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양신문

36. 옥황상제에게 벌 받아 바위로 된 옥토끼

하늘나라이어요.

옥황상제는 달나라 옥토끼가 너무 귀여워 하늘 정원으로 불러서 가족처럼 데리고 살았어요. 옥토끼가 너무도 귀여워 잠시라도 곁에 데리고 있지 않으면 옥황상제는 심심해서 괜스레 짜증을 내곤 했어요.

그러자, 하늘나라에서 아무도 옥토기를 관섭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옥토끼는 옥황상제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어 하늘나라에서 가고 싶은 곳은 어느 곳이라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어요. 하늘정원, 새의 정원, 꽃의 정원 그리고 꽃사슴들만 노닐 고 있는 숲에도 옥토끼는 마음대로 돌아다녔어요.

옥황상제는 그런 옥토끼가 귀여워서 옥황상제가 자주 바라보는 하늘정원에서만 놀도록 했어요.

“옥토야, 나는 너의 작은 모습이 귀여워 항상 곁에 두고 너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구나.”

“폐하, 황공하고 감사하옵니다.”

옥토끼는 옥황상제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옥토끼에게 관섭을 하지 못했어요. 옥토끼는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그리고 즐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했어요.

그런데 그런 토끼가 점점 이상해졌어요.

“아! 나는 하늘정원, 하늘나라가 싫어. 꽉 짜여 진 나의 하루 생활, 동그란 정원, 네모난 숲들 모두가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만 짜여 진 하늘나라가 싫증나고 지겨워. 어디 다른 재미있는 곳은 없을까?”

어느 날, 옥토끼가 새들에게 무엇을 물어보기 위해 새들이 노래하는 숲으로 갔어요. 새들은 날개가 있어 이곳 저곳을 마음대로 날아다녀 보고 듣는 것이 많을 것 같았어요.

“얘들아, 너희들은 항상 같은 숲에서 지저귀고 있으면 지겹지 않아?”

“맞아, 옥토끼의 말이. 꼭 같은 자리 꼭 같은 숲에서 노래만 하는 것은 너무 싫증이 나. 마음껏 이 하늘, 저 하늘 그리고 호수, 바다 위도 날아보고 바위에도 앉아 보고 싶어.”

“뭐? 호수, 바다, 바위 그게 무슨 말이야?”

“옥토끼 너는 하늘 아래, 금강산에 대해서 잘 모르지. 그곳에는 숲, 바위, 계곡, 호수 그리고 바다 등 너무 아름다운 곳이 많단다.”

“뭐? 금강산? 그곳은 또 어떤 곳이야?”

옥토끼는 새들에게 들은 여러 가지 의문을 잔뜩 안고 하늘정원으로 돌아왔어요. 그는 밤이 새도록 새들이 말한 금강산을 마음속에 그렸어요.

“아! 금강산이란 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다음날 아침, 옥토끼는 용기를 내어 옥황상제 앞으로 갔어요.

“아니? 옥토 네가 웬일로 나에게 찾아왔니? 이렇게 아침 일찍?”

“폐하, 어려운 청이 있습니다.” “옥토야, 네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주마.”

옥토끼는 옥황상제 앞에서 머뭇거리며 선뜻 말을 끄집어 내지 못하였어요. 말을 쉽게 끄집어 내지 못하고 옥황상제의 눈치를 보며 옥토끼가 당황하는 모습이었어요.

“옥토야, 네가 무척 어려운 부탁을 하려는 것 같구나. 여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제야, 옥토끼는 옥황상제의 표정을 보아가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어요.

“저- 실은 제가 옥황상제님의 총애를 받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저가 좀 이상해졌는지, 이 하늘나라를 떠나서 멀리 여행을 다녀오고 싶습니다.”

“안 된다. 옥토 네가 내 곁에 없으면 내가 심심해서 아니 된다. 절대로 그것만은 안 된다.”

“옥황상제님, 단 며칠이라도 다녀 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옥황상제는 그런 옥토끼가 서운하기까지 했어요. 그토록 아껴주고 가까이 불러 귀여워 해주었는데도 자기 곁을 떠나고 싶다니, 마음 한 구석 옥토끼에 대한 미움까지 생겼어요.

“그래, 옥토야,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

“예, 폐하. 황송하오나 하늘나라 아래 세상에 있는 금강산이라는 곳입니다. 그곳에 가서 한 열흘 정도만 놀다오고 싶습니다.”

