있었고, 여기 저기 오랑캐의 칼부림에 쓰러진 사람들이 늘어져 있었어요. 무훈, 문길 그리고 재동이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르며 미친 듯이 마을을 돌아다녔어요.

며칠이 지났어요. 세 사람은 훈장님의 말을 들었어요. 훈장님의 말로는 금강산 깊은 산골에 육화암이라는 암자에 아주 유명한 금강장수가 산다는 말을 했어요. 그 장수는 이제 늙어서 전쟁에 나설 수는 없지만 전쟁에 관한 것을 가르칠 수는 있다고 했어요. 군사들을 지휘하는 병법, 칼 쓰는 법, 활을 쏘는 법, 창을 휘두르는 법 그리고 말 타기를 가르친다는 것이었어요.

무훈, 무길 그리고 재동 세 청년은 입술을 깨물고 각오를 했어요. 그 금강도사에게 가서 무술을 배우기로 했어요. 며칠을 고생하여 세 청년은 육화암 암자를 찾아갔어요. 칼날처럼 예리하게 치솟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한 가운데 기기묘묘한 바위 끝에 암자가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었어요.

세 청년은 아슬아슬한 바윗길을 걸어올라 육화암 암자에 닿았으나, 그 암자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새소리만 들렸어요. 간혹 산짐승이 우는 소리도 들렸어요. 그들은 덜컥 겁이 났어요. 무훈이가 용기를 내어 마루를 주먹으로 쿵쿵 두드렸어요. 그래도 암자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었어요. 세 청년은 그 험한 계곡을 올라오느라 지쳐 ‘휴우’ 한숨을 내쉬며 마루에 쓰러졌어요.

그때였어요. 골짜기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고함 소리가 암자 안에서 울리며 암자 문이 스르르 열렸어요.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누웠느냐?”

키가 아주 크고 허연 수염이 가슴을 덮은 할아버지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긴 지팡이를 들고 나타났어요.

세 청년은 앞뒤를 생각할 수 없었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냥 그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재동이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어요.

“용서하십시오. 너무 피곤한 터라 무례하게 주인 허락도 없이.”

“그래, 웬일로 이 깊은 산중에까지 겁도 없이 왔느냐”

재동이가 그간의 일들을 눈물을 글썽이며 일일이 말했어요. 재동이의 말을 듣고 난 할아버지는 감동한 듯이 세 청년의 손을 하나씩 잡고 일으키었어요.

“장하구나. 잘 왔다. 그래. 내가 금강도사 맞다. 내가 너희들에게 훌륭한 장수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마. 그러나 너희들도 그 수련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쩜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고된 수업이 될 지도 모른다.”

그날부터 세 청년은 금강도사 아래서 피나는 훈련을 받았어요. 훈련 장소는 금강산의 넓은 산마루에서 했어요. 칼싸움 훈련을 할 적에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많았어요. 활쏘기는 손에 피가 나도록 했고, 창을 다루는 법은 배울 적에는 잘못하여 허벅지를 찌를 번 한 일도 있었어요. 가장 어려운 일은 금강도사가 아끼는 천리마 ‘율미’라는 말을 타고 전쟁 연습을 하는 것이었어요. 말이 얼마나 빠른지 한 순간의 잘못만 있어도 말에서 떨어질 것 같았어요.

세 청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피나는 훈련을 계속했어요. 그 청년들은 고달프고 괴로울 때마다 오랑캐의 칼에 쓰러진 그들의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했어요.

드디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세 번이나 바뀌었어요. 봄이 왔어요. 금강산의 봄은 그야 말로 꿈속에 깨어나는 것 같아요. 모든 산들이 초록으로 꿈틀대어요.

세 청년은 그들이 처음 들어왔던 육화암 암자의 마루에 꿇어앉았어요. 긴 수염을 손으로 빗으며 금강도사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사내대장부가 할 일을 하거라. 지금이 봄철이다. 그 오랑캐들이 또 노략질을 하러 올 것이다. ”

“금강도사님!”

그들은 차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어 촉촉이 젖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어요. 정말 순간이었어요. 금강도사가 흔적도 없어 사라져버렸어요.

세 청년은 의기양양하게 그들의 마을로 돌아왔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 곧장 전쟁터로 갔어요.

우리 군사들은 오랑캐의 침입에 대배하여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런 중에 ‘율미’라는 천리마를 타고 세 장수가 늠늠하게 나타났어요. 말이 얼마나 크고 튼튼한지 세 장수가 타도 아주 날렵하게 뛰었어요.

