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6. BIM이 3D프린터를 만나면

part3.〈미래의 엔지니어〉

(주)건화 황광웅 회장님

엔지니어링 업계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도입을 위한 준비 단계에 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건축 분야를 빼고는 아직 BIM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선진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해외 프로젝트부터 BIM을 적용하는 추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의 공룡급 가구업체 이케아가 광명점 오픈을 시작으로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케아의 오늘을 있게 한 핵심 경쟁력은 DIY(Do It Yourself) 전략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제품을 조립하도록 함으로써 생산원가를 낮추고 경쟁사들에 비해 제품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DIY를 특정 기업이 채택해 효과를 본 마케팅전략 정도로 가볍게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시대적 트렌드 속에서 나타난 중요한 변화의 흐름으로 인식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1980년에 저술한 『제3의 물결』에서, 이제 인류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제3의 물결인 정보혁명 시대를 맞이했으며 프로슈머(생산소비자)들이 경제활동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들을 뜻한다.

 그는 몇몇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자급형 프로슈머의 등장을 예견했다. 예를 들어 미래 프로슈머는 자동화된 전자 재봉틀을 돌려줄 프로그램 내장 카세트를 구입하여 맞춤 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게 될 것이고, 기계를 다루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동차를 절반쯤 조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떠한가. 이런 사례들은 지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3D프린터의 개념과 거의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가.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을 쓴 것이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의 일이니 그의 예지력에 경탄할 수밖에 없다.

 3D프린팅 기술은 우선 제조업에 커다란 변혁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다. 자급형 프로슈머들은 집에 3D프린터를 마련해 놓고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자급형 경제 시대가 펼쳐지면서 상대적으로 제조·유통업자들의 지위는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자-유통업자-소비자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시장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진정한 소비자 주권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이 계속 진화될 경우 과연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게 될까. 『2030 대담한 미래』를 쓴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말한다. “10~20년 후 요구사항을 프린터로 인쇄하기에 적절한 디자인으로 ‘컴파일’하는 알고리즘을 가진 인공지능과 광학 스캐너가 장착되고, 물건이 인쇄되어 나오는 과정을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3D프린터와 결합되면 상상하는 거의 모든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에 대한 강력한 도전장이나 다름없다.

 건설 관련 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마침 엔지니어링 업계는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도입을 위한 준비 단계에 와 있다. BIM은 건설 생애주기(계획·설계·시공·유지관리)의 각 단계에서 생성되는 디지털 정보들을 통합·관리하는 3차원 기반의 정보 운용 프로세스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건축 분야를 빼고는 아직 BIM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선진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해외 프로젝트부터 BIM을 적용하는 추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기술의 변천은 엔지니어링 산업의 발전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아주 중요한 변곡점을 제공할 수 있다. BIM이 3D프린팅과 결합할 경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산업 내적으로는 BIM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게 되고 외적으로는 3D프린팅 기술이 건설 현장에 적용 가능할 정도로 진화된 시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힘차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착실하게 Depth(기술력의 심화) 작업을 해 온 엔지니어링 기업은 이때가 기회가 된다. 3D프린팅의 핵심 경쟁력은 ‘설계 기술’이라는 콘텐츠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전방위적인 Width(사업영역의 확장)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상적인 ‘T자형 성장세’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의 진화에 부응하려면 엔지니어들은 많이 배우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 넓고 깊게 파내려 간다는 마음으로 임하자. 바쁘다는 이유로 미래 준비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아프리카 오지로 복음을 전하러 간 어느 선교사의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 지역 원주민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먼 길을 걸어가 물을 길어오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너무도 힘겨워 보였다. 선교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네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다가 드디어 수맥을 찾아냈다. 기쁜 마음으로 추장을 찾아가 우물을 파자고 제안했다. 추장은 내일 부족회의를 열어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선교사는 주민들이 우물을 파자는 의견에 동의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부족회의 결과는 뜻밖이었다. 추장이 전해준 말은 “물 길러 다니느라 바빠서 우물을 팔 시간이 없다고 하네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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