“그래? 그곳은 덥고, 춥고 또 무서운 호랑이가 있단다. 때론 무서운 사냥꾼도 있단다. 그래도 가겠느냐?”

“예, 폐하. 단 며칠만이라도 허락해주십시오.”

옥황상제는 머리를 숙이고 깊이 생각에 잠겼어요. 옥토기를 지금 금강산으로 내려 보내면 영영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옥토야. 꼭 금강산으로 내려가고 싶으냐?”

“네. 폐하 허락해 주십시오.”

“알았다.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보내주마.”

옥황상제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 옥토끼는 얼굴이 화한하게 밝아지며 옥황상제에게 감사의 절을 크게 올렸어요.

“옥토야, 네가 열흘이라고 했지만, 네가 없으면 내가 심심해서 못 견딘다. 일주일만 있다가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오너라. 만약에 이 약속을 어기면 내가 너에게 엄한 벌을 내리겠노라.”

“폐하, 그것만은 약속드리겠습니다.”

옥토끼는 너무 좋아서 옥황상제 앞인데도 어린애처럼 깡충깡충 뛰어나왔어요.

드디어 옥토끼가 하늘 아래 금강산에 내려왔어요. 장엄한 바위산들이 조각 작품처럼 벋어 있는 금강산의 여러 봉우리들을 보자, 옥토끼는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나 싶어 감탄의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어요.

“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있었구나.”

옥토끼는 구룡연 계곡으로 내려갔어요.

옥토끼가 구룡연의 계곡에 들어가자, 높은 바위 계곡에서 비단 폭 같은 폭포가 시원하게 내려 쏟으며 우레 같은 소리를 내었어요.

“아!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에 저 시원한 폭포가 있다니, 이런 곳에 살고 싶어.”

옥토끼는 푸른 나뭇잎들이 아기 손처럼 하늘거리는 숲, 그 숲속에서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를 들으며 귀를 쫑긋거리고 주변을 살폈어요.

바로 그때였어요.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옥토끼 근처로 다가왔어요. 자기보다 몸이 아주 큰 그림자를 보고 옥토끼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어요. 옥토끼보다 몸집도 크고 머리에 달린 신기한 뿔로 옥토끼를 향해 좌우로 휘두르면 금세라도 옥토끼가 멀리로 획 튕겨나갈 것 같았어요.

그 커다란 친구가 천천히 옥토끼 가까이 다가오며 옥토끼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어요.

“나는 금강산에 사는 꽃사슴이라고 해. 너는 어디서 왔니? 무척 귀엽구나.”

옥토끼는 꽃사슴의 눈빛이 너무 순하게 보여서 처음에 보았던 무서움보다는 친근한 생각이 들어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나는 옥토끼라고 해. 그저 ‘옥토’라고 부르면 돼.”

“뭐? 옥토끼? 그 달나라에서 사는 그 옥토끼이니?”

“그러긴 해. 뭐 이상한 것 하나도 없어.”

“아니? 달나라 옥토끼가 어쩌다 이렇게 땅 나라에 오게 되었어?”

“그저 그렇게 되었어. 더 이상은 묻지 말아줘. 난 말이야 이 금강산이 너무 좋아. 제발 나에게 금강산 구석구석을 구경 시켜줘.”

꽃사슴은 그런 옥토끼가 너무도 귀여워 금세 친구가 되었어요.

“옥토야, 내가 좋아하는 금강산의 친구들을 불러 모을까?”

“어떤 친구들이 있는데?”

“응. 먼저 숲속 친구들로는 사향노루, 곰, 다람쥐 등이 있고, 새들로는 종달새, 촉새, 뻐꾸기, 할미새가 있지만 새들과는 별로야. 오늘은 내가 사는 동굴로 가서 밤을 지내자.”

바로 그때였어요.

숲 속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어요. 숲속 나뭇가지에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다급해지고 여기저기서 산짐승들의 발자국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어요.

꽃사슴의 귀가 예민하게 쫑긋거리며 주변의 상황을 살폈어요. 그러더니 옥토끼에게 빨리 자기를 따르라는 눈짓을 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바위굴로 달려가 몸을 바싹 엎드리고 숨었어요.

옥토끼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콩콩 뛰는 가슴을 다독이며 바위굴 안에 엎드려 꽃사슴의 눈치를 살폈어요.

꽃사슴도 숨을 헐떡거리며 말을 했어요.