우리 군사들은 세 장수가 나타나자 사기가 살아났어요. 세 장수는 우리 군사들을 모두 모았어요. 재동이가 그들을 지휘하기 위해 나섰어요.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우리의 총 지휘 대장은 무훈이오. 무훈 대장이 칼을 휘두르며 앞장을 서서 적진으로 가면 여러분들을 하늘이 무너질 질 듯이 함성을 지르며 전진하십시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드디어 오랑캐들이 넒은 들길에 개미떼들처럼 공격해 오기 시작했어요.

이른 본 우리 군사들도 적을 향해 공격했어요. 가장 목소리가 크고 용감한 무훈이가 앞장을 서서 우레 같은 고함을 지르며 적진을 향해 달렸어요.

“오랑캐들, 너희들에게 오늘 죽음을 보여 줄 것이다.”

“와, 무훈 장수를 따르자!”

세 장수가 함께 천리마 ‘율미’ 등에 타고 각자의 역할을 했어요. 무훈이가 아주 긴 칼을 무섭게 휘둘렀고, 두 번째에 탄 문길이가 긴 창을 양쪽으로 찔러대었으며, 재동이는 긴 활로 적에게 화살을 쏘아대었어요.

세 장수는 미리 작전을 짰어요. 적진 깊숙이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적의 대장을 처치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작전이었어요. 그러나 그 작전이 쉽게 진행되지 않았어요. 대장을 보호하기 위해 오랑캐 병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어요.

세 장수는 말에서 내렸어요. 칼과 창을 휘두르며 적의 대장이 있는 곳을 향해 한발씩 전진해 갔어요. 세 장수의 민첩한 행동은 오랑캐들의 간장을 서늘하게 했어요.

우리 군사들도 함성을 지르며 오랑캐들과 용감하게 싸웠어요.

세 장수가 오랑캐 가까이 쳐들어갔어요. 오랑캐 대장이 아주 높은 말 위에서 빛나는 황금의 관을 쓰고 칼을 휘두르고 고함을 지르며 지휘를 하고 있었어요.

재동이가 아주 예리한 화살 하나를 꺼내어 그 대장을 향해 겨누었어요. 대장의 심장을 향해 정확하게 겨누고 시위를 당겼어요.

그 순간, 적진에서 ‘아악!’하는 비명소리가 나고 오랑캐 군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어요. 오랑캐 대장이 재동이의 화살에 정통으로 맞은 것이었어요. 무훈 장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고함을 질렀어요.

“이 때다. 오랑캐 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아라. 돌격-”

대장을 잃은 오랑캐는 어쩔 줄을 모르고 혼비백산하여 무기를 버리고 북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어요. 무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여태까지 약탈한 여러 가지 물건들도 그대로 두고 달아났어요.

“만세! 만세! 만세!”

“무훈, 문길, 재동 장군 만세!”

그 넓은 들판은 병사들이 지르는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히 흘렀어요.

세 장수는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부모님 산소에 인사를 드렸어요,

다음날, 세 장수는 금강산 깊은 골짜기 육화암으로 달려갔어요. 천리마 ‘율미’를 탄 세 장수가 금강도사가 있는 육화암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육화암에는 금강도사가 기다리지 않았어요.

세 장수는 금강도사의 마음을 헤아렸어요. ‘금강도사는 이제 늙으셔서 그 힘없는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으시려 아주 깊고 깊은 어느 골짜기로 가셨을거야.’

세 사람은 말을 타고 금강산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있는 산봉우리로 올라갔어요. 그곳에 가면 오랑캐들이 쳐들어오는 벌판을 한 눈에 훤히 바라볼 수 있는 곳이지요.

세 장수는 그 전쟁에서 승리한 벌판을 바라보자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세 장수의 얼굴에도 노을이 붉게 물들어갔어요. 서산마루에 그 붉게 타던 태양이 서서히 저물어가자 노을도 차츰 빛을 잃어갔어요.

그러나 천리마 ‘율미’에 탄 세 장수는 그 하늘을 바라보며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하늘에 별들이 초롱초롱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그 별들이 하나 둘 그들에 어깨 위로 쏟아졌어요.

다음날 아침입니다.

천리마 ‘율미’를 탄 세 장수와 말이 바위로 굳어져 있었어요. 그들은 용바위로 굳어져 오랑캐들이 쳐들어오는 벌판을 향해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있었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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