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10. 도로의 날을 맞아

part3.〈미래의 엔지니어〉

(주)건화 황광웅 회장님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옛것에 토대를 두되 한층 발전시켜야 하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그 근본이 되는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태국 고속도로 사업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해마다 기념식을 열어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을 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젠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CEO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선정된 분이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다. 이 분이 생전에 들려주었던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볼까 한다.

 “내가 열아홉 살 때 막노동을 하면서 묵었던 노동자 합숙소는 밤에는 빈대가 들끓어 잠을 잘 수 없었다. 빈대를 피하려고 밥상 위에서 잤는데 빈대는 밥상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와 사람을 물었다. 우리는 다시 머리를 짜내 밥상 네 다리에 물을 담은 양재기를 하나씩 고여 놓고 잤다. 하지만 편안한 잠은 하루인가 이틀 만에 끝났고 빈대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혔다. 양재기 물에 빠져 죽었어야 할 빈대들이 어떻게 우리를 공격한 걸까?

 불을 켜고 살펴보니 빈대들이 새까맣게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서는 사람 몸을 향해 툭툭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 느꼈던 소름끼치는 놀라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미물인 빈대도 목적을 위해 저토록 머리를 쓰고, 저토록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서 성공하지 않는가. 빈대에게서도 배울 건 배우자.”

 지난 7일 제25회 ‘도로의 날’ 기념식이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700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이날을 기념했다. 도로의 날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시발점이 되었던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1970년 7월 7일 개통된, 서울~부산을 5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한 국토의 대동맥 경부고속도로는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된다. 돈도 장비도 기술도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장장 428km의 고속도로를 단 2년 5개월 만에 건설해 내다니! 당시로서는 감히 꿈꾸기도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 세상일에 원인 없이 만들어진 결과는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밑바탕이 된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1965년 현대건설이 수주하여 우리나라 해외 수주 1호로 기록된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공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공사를 수주했다고 처음부터 박수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비나 기술도 변변치 않았고 해외공사의 기본 개념도 모르는 상태에서의 수주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사를 수행하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구식 불도저와 로더 몇 대만 달랑 들고 나갔다가 미국인 감독에게 수모를 당하고, 현지에서 최신 장비를 구입했지만 사용법을 잘 몰라 고장을 내기 일쑤였다. 시방서에는 층 다짐으로 씌어 있는데 이를 떡메로 다지려다가 감독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얻어먹기도 했다. 태국 현지의 궂은 날씨도 골칫거리였다. 모래와 자갈은 항상 젖어 있어서 함수량이 높아 아스콘을 제대로 생산하기 어려웠다. 이때 골재를 철판에 올려놓고 구우라는 정 회장의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은 했지만 첫 해외공사에서 지불한 수업료는 비쌌다. 총 공사비는 522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5억 원)였는데 3억 원의 적자를 봤다. 수치상으로는 분명히 해외진출 실패 사례다. 하지만 태국 사업은 현대건설은 물론 우리나라 건설사에 있어 ‘빛나는 이정표’가 됐다. 경험만큼 위대한 스승은 없다는 말을 증명하려는 듯,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체득한 고속도로 시공 기술은 훗날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밑거름이 됐다. 나아가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건설=내수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해외로 진출하여 중동 신화를 일구게 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회고해 보면 당시 우리는 근면, 성실, 협동, 끈기 등을 덕목으로 삼아 경제발전의 토대가 된 인프라를 이 땅에 촘촘히 구축했다. 시대에 따라 성공의 덕목에 대한 표현은 약간씩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성공의 근본 원리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요즈음 성공에 목말라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회자되는 명언 중 하나가 “Stay hungry, Stay foolish”이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강조했다는 헝그리 정신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은, 예전에 우리들이 지녔던 성공의 덕목과 정신적으로 맞닿아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대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한층 발전시켜야 하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그 근본이 되는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태국 고속도로 사업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해마다 기념식을 열어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을 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몇 회사들이 사내에 역사관을 열어 과거에서 배우고 선배들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회를 찾아 담대하게 도전하라는 정주영 회장의 ‘빈대 이야기’는 지금도 청량한 죽비소리가 되어 필자의 마음을 일깨운다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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