“저렇게 산새들이 자지러지게 지저귀고 주변에 산짐승들의 발자국이 다급하게 나면 주변 숲에서 포수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신호란다.”

“포수? 포수가 무엇인데?”

꽃사슴은 옥토끼의 말을 듣고 고개를 꺼덕이며 천천히 말했어요.

“옥토, 너는 하늘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포수를 모를 거야. 포수라는 것은 무서운 총으로 우리 짐승을 겨누고 쏘면 ‘꽝’하는 소리가 나지. 그 총알에 맞으면 피를 흘리고 죽게 된단다. 더 무서운 것은 호랑이란다. 무섭게 달려들어 우리들의 목을 물고 잡아먹는 단다.”

옥토는 꽃사슴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입을 꼭 다물고, 무서워 몸을 꽃사슴 쪽으로 숨겼어요.

금강산에 밤이 되었어요.

옥토끼는 꽃사슴의 동굴에서 둘이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어요.

금강산의 밤은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까만 하늘에 은구슬을 뿌린 듯이 별들이 흐르는 모습은 아슴한 꿈길 같았어요. 간혹 소쩍새가 소쩍, 소쩍 자장가처럼 구룡연 숲속을 가득히 채웠어요.

다음날 아침, 옥토끼는 꽃사슴을 따라 다니며 금강산 구경을 떠났어요.

금강산의 경치는 옥토끼의 마음을 유혹했어요. 산봉우리마다 바위들은 동물모양, 사람모양, 이상한 탑 모양 등 가지가지의 모양이 있었어요. 밝은 햇살이 비추면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금강산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옥토끼는 꽃사슴과 함께 비로봉에 올랐어요. 비로봉에서 금강산을 내려다보는 옥토끼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그 아름다움에 취했어요.

“꽃사슴아, 나는 하늘나라에 돌아가기 싫어. 이 아름다운 비로봉을 두고 어떻게 하늘나라로 올라가니?”

“옥토야, 아직 이르다. 산세가 온유하고 수려하여 옥토 네 성격을 닮은 내금강은 곳곳이 절경이고, 더구나 산줄기가 바다 쪽으로 벋어나간 해금강은 절경이 너무 많아.”

“꽃사슴아, 나 여기 금강산에 살고 싶어. 저 그림같이 아름다운 경치를 두고 어떻게 하늘나라로 돌아가니?”

옥토끼는 금강산 경치에 정신이 홀려 하늘나라에 올라가는 날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한편 하늘나라 옥황상제는 1주일이 지나자, 옥토끼가 하늘나라로 돌아 올 것 것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1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도 옥토끼가 하늘나라로 돌아오지 않자, 옥황상제는 화가 잔뜩 났어요. 옥항상제는 당장 총리대신을 불렀어요.

“총리대신, 지금쯤 옥토기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시오.”

‘“폐하, 그렇지 않아도 저희들이 옥토끼의 하루하루를 눈여겨 살폈습니다. 토끼는 금강산의 비로봉 경치에 홀려 하늘나라에 돌아올 날을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합니다.”

옥황상제가 총리대신의 말을 듣자, 대번에 진노했어요.

“당장에 토끼가 다시는 하늘나라로 돌아오지 못하게 문을 닫아버려라. 그 녀석은 비로봉 그곳에 바위토끼로 굳어지게 하여라. ”

총리대신은 신하에게 즉시 하늘나라로 들어오는 문을 닫아버리라고 명령을 했어요. 그리고 금강산으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무서운 목소리로 토끼에게 들리도록 말했어요.

“옥토야. 이놈. 너는 이제 하늘나라로 들어오지 못하게 문은 닫는다.”

옥토끼가 하늘 한 곳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었어요. 옥토기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바싹 긴장되었다가 이내 얼굴에 화안한 웃음이 산꽃처럼 피었어요.

“와! 나는 이제 그 틀에 박힌 하늘나라에 가지 않고 금강산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옥토끼는 가슴을 펴고 비로봉 아래의 경치를 황홀하게 바라보며 앞발을 들고 만세를 불렀어요.

“와! 만세다. 이제 자유로운 금강산에서 살게 되었다.”

그 순간이었어요.

참으로 신기한 일이 펼쳐졌어요. 옥토끼의 그 모습이 그대로 서서히 단단한 바위로 굳어지기 시작했어요. 옥토끼가 기뻐하는 그 목소리도 비로봉 골짜기에 저녁 햇살에 붉게 물들기 시작했어요.

 

더함안신문(theha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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